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 모자라서 안타깝고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젊은데 아파서 어떡해 메아리.할머니 시선 속에 묻은 감정의 그림자.아쉽다고 평가하기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허리 아픈 나'도 나. 그냥 나도 나. 둘 다 나.
아름다움 :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하루 혹은 계획한 대로 실행되는 인생. '예측값=결괏값'의 희열. 인생은 안 아름다워♡
악력기 :아빠 손에 호두가 있다면 내 손에는 악력기가 있다! 재활 운동하기 전 하는 준비운동. 손가락 힘 출동시키기 위한 워밍업. 손가락 힘을 쓰는 운동을 찾아보다가 클라이밍을 알게 되었고 이후 찰거머리를 꿈꾸게 된다. 김자인 선수 경기를 디깅하며 '나도 언젠가 저걸 꼭 해보리라' 시전. ('나도 언젠가 저걸 꼭 해보리라' 시리즈는 클라이밍,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서핑 등 다양한 곳에서 계속됨)
안녕 : (↔도전) 아무 탈 없음.하루의 안전한 목표.
앙버터 : 재활하고 혼이 빠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올 때 정신 붙들게 하는 특식. 방어기제 중 하나로, 재활을 갈 때 일어나는 긴장을 재활 끝나고 집에 와서 앙버터 먹을 생각으로 덮어서 해소.
어른 :아픈 시간 동안 느껴지는 어른의 맛. 크레센도, 서서히, 진하게, 쓰게.
엎질러진 물 : 내 상황.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익숙한 체념. 내가 하고 싶지만 몸이 안돼서 할 수 없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 바로 마른걸레로 닦아 지워버리거나 마르도록 그저 내버려두기.
에누리 : 축소.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근육이 어딨어. 매일 하지 않으면 느낌상 반감되는 근육. 불안한 마음에 나서보는 수영장.
에어컨 : 여름 계절통의 원인. 여름이 오기 전 다리 저림이 심해지는데 온도, 습도, 기압에 영향을 받는 디스크는 에어컨 가동에 취약. 같은 맥락에서 비 오는 날도 통증에 영향을 미치므로 날씨는 수시로 확인하며 몸을 관리.
옆모습 : 표정보다 시선이 드러나는 각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더 정확히 보이는 모습. 내가 타인에게서 보려고 노력하는 흔적. 그러면 아픔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왜 : 잊어버리고 싶은 단어. 왜라는 질문에 납득하기 위해선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간략히 삭제하고 주어진 것을 입력. 모든 절차의 생략. 무차별적인 수용. 왜 사느냐는 질문 이외의 세부적 사항은 괄호로 묶어 불필요한 감정 소모 방지. 필요시 괄호 제거. (잊어버릴 수 없는 단어.)
용기 :사라지는 것. 도전을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하는데, 가난해질 용기가 없다.
운동선수 :0.1초를 위해 4년도 견디는 사람. 목표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사람. 약점을 보완하는 사람. 같은 것을 매일 반복하는 사람. 땀 흘리는 사람. 신체의 한계를 버텨내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냥 개 멋있는 사람.
이어폰 : 아플 때 사용하지 않는 것. 상태가 보통일 때 한쪽 귀에만꽂는 소음 차단 장치. 두쪽에 모두 끼는 것은 환경 정보가 입력되지 않고 몸의 신호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외출 시 자제. 몸의 곡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때 누워서 틀어막는 도구.
ㅈ
자아 : 허리 통증과 더불어 극심한 스트레스 유발 요인. 그동안 켜켜이 쌓아왔던 자아와 허리가 아픈 환경 속에서 자라난 자아의 충돌. MBTI가 EEEE였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외부와 단절한 채 완전한 집순이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몇 번의 자아 붕괴와 재건축의 과정. 현재는 리모델링한 자아, 시공사 (주)허리.
자유: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몸, 고통, 물질 등의 한계로부터 벗어난 환경. 궁극적인 인생의 지향점. 프리덤!!!!!!!! 아무리 외쳐도 갈증이 난다.
작은따옴표 : 문장 부호 중 하나로 (' ')로 표기. ①마음속으로 한 말을 적을 때 사용.내 안에 수많은 마음속 혼잣말-작은따옴표-를 양산.②중요한 부분을 특별히 나타내 보일 때 쓰이기도 함. 내 마음으로 써 내려간 '브런치 글'
재활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생활하기 위한 준비사항은스파르타 운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과머리와 힘을 쓰기 위한 탄수화물. 소요시간, 1시간~ 1시간 30분.계속 주어지는 미션의 승리와 패배, 반복. 선생님이 임무의 성공 공식을 가르쳐주면 나는 일주일 동안 그 공식을 몸으로 풀며 연습을 되풀이. 선생님은 수학책, 나는 수학익힘책. 막바지로 갈수록 내 정신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와 맞닥뜨리며 미션을 실패해 좌절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갱생을 위한 레벨업 반복 운동.
정선근 : 척추의 신. 별이 다섯 개 아니 오조오억오천오백오십오만개여도 모자란 알려진 허리디스크 맛집. 디스크탈출 초기, 고통이 극심할 때 특히 도움을 받은 선생님. 온갖 책과 유튜브를 섭렵하고 병원에도 가봤지만 결국 이 선생님의 이론이 허리디스크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됨.
