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 내 인생, 오늘이 빛나리!

프롤로그

by 근짱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특별하고 빛나는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삶을 꿈꾸지 않을까?


나 또한 내 인생이 빛나고, 화려하고, 특별하고 싶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특별한 일이 매일 일어나고, 세상의 주인공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가 되면 그 순간만은 반짝 빛날 것 같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직업들 모두 해볼 수 있게 매일이 특별할 거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내 인생의 주인공도 하지 못했다. 매일 헤헤거리기나 하고, 부탁을 하면 거절할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내 인생을 희생하며, 내가 아픈지도 속상한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화가 나는지도 모르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니 내 자신도 웃기다.


과거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 같다는 선생님들의 말이 떠오른다. 거짓말은 아닌데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서 그것만 깬다면 엄청 잘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며 착하게 잘 보이고 싶어서 진짜 내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빛나기 위해 미래에 빛날 거라며 오늘 나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현재의 행복마저 미루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라는 친구로 인해서 나는 너무 평범해서 지루해하던 내 삶이 지독하게도 특별해졌다. 그토록 특별해지고 관심받고 싶었는데, 평범한 내 삶이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고 빛나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먹고살아야 할 나를 위해서 배우라는 직업은 포기했지만 연기는 취미로 할수도 있고, 나는 또 매일 새로운 꿈을 향해서 찾아 나갈 것이고, 나의 행복을 미루지 않고 미래에 무언가를 해낸 내가 행복한 날을 바라지 않고, 이젠 그냥 내 오늘 하루가 행복하고, 특별하고, 빛나기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2019년 5월 루푸스 확진 이후, 평생 나와 함께 해야 할 루푸스의 초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2년 동안의 입원과 외래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무너지는 날도 많았겠지만 그 속에서 따뜻함을 경험하고 오늘이 빛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이야기를 기록하고 써 내려가려고 한다.


이 기록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다시 일어나고, ‘루푸스’를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겉보기에 멀쩡하다고 해서 결코 쉽고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또 ‘루푸스’ 환우들에게는 힘들고 무섭지만 그 이면에 별 거 아닌 듯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이었으면 한다.


우리 ‘루푸스’ 환우들은 매 삶 속에서 활성기가 올까 봐 두려워하며 오늘을 잃어갈 때도 많겠지만 오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오늘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어떤 그대들도 또다시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 '괜찮아'하며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번이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미룬다. 예전에는 미룬 오늘을 후회했겠지만, 오늘의 나는 오늘이 행복하려고 미루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미루는 것도 오늘이 빛나고 싶은 내 인생의 행복한 오늘이니까!


당신들의 어떤 인생이든, 오늘이 빛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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