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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Feb 25. 2019

첫 마음

Where am I?

오랜만에 기다려서 보게 된 드라마 하나가 생겼다. 이나영, 이종석 주연인 [ 로맨스는 별책부록 ] 이라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 처음엔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 라 생각했는데, 참 이 드라마. 몇 회마다 잠깐 몇 분? 정도 나를 돌아보게 했고, 결국엔 브런치에 글을 쓰게 했다.


이나영이 여주인공이고, 직업은 왕년에 잘 나갔던 마케터였던 거 같고 지금은 경력단절에 유부녀에 출판사로 스펙을 다 숨긴 채 신입사원으로 경영지원팀에 입사한 캐릭터이다. 여주 설정 설명하는데 이렇게 길 줄이야.

이렇게 긴 설정을 설명한 이유는 내가 글을 쓰게 한 이유이자,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좀 더 이야기를 해야겠다. 드라마 이야기는 강단이 (여주 이름) 일개 경영지원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지만 회사에서 자기 일 이외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하고 도전에 성과를 이루고도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좌절하지만 결국엔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다. 여기까진 뻔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나영이 마지막에 이런 내레이션을 한다.


[ 다시 시작한다. 빛이 나지 않는 일부터, 나한테 주어진 일부터 다시 일을 배운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거부터 다시 처음부터]  


이 내레이션에 나는... 생각을 마음이 멈칫했고,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내가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나고 떠올랐다. 그때 나는 나는 디자인이 먼지 잘 몰랐고, 전공도 아니고 단지 선임이 포토샵에 만들어내는 그려내는 작업물이 좋아 신세계여서 멋져 보여서 뛰어들었다. 그리고 포토샵 하나 다루지 못했던 나는 포토샵 하나를 잘 다루기만 하면 좋겠다. 달력을 만들어 보고 싶고, 사과의 그림자를 포토샵으로 잘 그리기만 해도 좋다. 그 이후는 괜찮은 회사에서 들어가 야근을 하면서 디자인을 해봤으면, 철야를 하면서 열심히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 시안이 채택되길 하는 마음으로 일이 아닌 디자인을 했다. 그게 나의 첫 마음이었고 그러다 보니 흰 캔버스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흰 캔버스를 켤 때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뀐 지금. 디자인을 좋아하게 됐다.


첫 마음이 생각이 났다. 디자인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라는 마음. 간절했던 마음. 이거 저거 재지 않고 힘들지만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던 그때 그 마음을. 참. 잘하고 싶다는 순수했던 마음이.


청승맞겠지만, 뭉클했고 코끝이 찡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 잠깐 나에게 조금의 쉼을 준 후 다시 현업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기본부터 다시 열심히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디자인을 할 수만 있으면 하는 마음 그때처럼 간절하고 코끝이 찡한 만큼 해야겠다.


오랜만에 초심이라는 첫 마음을 갑작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이 드라마. 참. 나 디자인 좋다. 잘하고 싶고 뽐내고 싶을 정도로.

 

*대문사진 - [로맨스는 별책부록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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