▷ 정성근 교수의 이론 다섯 줄 요약 : 그냥 누워 있어라. 찢어진 디스크가 저절로 아물 때까지. 디스크가 아물었다고 생각하면 걷기 운동을 하고 평소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라. 운동으로 좋아지는 허리는 없다. 바른 자세로만 좋아질 뿐이다.(더 자세한 설명은 책 '백년허리' 참고)
전쟁영화 : 수술 부작용으로 누워있는 동안 탐닉했던 영화 장르. 죽음과 절망 사이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를 보며 희망을 품고 싶었다.
정답 : 없음
조금씩 : (↔벼락치기) 한꺼번에 할 일을 잘게 쪼개 나노 단위로 진행 중. 폭주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지정석 : 내가 편한 자리. 매번 그곳으로 향함. 도봉산역 5-1, 군자역 5-1, 둔촌동역 1-4 등 지하철 휠체어 자리, 계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로 직행할 수 있는 전동열차칸. 스타벅스의 긴 원목 테이블 등 서 있을 수 있는 자리. 여기저기 이동할 때마다 편한 자리를 외우는 덕분에 암기력 +4 상승.
짐 : 내가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고통과 질병은 아빠의 화를 돋우고 엄마의 근심을 기르고 가족의 행복을 저해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1명의 몫을 하지 못하고 0.5의 몫만 간신히 해내고 있다고 여겼다. 내 방식대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0.6이 되지는 않아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사라진 대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거나 오히려 잘된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런 존재였다.
집 : 항상 가고 싶은 곳.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곳.
집중력 :현저히 저하된 힘. 매분매초통증이 계속 신경을 방해해서 어느 것에도 100프로 한 곳에 정신을 모을 수 없음. 공부할 때 딴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통증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수험생활을 할 때 특히 괴로움.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찜질 :고통 경감.
짝사랑 : 금지된 것. 친구들대부분을 짝사랑했고 애정 공격을 퍼붓곤 했으나 아픈 후에는 전면 중지. 맹목적으로 사람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내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멈칫. 허리 균열은 생각 안 하고 짝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나올 때마다거리를 두려고 자제 중. 때로 줄줄 새어 나오는 감정을 혼자서 낑낑거리며 정리.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만큼 스스로를 짝사랑한다면 좋으련만.
ㅊ
차돌된장찌개 : 허리와 맞바꿔 차리는 만찬 제1호 메뉴.허리디스크 환자는 설거지와 요리 금지모드이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나도 덩달아 건강해질 것 같아서 고통을 무릅쓰고 끓였던 보글보글 집밥 요리. 이날만큼은 굳이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 게 음식에 대한 예의.
천장 : 하루 동안 가장 많이 보는 곳.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시야는 항상 로우앵글.
척 : 척척 일을 해내는 척하기. 허리 안 아픈 척, 혼자도 괜찮은 척, 안 외로운 척, 안 힘든 척. 나는야 척척박사!
초록 :내가 키우는 반려식물의 이름. 초록이를 보며 시간을 느끼고 나도 성장했을 거라고 믿었다. 나를 닮아서 이제 혼자서도 잘 크는 녀석. 기특!
친구 :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쁨. 아픈 후 가장 먼저 눈에 띄게 사라진 것. 결혼식을 하면 친구가 정리된다던데, 나는 허리디스크로 정리됐다.아픈 것보다 친구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슬프게 다가왔던 지난날. 그럼에도 아픈 날 보러 멀리까지와준 몇몇은 진짜일 테지.
침대 : 아프고바꾼 것중에 가장 비싼 물건.힘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가장 오래 머무는 곳.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양탄자처럼 날아다니는 침대를 상상하곤 함.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이제 너무 편안하고 익숙해진 곳.
ㅋ
코로나 : 재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일을 멈추자마자 발생한 대혼란. 세상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변화는 고정값'이라고 다시한번 머릿속에 못박은 바이러스. 다들 코로나로 집밖에 못나가 코로나블루를 얘기하곤 하지만 나는 미리 7년전부터 자가격리를 실행하여 타격감 제로.
ㅋㅋㅋ : ㅠㅠㅠ 대신 쓰는 말. 가벼워 보이고 싶을 때 사용. 사용의 예 : 힘들어ㅠㅠㅠ 대신 힘들어ㅋㅋㅋ, 허리 아파ㅠㅠㅠ 대신 허리 아파ㅋㅋㅋ.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드러내고 싶으면서 숨기고 싶은 마음의 반영. 카톡의 다양한 이모티콘은 ㅋㅋㅋ의 변형.
큰따옴표 : (“ ”)로 지칭되는 것으로 대화를 표시하거나 남의 말이나 글을 직접 인용할 때 사용. 앞으로는 큰 따옴표와 작은따옴표가 반반인 인생을 살고 싶다. 혼자 속으로 말하기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고 혼자 인터넷으로 소리를 듣기보다 전기신호를 거치지 않은 날것의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다.
