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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Dec 18. 2017

27. '대세에 지장이 있어?'

일단 생각하다 

몇 년 전에 굉장히 회사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엄청나게 마라톤 회의와 끊임없이 디자인 수정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면서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디자인도 함께 하시는)이 '그게 지금 대세에 지장이 있어?' '그 이야기를 해서 우리의 시간을 투자할 만큼 지장이 있는 거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선임이 디자인의 한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그 요소들이 작업의 디테일을 퀄리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소리야. 지금 다 중요한 거 아닌가. 저 이야기는 무슨 말이지? 라면서 대표님이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푸념했었다. 오히려. 맞다. 지금은 저 이야기가 그냥 흘려버리는 그냥 또 예민하셔서 하는 이야기이네 라고 넘기기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느끼는 동시에 나 스스로의 딜레마가 생겼다. 대표님이 하신 이야기도 이해되고, 그 대세에 지장은 없지만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가. 


그럼 여기서 디테일은 무엇인가 디테일의 범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이것은 한 끗 차이 일 거 같다. 디테일을 논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요즘 회사 사이트를 제안하고 있다. 여기엔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있다. 오픈일과 퍼블리셔, 개발자에게 줘야 할 시간들에 대한 일정에 대한 것은 당연하게 있다. 시간이다. 어떤 사이트를 제안하면 일정은 필수이다. 서로 이 일정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이 점에서 나는 대세이냐. 디테일이냐를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대세는 일정이고 디테일은 나의 자존심(?) 같은 거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디테일 요소를 무조건! 원하는 것이다. 왜냐면 나는 디자이너이고 디자이너는 사용자들에게 예쁘고 사용이 편한 것들을 제공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으로 사이트를 제작하고 퍼블리셔와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일정을 더 빠듯해지고 퍼블리셔도 나도 사이트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급기야 사이트 오픈 일정이 미뤄졌다. (디자인 때문은 아니고 여러 상황들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오픈 일정이 미뤄지는데 내 생각 오류는 없었는지 생각하던 중 대표님이 말했던


 '그것들이 대세에 지장이 있냐?'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 시점에 그 말이 생각난 것은 아마도 나는 선택을 하지 못했던 거 같다. 양손에 다 쥐고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이었던 거 같다. 그것이 대세에 지장이 주지 않는 것들까지 붙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아집에 빠져있었던 건 아닌가. 이 부분이 디자이너의 자존심인가. 아니면 괜한 고집 아녔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디테일한 부분이 아닌 그냥 단순히 내 욕심으로. 다른 팀들과 협업할 때 일의 진행이 안되고 있을 때 내가 괜한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어떨 때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선택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처음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선택과 내 생각이 한 끗 차이로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퀄리티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매주 디자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적어보지만 항상 디자인은 매번 어려운 거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글에서 느껴지는 거처럼 내가 한 선택이 대세에 지장이 있는지 없는지에 퀄리티에 대한 판단까지 생각하면서 결정을 하기엔 어렵다. 무지하게. 하지만 이거 또한 배우고 알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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