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상하다.

하나씩 등장하는 천 개의 증상 중 나의 일부 (2)

by 근짱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박동성이명


우리의 심장은 성인의 경우 보통 1분에 60-80번 정도 뛴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심장은 뛰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심장 뛰는 소리가 끊임없이 귀로 들리진 않는다.


두 번째 증상,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2018년 친구들과의 연말파티 도중에 갑자기 슉슉과 같은 바람 소리가 심장 박동 주기에 맞춰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두에게 나는 그런 소리인 줄 착각하고 그다음엔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도 그 소리는 멈추지 않고 24시간 내내 들려왔다. 불안했다.


일요일이라서 하는 병원이 없어 365일 동안 하는 동네 내과에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귀 외부에는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귀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며 월요일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러면서 감기약을 지어줬다.


그 후 동네 이비인후과에 방문하니 보통 이명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청각 테스트와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 후 피검사를 했다. 역시나 모든 검사는 정상이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내가 증상이 있었고 불편감을 호소하여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테로이드를 12알 넘게 처방을 했다.


지금은 스테로이드의 양날의 검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 당시는 무슨 약을 처방한 지도 모르고 약을 임의로 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은 채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약 처방이 끝날 때쯤 방문해서 약을 처방받고 아무리 약을 꾸준히 먹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귀에서 쉬지 않고 심장 뛰는 박자에 맞춰 하루 24시간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슉~슉~의 바람 소리가 나니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함은 늘어만 갔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해졌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힘들었다.


어느 날 목 주변에 멍울이 생기더니 소리가 더 크게 나기 시작했다. 근데 또 멍울을 잡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또 잠깐 멈췄다. 다만 평생 매 순간 목을 잡을 수 없고 고개를 돌리며 생활할 수 없기에 다녔던 동네 이비인후과도 안 되겠는지 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오라며 의뢰서를 써줬다.


처음 간 대학병원은 정말 넓고 뭐만 하면 결제부터 하고 오라고 하며 비싸다. 또 예약 시간보다 대기도 길고 하라는 게 너무 많아서 안 그래도 귀에서 소리가 들려서 정신 사나운데 더 사납고 복잡했다. 그래도 대학병원에 왔으니까 다 나을 거라고 기대를 하며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웬 걸 이명은 스트레스의 문제라고요?!!!

"이미 청력 검사 피검사 등 모든 검사를 다 했는데 정상으로 나오네요~ 다른 검사는 필요 없을 거 같고 이명은 스트레스 문제예요. 영양제 먹고 푹 쉬면 괜찮을 거예요. 원하면 영양제 처방해 줄게요~"


원인을 찾고 고쳐줄 것만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고쳐야 하는데요?라는 의문이 들면서 작은 병원도 아니고 제일 큰 병원에서 이렇게 말하니 고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허탈함 막막함 좌절감을 느꼈다.


평생 이 소리가 들린다면 고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나 괴로웠다.


잠을 자고 싶은데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이미 머리카락이 빠져서 각종 영양제는 먹고 있었으며 약을 그렇게 많이 먹어도 안 나아졌는데 전문 지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BIG 5라고 불리는 최고의 대학 병원에서 영양제 먹고 나아질 거라고?


진료가 끝나고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란 소리와 함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넋이 나가있었다. 간호사가 나오더니 영양제 처방해 드릴까요? 물었지만 이미 실망을 했기에 아니요. 집에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대학 병원에서도 영양제 이외에는 해줄 게 없으니 예약은 없었고 필요하면 전화로 잡아서 오라고 했다. 나도 다음에 다시 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동네 이비인후과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박동성이명(귀울림)은 꽤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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