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풍경

볼 빨간 너에게

by 쿤스트캄

볼 빨간 친구를 만나게 된 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었을까.

자연친화도시라는 미명하에 볼이 터질 것 같은 해님과 함께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동물 친구들과 놀이터와 친해질 무렵 자전거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알게 된 D라는 친구가 퇴근 후마다 여러 차례 강도 있는 훈련을 해줬고.

마침내 스스로 걷게 된 갓돌 지난 아이처럼

신비로운 마음으로 자전거 바퀴를 돌릴 수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베이에서 스스로 찾아 주선한 새하얀 피부로 우아미를 자랑했던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주인의 마음 때문인지 나는 한 번에 마음이 쏠렸다.

다음 날 저녁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바람 아닌 바람 덕에 볼 수 없었고 너무 야속한 밤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렸고 마침내 다시 약속을 잡았다.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고 기다렸는데 문자가 한통 왔다.

주인이 간밤에 자신의 실수로 친구랑 헤어졌다는 것.

이름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첫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함께 달린 그 친구랑 이렇게 허무하게 이별선언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후유증을 앓았다.

한 주, 두 주. 이후 다른 보라끼 가득한, 초록 물씬한 친구들을 보았지만 마음이 영 가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를 수 주 째. 마침내 볼 빨간 하지만 조금 아파 보이는 친구와 만났다.

내가 잘 보살펴줄 수 있으리라 마음먹고 만났는데, 언어가 달라서인지 계속 병세가 커졌다.

체인, 시트, 기어를 바꿔가며 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함께 달려보았다.

물속에 퐁당 들어가는 기분만큼 가뿐하게 날아갈 듯 행복했다.

근처에 호수가 있는 공원을 돌며 이렇게 행복한 바람맞기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이제 나아졌구나 싶었고 대화를 시도하고 싶어 졌는데

다시 토라졌다. 체인이 연결되어 있는 톱니바퀴 두 쌍 이하 모든 것들이 다시 고장 났다.


마음에 병이 깃든 아이였을까.

언제쯤 어떻게 해야 회복될까.

그렇게 슬프게 하루하루가 흐른다.

이전에 알게 된 수리공 아저씨에게 연락했다.

볼 빨간 친구를 보여주러 갔다. 우리는 달리지 못한 채 걸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많이 슬펐다. 엉엉 울고 싶었다.

온갖 애정과 사랑을 주었는데 짝사랑이었나 보다.

아저씨는 다른 친구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시퍼렇게 질려있는 친구였다.

차가워 보이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볼 빨간 친구는 여전히 앓는 소리뿐이었고.

다시 파란 친구와 함께 걷고 달렸다.

하루는 친구도 만나고 시내 구경도 시키고 싶어 장거리행을 감행했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다시 돌아왔다.

굴러가지 않는다. 걷기조차 거부한다.

나는 볼이 파래졌다. 시간이 지나도 붉은 기가 나지 않는다.

볼 빨간 친구가 질투한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 있는 걸까.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내 곧 무서워졌다.

나는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어른아이인가 보다.

아저씨에게 말씀드렸고 결국 응급차로 후송했다.

그리고 떠났다. 아마도 조만간 시술을 받겠지.

볼 빨간 친구의 질투심은 정말 무섭다.

혼자만의 짝사랑은 아니었던 거겠지.

따뜻한 겨울은 언제 오나.


2018년 11월 15일 씀




터키 아저씨 댁에서 수술받고 새 삶을 살고 있다면 씽씽 달리고 있기를 기도한다.

내 인생 첫 자전거나 다름없는 가장 작은 나의 공간이었던 볼 빨간 친구가 그리운 밤이다.


2025년 3월 20일 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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