클로드 모네 : 수련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인상파 화가. 심한 우울증과 눈병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간 인간. 그럼에도 매번 수련을 그렸다.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구름이 있는 날, 없는 날. 아픈 날, 아프지 않은 날. 그가 남긴 수련 작품만 250여점. 수련을 그리고 또 그리며, 같은 장소를 매번 새롭게 바라보았던 점, 빛에 천착하며 빛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화가가 눈이 아팠을 때에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갔던 점에서 대단함을 느낀다. 그의 그림을 보며 고난의 삶 속에 스며있었던 열정을 본다. 좁다고 느끼는 내 방도 매번 다른 곳이 될 수 있으며, 내가 아플지라도 아니 아프기 때문에 글을 써야한다고 거실에 걸려있는 액자 속 모네그림이 속삭인다.
클로즈업 : 좁은 세계, 좁은 시야. 인생은 콩알만 한 나의 세계 안, 코 앞에 있는 작고 소중한 것들의 클로즈업 숏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하늘 아래 모두 다 코딱지.
ㅌ
통증 :몸의 비명.온갖 고문도구. 타노스. 통증이 심해진 순간 모든 게 파괴되고 의미 없어짐. 흐르는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흐르는 통증은 기꺼이 시간도 느끼게 만든다.
통화 :그나마 있는 친구와 통하는 법. 바깥 소식통. 문자를 하는 것 또한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를 유발하므로 되도록이면 전화하는 것을 선호. 문자와 카톡은 정해진 시간에 확인. 일할 때 빼고는 핸드폰 접근 금지. 아직도 갤럭시S8 사용 중.
퇴사 : 언제든 허리가 더 안 좋아지면 해야 하는 행위. 항상 마음의 준비 중.
ㅍ
파스 : 힘들 때, 괴로울 때, 일할 때, 무슨 일이 있을 때, 언제든 함께하는 원수. 애증의 물질. 지독하게 날 따라다니는 냄새. 내 방 냄새. 아프다고 티 내는 것 같아서 싫은데 없으면 왠지 불안하고 허전. 오늘 하루가 조금 힘들 것 같을 때 다리와 허리에 붙이거나, 붙이지 않아도 가방에 넣어두면 왠지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든든한 내 삶의 지원군. 넘어질 것 같은 몸과 마음을 일으켜주는 천사. 너무 많이 붙여서 이제는 파스의 화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지만 정신적인 효과는 아직 유효. 매달 로켓 배송으로 항시 구비중.
패러글라이딩 : 허리가 다 나으면 하고 싶은 액티비티. 자유를 몸으로 느낀다면 패러글라이딩 하는 느낌일 것 같아서.
평범 : 호락호락하지 않은 보통의 상태.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정도. "잘하려고 하지 마. 그냥 평범하게 해."의 그 평범. "모나지 않게 중간만 가"의 그 중간. 그냥 하면 안 되고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수준. 중간이라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단계로 탁월함의 비슷한 말. 이제 평범이라는 단어는 특별함으로 얼룩져있다. '평범한 직장인' 혹은 '평범한 미래' 따위는 없으므로.
포옹 : 문득 필요한 것...
ㅎ
하늘 :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해가 뜬 날도, 결국 변하고 변해도 늘 존재하는 것.머리 위 무한한 공간의 말없는 위로.
행복 :다시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아크릴 물감으로 그라데이션 하기, 카카오 자전거 타기, 유튜브에서 본 요리 따라하기, 동료와 점심시간에 커피 마시기, 카페에 가서 글쓰기 등 아픈 허리를 조금씩 적응하며 되찾아가고 있는 일상 속 나의 소소한 행복들.
혈액순환 : 허리 때문에 오래 누워 있어서 얻은 뜻밖의 걱정거리. 누워서 허리를 쉬게 할 때 혈액 순환도 같이 쉬면서 문제 발생.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가 터지는 이상한 시스템. 결국 몸은 하나다.
화상 : 가벼운 2도 화상 자국은 내 몸의 문신. 허리찜질기 모양대로 화상 자국이 있고, 다리에는 멘소래담을 많이 발라 피부가 까져서 딱지와 발진이 생김. 피부는 희생양. 통증보다 화상이 나으니까.
환자 : 미래가 헝클어진 존재. 나는 환자인가 아닌가.환자로 봐야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의 경계가 모호해서 생기는 의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허리의 문제는 삶의 문제로 성큼 넘어가 돌고 도니까. 허리는 씨앗처럼 심어있으니까. 허리는 내 삶에 주름을 만들고 내 삶은 금이 갔으니까. 그래서 '아직' 허리디스크 환자입니다. ('아직'을 강조한 건 지금이 지속되지 않을 일시적 상태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입니다.)
K
KUNMMONS : 건몬스는 내 이름의 '건'자와 시몬스 침대의 '몬스'의 합성어. 높은 난이도의 체조 기술을 흔들림 없이 구사하는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를 보고 시몬스 침대의 광고 문구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시몬스 바일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서 착안. 나도 그녀처럼 코어가 단단하고 건강해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이름. 아직은 침대에 누워있지만 언젠가 침대에서 벗어나서도편안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깃든 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