지옥철 속 내 행복의 몫

7월 8일 퇴근 길

by 근짱

"갑작스럽게 내리 비 소식에 우산 잘 챙겨서 하차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역은 대림입니다."


이어폰 사이로 희미하게 기관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한 쪽 이어폰은 배터리가 없어 껴져버렸다. 그래서 그 뒤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덥고 습한 여름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힘들었던 지옥철의 불편함을 잊을만큼 행복철로 변하게 되었다.


"어.. 어.. 오늘 117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


그 뒤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는데 어색한 듯 더듬거리셔서 중간에 말이 멈출까 걱정했다.


"오늘 많이 덥고 힘드셨죠..? 더운 하루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시원하게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 역은 2호선으로 갈아타실 수 있는 대림역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느리고 살짝 더듬거리셨지만 걱정과 다르게 말을 계속 이어나갔고 대림역 도착과 문 열림에 맞게 딱 끝났다.


기관사님은 누군가에게 얼굴보고 직접적으로 위로를 건내보기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그런 분인 거 같았다.


조금은 어색하고 느리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가 머리 속에 스쳤다.


더운 하루 바쁘게 보내고,

바빴지만 시간은 안 갔던

또 더운 날씨 집엔 어떻게 가나 고민했던

그 순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라도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힘들었던 기억들은 잠시 열차에 두고 따뜻하고 뭉클한 감정을 가지고 완벽하게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기사님의 말을 들을 때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많은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듣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어폰 배터리가 없어 꺼지고 이 말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내 몫의 행복인 거 같다.


지옥철 속에서도 나는 내 몫의 행복을 챙겨서 간다.


내 몫의 행복은 누군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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