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없는 상태
어제 길 한복판, 그레이 카펫 위 의지와 무관하게
꽈당 퍼포먼스를 하고 말았다.
며칠 전 어릴 적 친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채팅방에서
오랜만에 뒷구르기나 연속 앞 구르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사실 올해만 두 번째 꽈당을 한 나는
이제 살아 움직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순식간에 거리가 조용해졌고 몇몇 사람들이 달려와
괜찮냐는 말을 건넸지만 정말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다.
귀가 먹먹해지더니 다시 소리가 들리기까지 몇 초가 흘러을까.
대답을 하는 걸로 보아 인지에는 문제가 없고,
그 찰나에 가방으로 막아 얼굴은 멀쩡했고,
응급차를 불러준다고 했지만
요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130미터 거리에 있는
정형외과에 토끼와 거북이보다 느린 보폭으로 향했다.
30분 후 도착한 그곳에도
미슐랭 레스토랑 못지않은 웨이팅이 있었고,
아파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마를 때쯤 누군가 나를 호명했다.
무릎 연골 쪽 뼈가 부서지다니,
금이 간 건 아닌 데 간 것처럼 보인다는 선생님 말씀에
마음이 주저앉고 속상함이 밀려왔다.
엑스레이 촬영과 처치와 냉동치료까지.
영하 80도의 바람에도 전혀 감각이 없는
나의 몸뚱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최근에 성장한 나의 살가죽이 나를 지켜내서일까.
3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진료를 받은 후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놓인다.
약을 먹기 위한 밥을 먹고 나니
여행에서 돌아온 행복해 보이는 엄마가 등장했다.
그러나 행복한 표정은 금세 사라졌고 여행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바스러진 몸을 견고하게 붙여서 보물처럼 아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