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상하다.
하나씩 등장하는 천 개의 증상 중 나의 일부 (1)
나의 힘든 마음을 모른 척하니,
나의 몸이 힘들어 죽겠다고 살려달라고 티를 냈다.
머리카락의 실종
태어날 때부터 많았던 머리숱과 유전적으로도 없는 탈모. 모발 자체도 굵고 튼튼했으며 머리카락이 빠져서 하수구를 막는 일은 절대 없었다. 사실 머리카락이 하수구를 막는 거? 신경조차 쓰지 않았었다. 왜냐면 머리카락이 안 빠지니까!
숱 많았던 그 시절을 조금 더 추억해 보자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숱이 많다며 부러워했고, 숱이 많아서 헤그리드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미용실에 가면 숱은 필수로 쳐야 했고, 숱이 많아서 머리카락 1시간 자르고 숱이 너무 많아서 추가 요금을 받아야겠다고 할 정도로 숱이 많았다.
하! 지! 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2018년 9 ~ 10월쯤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느낌을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하수구에 머리카락이 있는 게 처음으로 신경 쓰이고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요즘 머리카락 많이 빠진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말을 했다.
"환절기라서 털갈이하는 거야. 나는 더 빠져."
"너는 좀 빠져도 돼. 빠져도 티도 안 난다."
그래서 나도 태어나서 처음 하는 털갈이라고만 생각했다.
2018년 11월, 우연히 거울을 봤더니 내 정수리 쪽에 동그랗게 원형으로 빵꾸가 보였다.
그것은 바로 원형탈모! 타원도 아닌 정확한 원형으로 4개나 빈 곳이 있었다.
무척 충격받아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발견한 후 두피 클리닉, 3곳의 피부과를 투어 했다.
두피 클리닉에서는 모발이 약해졌기 때문에 관리를 꾸준히 받으며, 샴푸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때는 두피 클리닉이 많이 없어서 회당 10만 원부 터해서 관리 비용만 한 달에 100만 원이었고 두피 관리하는 샴푸 같은 용품은 일주일에 50만 원이었다. 나의 월급은 많아야 120만 원이었으니까 나에게는 무리였다.
일반 피부과에서는 원형 탈모라서 해줄 게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고 했고 탈모 전문 피부과에서는 두피 클리닉처럼 원형 탈모 두피 관리를 권했다.
현재는 필요 없겠지만 추후 계속 빠지고 신경 쓰이면 모발 이식 방법도 있다고 했다.
나는 모발을 제외하고는 털이 별로 없었고 원형 탈모로 스트레스받아하는 날 위해 과거에 동생은 자신의 겨드랑이 털이라도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동생 털로도 이식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본인 털로만 이식이 가능해요."
지금 생각하면 동생 역시 나를 위로하고 웃으라고 한 소리였고, 나 역시도 그때 그 상황이 지금은 웃기지만 그때는 순수하게 궁금했고 간절했다.
그리고 본인 털로만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절망적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에 털이 가장 많고 다른 곳은 없는데 머리카락이 빠지면 어디서 뽑아서 심으란 말이야!
그러다 친구가 일하는 피부과가 원형 탈모를 잘 본다고 해서 찾아갔다. 진료 대기가 길어서 짜증이 났지만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내 두피를 보고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주사 한 대 맞으면 머리카락 다시 날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아요. 다 괜찮아요." 라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돈으로 본 다른 병원과는 달랐다. 진심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서 대기가 길었구나. 짜증을 낸 나 자신이 미웠다.
왜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몰라서 더 화만 나고 짜증만 나는 거 같아요. 머리카락이 빠져서 슬프고요. 진료 대기도 길어서 짜증 났고요. 그냥 내 인생이 왜 이러는지 몰라서 너무 답답해요. 화나요. 짜증 나요.
그때는 아마 이런 마음으로 눈물이 핑 돌면서 따뜻하게 걱정하며 위로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작게라도 위로받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 의사 선생님의 말처럼 원형 탈모 부위에서는 머리카락이 채워졌다.
원형 탈모 부분은 채워졌지만 측두부가 비었고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빠졌다.
두피에 좋다는 다양한 탈모 샴푸도 사용해 보고, 두피에 좋다는 주스를 갈아 마셔도
나의 머리카락은 이유 없이.. 정말 이유를 모르고 후두두두둑 빠져나간다.
내 마음도 나의 머리카락이 빠진 만큼 절망적이고 훅훅 비어 가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게 다 루푸스 때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