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st Yul Jan 29. 2018

31. Footer까지.

일단 생각하다

체력장.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에 치여있을 때쯤 우리들의 기초체력향상을 위한다고 체력장을 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100m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던지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는 남학생들이 팔굽혀매달리기는 여학생들이 한다. 나는 팔굽혀매달리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1초를 못 버틴다. 철봉에서 무참히 떨어지고 나의 체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체력장의 클라이맥스인 오래 달리기를 하기 위해 친구들이랑 출발선에 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힘든 관문(?)이었다. 운동장 10바퀴 이상 뛰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처음엔 호기 좋게 친구들이랑 장난치면서 뛰기 시작한다. 1-2바퀴는 힘껏 뛴다. 2바퀴가 끝인 거처럼 말이다. 그렇게 처음에 너무 많은 힘을 주고 달리면 완주하기가 점점 지친다. 그리고 중간쯤 가면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런 몇 번의 고비가 온다. 그러나 잘 뛰는 친구들 보면 처음과 끝의 페이스가 비슷하다. 그런 친구들은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러면 체력장의 점수는 단연 좋다.

 

디자인 작업들 중 오래 달리기와 같은 작업들이 있다. 호흡이 긴 프로젝트들이 그렇다. 보통 호흡이 긴 프로젝트라는 것은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는 작업들을 말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다는 마음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멋진(?)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오래 달리기 1-2바퀴를 뛰는 거처럼 말이다. 온갖 힘을 쏟는다. 그런데 여러 번의 시안 수정과 여러 팀들과의 이야기로 인해서 금방 런칭될 수 있을 거 같다는 내 마음의 시간과 다르게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더디게 간다. 그러면 처음에 시작했던 그 집중력과 그 힘은 점점 떨어지고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새로움의 갈증과, 이쯤이면 됐어 라는 생각들로 마무리를 하기 시작하면 결과는 당연히 딱 중간 정도만 하게 되는 거 같고 먼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처음엔 신나게 하다가 작업의 끝이 보기 시작하면 처음보다 약해진 집중력과 힘 때문에 마무리를 해야 할 지점에서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진다. 그러면 나는 "왜 디자인이 끝이 약해? 끝에서 힘이 빠졌어"라는 말을 선임들에게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흠칫하고 놀랐다. 디자인에서도 그게 보이는 구나. 그 후 나는 지키려고 한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과 작업을 끌어가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한다다고, 오래 달리기에서 좋은 결과를 넣어낸 친구들과 같이 처음과 끝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이 프로젝트를 마지막까지 잘 끌고 나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다. 앞서 이야기도 했지만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 제작을 할 때 흔히 기본적인 구조에서 Top 메뉴가 있고 위에서 아래로 컨텐츠들이 채워진다. 중간까지는 레이아웃, 폰트 사이즈, 컨셉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 클라이언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컨텐츠까지 잘 채워지면 그 순간에 집중력이 흔들린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 아직 디자인의 골인점까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웹사이트의 골인점은 웹사이트의 Footer인데 말이다.(Footer는 회사의 카피라이트, 주소, 연락처 약관 및 등등 보통 포함되어 있다) Footer까지 잘 마무리가 되어야 그리고 정리가 되어야 하나의 웹사이트가 완성되어 보인다. Footer가 깔끔하지 않거나 힘을 잃게 되면 사이트가 만들다 만 사이트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여전히 나같이 성격 급하고, 1-2바퀴에 힘을 다 쏟을 줄 밖에 몰랐던 나에게 긴 프로젝트를 같은 호흡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어렵다. 어렵지만, 좋은 결과를 좋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선 그 마무리. 디자인의 푸터까지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오래 달리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친구들처럼. 골인점까지 들어오기 전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30. 기획서에 대한 해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