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듯

그런 날이 있다

by 쿤스트캄

잠을 설친 걸까. 연말이라 싱숭생숭한 걸까.

목은 걸걸하고 속은 더부룩하고 심장은 부은 것만 같은 하루를 보냈다.


며칠째 계속된 불편함. 주말을 꿋꿋이 이겨낸 나는 잠이 들었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물소리가 났던 것과

엄청 웃은 기억의 교차로에 서있던 나를 보았다.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은 아주 기분이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의 하루가 시공을 질러 흘러가면서 한낮 꿈 생각은 일도 들지 않았는데,

다시 밤이 찾아오자 다시 기분이 말끔해지면서 누군가 떠올랐다.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친구에게 다짜고짜 인사를 건넸다.

본지 너무나 오래돼서 기억이 흐릿할만한데, 아주 명료한 그 시절이 생각났달까.


인사를 건네고 노란 채팅방을 보니, 작년 이맘때 연락이 와있었다.

제대로 된 대화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멈추어진 화면처럼 말이다.


한국에 언제 마지막으로 왔었는지를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난다고.

2013년인지 2017년인지 그 사인지 도무지 회로를 돌려도 정확한 때는 알 수 없지만

엄청 웃었던 그 마스터피스가 그때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셜미디어가 없던 때에, 손재주 많은 친구의 그림을 보기 위해

캠을 켜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차를 극복해 가며 시간을 공유하는 건

사실 굉장한 낭만적인 순간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은 나를 그려달라고 했던가. 친구는 엄청난 괴물을 나에게 제시헀는데

사지가 멀쩡한 토끼인데 왠지 모르게 아주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그러나 정이갔다.

그 시절 이미지를 나의 초록창 프로필 이미지에 두는 이유는

귀차니즘이 반이상 차지하지만 나머지는 그 시절이 그리워서다.

교체하는 순간 친구와 영영 인사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짜증이 나는 이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 수 있다는 것 깨달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초록창에서 찾아 이미지 스크린숏을 보내주니

자신의 마스터피스라고. 껄껄대고 웃고 말았다.


그러더니 최근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의학저널에 실린 페이퍼를 보내왔다.

찾아보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절로 보이는 친구의 그림체와 서명.

지난 시절 친구의 능력이 저렇게 쓰일 줄이야.


어디서든 어떻게든 잘 지낼 사람이라는 걸 아는 나지만

친구가 정말로 보고 싶어 졌다. 같이 웃고 싶어졌다.

근데 막상 만나면 여전히 엄청 싸우겠지. 처음으로 무지 보고 싶다.


시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잠이 들고 깨어나니

꿈꾼 것만 같다.


25년 12월 15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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