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서 희생했을까?
2018년 23살이던 3월, 나는 대학교 졸업 후 연기를 하기 위해 연극영화과 편입을 재도전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 아르바이트가 뭐길래.. 그 속에서도 착하게 예쁨을 받고 인정을 받고 싶었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4월 12일까지 약 1년 동안 오전 타임으로 7시간 동안 드럭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가 일했던 매장은 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 스텝 위주로 운영이 되고, 직원들은 오전 직원 1명과 오전 스텝 두 명, 오후 직원 1명 오후 스텝 두 명 이렇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 직원들은 요일과 시간이 매주 스케줄마다 변경이 되는 스케줄 근무였고, 아르바이트생인 스텝들은 요일과 시간이 지정되어있는 근무를 했다.
내가 근무했던 매장은 화, 목, 토 오전에 물류가 들어온다. 나는 평일 오전 아르바이트 스텝이니 약 8개월 동안 동안 화, 목 물류를 창고에 옮기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 원래는 그 시간 근무하는 직원들과 함께 옮기는 게 맞는데 직원들은 아무도 먼저 함께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픈 시간이 오니 어서 해야 했고, 나도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해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물류를 함께 옮기자고 말하면 미움받을까 봐..
나를 싫어할까 봐..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봐..
나 혼자 힘들고 말았다.
큰 세일이 있어 물류가 1000개가 넘게 들어온 날은 더 심했다. 많은 물류가 들어오고, 할 일도 많고, 사람도 많은 물류가 들어오는 세일 첫날 오전 시간에 직원들은 휴무로 스케줄을 잡았고, 아르바이트 스텝 두명만 근무를 하게 스케줄을 잡았고, 또 나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스텝은 아파서 나오지 못한다고 갑작스럽게 아침에 연락이 왔다. 막내 직원이 자신의 출근보다 일찍 오기는 했지만 그전까지는 결국 나 혼자서 천 개가 넘는 물류를 창고에 다 옮기고, 세일 첫날 해야 할 일, 손님들 응대까지 다 했다.
이건 누가 봐도 부당한 대우가 맞다. 난 아르바이트하는 파트타임에 불과했는데 무슨 책임감이 그렇게 넘쳤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책임감보다는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착한 척, 내가 고생하자는 생각이었다. 혼자서 스트레스받고 화가 나도 누구에게 화풀이하지 못하고, 헤헤 웃어넘겼다. 절대 웃어넘기지 않고 내가 화를 내도, 짜증을 내도, 그냥 그 자리 박차고 나와도 할 말은 없었을 텐데, 행복도 슬픔도 분노도 짜증도 아무것도 내뱉지 않고 속으로 참고 넘기면서, 내 감정을 점점 잃어가 버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1월 어느 날은 본사에서 직원이 나와서 일 하는 모습을 CCTV를 통해서 확대를 하며 감시했다. 본사에서 직원이 매장 확인을 할 겸 찾아왔는데 직원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 한 명을 확대하고 움직이는 대로 확대를 해서 지켜봤다고 나한테 말했다. 거기엔 나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매장을 확인하러 보러 왔다면 CCTV가 아닌 자기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게 맞다. 그래서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불쾌했다. 본사 직원이 간 후 직원은 내 쉬는 시간에 CCTV를 통해서 본 나의 모습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을 했다. 내가 몰랐던 건 수긍을 하고 고치려고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CCTV를 통해서 날 감시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분이 나쁘고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내 모습이 담긴 몰카를 찍힌 걸 알았는데 누군가가 보고 그것을 나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일을 하며 내 감정을 잊고 지낸 나는, 그 순간에는 또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그 당시 내 성격 상으로 하지 못하고 또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서 별의별 짓을 다 하며 나 혼자 힘들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를 희생했는데 그 사람들은 나를 인정해주기는 커녕 나를 믿지 못하고 일하는 모습을 CCTV로 감시나 하는 모습을 보고 허무해졌다. 무엇을 위해서 책임감을 다해서 일을 했는지 회의감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안 그래도 그 당시 무력감이 들었지만 더 큰 무력감이 내 몸을 덮쳐왔다.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그만둘래요. 더 이상 일 못하겠어요”
그곳에서 내 그 당시 기준으로 가장 미움받을 용기를 내고, 큰 다짐을 하고 한 가장 독한 말이었다.
감시를 당하고 집 가는 길 곰곰이 생각을 해도 기분이 매우 더럽고 더 이상 일하고 싶지도 않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기 전 엄마가 밥을 먹으라고 했는데 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너 왜 그래? 왜 울어?" 엄마도 갑작스러운 내 눈물에 당황을 하신 모습으로 물어봤다.
“매장에서 나를 CCTV로 확대하면서 감시하잖아 기분이 너무 나빠..”
내가 너무 서럽게 억울하고 우니까 엄마는 오늘부터 일 나가지 말라면서 나 대신 더 화를 내셨다. 그래도 난 양심 상 그날이 목요일이니 다음 날까지는 일을 하고 그만두려고 찾아간 거였다.
“왜요?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거예요?”
당시 함께 CCTV를 봤던 직원은 없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 사람들도 자신들이 잘못한 걸 대충 알고 있었던 눈치다.
“네. 전 정말 책임감 있게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본사 직원 분 오셨다고, 제가 걷는 곳곳마다 CCTV 확대를 하며 지켜보시고 쉬는 시간은 오로지 제 쉬는 시간인데 지적하시고, 정말 기분도 나쁘고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지 못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면서 말하면 안 되는데 화와 억울함, 기분 나쁨이 눈물로 터져 나와서 엉엉 엉엉 울면서 말했다. 울면서 말했기에 내 말은 그대로 전달되는 것보다 억울함이 더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울면 안 됐는데, 똑소리 나게 말하고 사과받고 멋있게 퇴사를 해야 했는데 그 당시 나는 어렸고, 나를 잘 모르고 내 감정 또한 알지 못했으니까
시간이 지난 후, 나를 확대하며 같이 지켜봤던 직원이 오고, 분명 그 전 날엔 나를 확대하면서 움직임 하나 씩 지켜봤다고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그렇게 확대해서 보진 않았다며 해명했고,
내가 “다른 드럭스토어에서 일했어도 CCTV 감시는 없었어요.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인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더니 그건 매장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반박을 하며 나를 달래고 회유를 했고, 그 당시 나는 자신감도 없었기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또다시 수긍하며, 몇 달만 일하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묻고 계속 일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돈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자신감이 없었기에 그럴 수도 있고, 내 자신을 몰랐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잘못은 그들이 했지만 제대로 반박하고 사과받지 못한 건 나를 알지 못 한 내 탓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당시 나는 화가 많이 났지만 현재는 화가 나기보다는 이제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 당당하게 화도 내고, 사과도 받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아니 될 것이다.. 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