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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st Yul Aug 18. 2017

야근의 끝, 철야

일단 생각하다

프럼에 들어간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LG전자 제품 설명에 대한 글로벌 페이지 작업을 처음으로 입사동기 친구와 둘이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런 작업으로 야근을 하고 철야를 했지 하고 웃으면 이야기를 한다. 호기 좋게 우리끼리 잘 해보자! 하고 시작된 작업은 막상 기획서를 보고 흰 캔버스를 켜고, 선임님들 없이 작업을 하라고 하니 정말 막막했었다. 고작 제품 기능 설명 4가지였다. 분명 선임님들은 후딱 러프 안을 잡고 디테일 작업을 들어가는 걸 분명 옆에서 봤었는데 하.. 이건 먼지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시간을 각각 이리저리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어느새 자정은 지나가고 잠은 쏟아지는데 캔버스에 그려진 작업물은 마음에 들지 않고, 머리가 삐죽삐죽 서기 시작했다. 음악은 엄청 크게 틀어놓고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작업은 계속했다. 그러다가 보면 동뜨는 걸 봤다. 해 뜨는 동시에 우리의 작업도 끝났었다.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 있는 소파에 널브러졌었다. 그렇게 작업물은 선임님한테 검사를 받고 클라이언트에 넘겨진다. 그동안에 선임님한테 못했다고 혼도 나고 간간히 칭찬도 받고 오전에 퇴근을 했다. 집에 갈 때는 순간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로 녹초가 되어있다. 그리고 오후에 내내 집에서 뻗어서 잤었다. 


이렇게 2년 넘게 보냈던 거 같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기까지 클라이언트가 준 시간은 부족하고 하루가 부족하고 그러다가 야근을 하다 보면 다음날 해가 뜨면 작업이 끝이 났다. 


그때는 정말 싫었다. 야근하고 철야하고 이런 패턴이 정말 답답할 정도로 싫었다. 체력도 떨어지고 피부도 상하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라는 단어 말하면 너무 진부하지만, 이런 시간 동안 나는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그래도 그 시절도 고생은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 같이 고생했던 나의 동기들과의 작업했었던 때고 돌아가고 싶다. 왜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술안주로 같은 이야기를 매번 하는지 알 거 같다. 




뻔하지만 이 시간이 있어서 지금은 고맙고 그립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를 성장하게 해줬다. 야근, 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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