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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Jan 22. 2018

30. 기획서에 대한 해석

일단 생각하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  우리나라 속담이다. 네이버에서 알려주는 저 속담의 뜻은 - 속언짢은 일을 유리하게 둘러 대어 해석함을 이르는 말 - 이다. 새로운 컨텐츠에는 분명 클라이언트가 있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기획하고 내용들을 기획서로 정리된다. 그리고 그 기획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전달된다. 그렇게 전달된 기획서를 받아서 각 파트별로 회의를 한다. 내가 작업하기 전 기획자에게 전달 받은 기획서들은 컨텐츠와 화면 기획서 (와이어프레임)으로 구성된 기획서가 전달된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는 몰랐다. 그 기획서가 잘 된 것인지 부족한 기획서인지,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안다. 그리고 그 기획서를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스킬(?)도 생겼다. 


기획서를 대하는 코찔찔 신입 디자이너는 기획서에 그려진 와이어프레임을 보고 당황한다. 기획서를 열면 필요한 내용들이 도형과 글들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당황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기획서와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획서에 잡힌 레이아웃을 하나 바꾸면 안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다. 그러면 당연히 기획서와 같은 디자인으로 작업을 해서 선임들한테 가지고 간다. 그러면 쏟아지는 소리는 

'네가 기획자야? 네가 오퍼레이터야? 생각을 해야지!' '다시 해봐'라는 말들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리로 돌아오면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는 거지?, 어떻게 기획서를 봐야 하고 기획서에 나온 내용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지' 막막해했다. 그런 동시에 옆자리에 있는 선임의 컴퓨터를 힐끔힐끔 봤다. 그러면서 눈치껏 따라 하거나, 물어보면서 작업을 했었던 거 같다. 이렇게 기획서와 눈치 싸움을 하면서 몇 번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조금이나마 기획서를 해석하는 나만의 눈이 생겼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후임들에게 내가 터득한(?) 내가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전달한다. (사실 디자이너의 방법은 없다. 해법도 없다. 그냥 약간의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하는 컨텐츠는 꼭 들어가기만 하면 되고, 기획의 의도를 파악만 하면 된다. 그 외는 너의 생각대로 컨텐츠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의도가 더 잘 전달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다면 다 바꿔도 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말고 니 생각대로 해. 그냥. 


그러면 기획서라는 틀에서 벗어나 재밌는 디자인이 나오는 거 같다. 아무리 부족한 기획서를 받아도 기획서를 나름 디자이너 시선에서 더 나아가서 기획을 한 기획자보다 더 좋은 기획을 제안까지 하는 내 모습을 봤을 때는 뿌듯하기도 하다. 앞서 적었던 꿈보다 해몽이 좋다가 이런 뜻이다. 꿈은 기획서로 해몽은 디자이너이다. 당연히 좋은 기획서가 있어야 그만큼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만 기획서가 아쉬워도 디자이너는 해석한다. 어떻게 하면 기획의도가 전달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꿈보다 좋은 해몽으로 잘 풀어간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몇몇 기획자들이 대충 기획서를 작성해서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디자인을 보고 기획을 다시 한다. 모든 기획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이런 작업 플로우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성의가 없는 기획서를 전달받았을 때는 해몽도 하기 싫다. 그리고 신뢰가 깨진다. 그 부분은 내가 겪었던 극히 몇 안되는 기획자들의 이야기다. ) 


나는 꿈보다 해몽을 좋게 만드는 디자이너이고 싶다. 

아무리 안 좋은 꿈이라고 해도 해몽을 잘하면 그 꿈은 어느새 좋은 꿈으로 둔갑하게 된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좋은 에너지로 바뀐다. 디자이너도 설사 부족한 기획서가 전달되어도 디자이너의 좋은 해석으로 좋은 컨텐츠가 나오고 그 좋은 컨텐츠가 사용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으니 해몽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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