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확진 전 (2)

내가 왜 우는지 나도 몰라..

by 근짱

도톤보리 강에서 울어본 사람 그게 나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렇게 또 참고 참으며 내가 행복한지도 슬픈지도 화가나는지도 모르는 체 매일이 무기력해지며 의미 없이 시간이 되면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며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다가 2018년 12월, 친구와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갔다. 관람차를 타고 예쁜 풍경을 보는데 내가 계속 울컥한다. 눈물이 차오른다. 차오르면 매번 그래왔던 거처럼 또 꾹 참고 넘긴다.


‘내가 이렇게 예쁜 것을 보려고 참고 열심히 돈 벌면서 살아왔구나.. 그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 여행 1일차 친구와 도톤보리 거리를 이야기하며 걷고 있다가 내가 이런 말을 했다.


“난 지금 나만 생각하기도 나 하나 살아가기도 너무 벅차고 힘들어..”라고 말을 하는데 눈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친구도 당황했다. 난 그 순간에도 ‘이젠 이 친구랑 함께 여행은 못 가겠다.’, ‘나랑 함께 여행 안 가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말을 했다.


“너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그렇게 힘들었으면 나에게 말을 해야지. 왜 그렇게 혼자 끙끙 알았어. 많이 힘들었겠다. 미안해 내가 몰라줘서”


내 자신도 내가 그렇게 힘든지, 아픈지, 괴로운지, 눈물이 왜 나는지도 몰랐기에 친구들에게도 표현할 수 없었다.


‘네가 뭐가 미안해. 나도 내가 왜 힘든지 몰랐기에 표현을 할 수 없었던 거 같아. 그냥 왜인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 나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봐.’ 여행을 와서 행복에 겨운 사람들이 모인 ‘도톤보리 강’ 한가운데서 난 세상 슬프게 울어버린 것이다.


그 친구는 내 걱정과 다르게 내가 무기력에 슬프고 예민해서 화도 많이 냈던 그때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너의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화도 내고 웃기도 하고 너에 대해서 많이 알았지만 또 새로운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너무 좋아! 우리 다음에도 또 함께 여행 가자”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그런 줄 모르고 감사한 줄 모르고 엉뚱한 곳에 가서 항상 착한 척, 재밌는 척을 해왔었다. 그러지 않아도 내 모습을 충분히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를 잃어가면서 나의 어떤 모습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희생하며 나를 괴롭혔다.


그 당시 지금의 내 감정 상태가 왜 그런지, 어떤지도 모르고, 내가 왜 우는지 조차 알 수 없던 내가, 나를 모르고 살아왔고, 주변 눈치만 보며 내가 나를 그렇게 괴롭혔기 때문에 루푸스가 오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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