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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Nov 13. 2017

22. 마인드, 컨트롤

일단 생각하다

제법 가을 냄새가 나는 주말에 절친을 만났다. 나의 절친은 헤어진지 6개월정도 된 옛 룸메이트이자 20대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일기장 같은 존재이다. 현재는 동거인에서 동네 친구가 되어서 주말에 약속 없으면 말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이다. 친구는 가방 디자인을 하는 4년 차 디자이너이다. 둘 다 디자이너라서 만나면 디자이너의 고충(?)과 약간의 회사 불만 이야기로 몇 시간을 보낸다. 이번 주말에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자신감이었다. 디자이너로의 자신감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디자이너에겐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신감이 생긴다' 라는 말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막내 일때는 선임한테 밤새 작업해서 작업물을 갖고 가면 깨지는 일들이 많다. 그럴때면 '기가 죽는다'라는 일이나, '주눅이 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자신감이 떨어진다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 자신감이 좌지우지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디자인이 너무 어렵고 흰색 포토샵 흰색 캔버스가 무서울 때가 있다. 나만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 거 같은데 하면서 비교가 시작이 된다. 그럼 또 월요일 오는 게 싫어진다. 쳇바퀴처럼 돌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좌절 상태에 빠져서 기죽고 두려움에 허우적거리면서 출근하기 싫어하는 그런 내 모습 보면서 한심해졌다. 흔히들 땅굴 파고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나는 내 나름의 그 땅굴에서 나오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 마음을 보지마'


 '내 마음에 두 가지가 있을 거야. 기죽어서 자신 없는 마음, 왜 나도 잘할 수 있어 라는 마음이 있을 거야. 그러면 자꾸 너의 기운 없는 모습을 보지 말고 자신감 있고 오기 있는 너의 모습, 너의 마음을 보려고 해봐' 

'그리고 두려운 마음 못 본척해, 자꾸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말고 너한테 파이팅을 해줘 머 어쩌라고 나도 할 수 있어! 이렇게!'  


내가 이런 마음으로 그 땅굴에서 나온다. 이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마인트 컨트롤이었다. 한창 선임한테 작업했던 거마다 지적을 받았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 1년 넘게 그랬던 거 같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못할 거 같다는 마음을 자꾸 되새겼다. '나는 잘못하는 거 같아. 디자인이 내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 이런 자신 없어하는 나 자신이 싫어서 그때부터 그 마음을 그냥 모른 척 하기 시작했다. '몰라 머야 그냥 하면 되지 머' 속으로 말하면서 자신 없어하는 마음을 생각을 못 본 척 하기 시작했다. 못 본척하다 보니 그 생각이 내 머리를 차지하는 비율은 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편해졌고 작업을 하는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디자인하는 게 즐거웠다. 




다들 잘 못하거나, 실수를 하게 되면 두렵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피하려고 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두려운 마음을 못 본 척하면 된다. 무시하면 된다. 잊어버리면 된다. 그 마음을. 이게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힘들 때 버티는 힘이고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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