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조직검사는 힘들어

by 나달

처치실 문이 닫힐 때마다 아이들의 비명이 복도를 찢었다. 끌려 들어간 아이들은 한참 뒤에야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나왔다.
그곳은 서울대 어린이병원 6층 62 병동, 암병동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는 그 병동 5인실에 입원해 있었다.
신장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밤 열두 시부터 금식을 했고,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아침 10시쯤, 젊은 의사가 병실로 와 신장 조직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등에서 신장에 바늘을 찔러 조직을 떼어내는 검사라고 했다. 출혈이 있을 수 있고, 드물게 쇼크가 올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동의서를 내밀었다.


“아프진 않아요?”


나는 대답을 기다리기보다, 처치실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


“부분마취를 할 테니 많이 아프진 않을 거예요.”


의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동의서를 내밀었다.
엄마는 서류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사인을 하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국 사인을 했다.


잠시 후, 그 처치실에 들어갔다. 방은 좁았고, 의사와 간호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환자분, 엎드려 볼까요.”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돌려 엎드렸다.


“마취할게요.”


간호사가 붉은 베타딘을 등에 바르고, 의사는 초음파 화면을 들여다봤다.

곧 긴 바늘이 등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밀려드는 느낌이 불쾌했다. 잠시 후, 바늘은 다시 빠져나왔다.


“한 번만 더 찌를게요.”


이번에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던 의사의 손이 잠시 멈췄다.

다시 바늘이 깊게 들어왔다. 푹 하고 찌르는 통증에 신음이 새어 나왔다.


“괜찮아요. 금방 끝나요.”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아프다고….’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말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의사는 세 번째 시도에서야 조직을 떼어냈다. 바늘을 빼고, 작은 조직을 검사용기에 담았다. 내 콩팥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었다.


나는 처치실에서 병실로 옮겨졌다.


“아프진 않았어?”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들여다봤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병실에 도착하자 다시 엎드려 누웠다. 간호사는 등에 2kg의 모래주머니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여섯 시간 동안 절대 떼면 안 돼요. 움직이면 출혈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시간 동안 나는 누워서만 지냈다. 오줌은 소변통에, 밥은 엎드린 채로 먹었다. 일어나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주삿바늘을 견디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모래주머니 아래서 여섯 시간을 버티는 일은 전혀 다른 고통이었다.

어린 내 몸 위로 눌러앉은 무게는 숨까지 막아 왔다. 시간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모래주머니가 내려갔다. 눌려 있던 몸이 풀리며 숨이 편해졌다. 등에 남은 통증이 뻐근하게 퍼졌다. 조직검사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었다.


며칠 뒤, 의사는 원인을 알 수 없고, 만성신부전이라는 진단으로 정리했다. 이유를 찾기 위해 버틴 검사였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조직검사(Renal Biopsy): 신장 조직의 일부를 채취하여 신장 질환의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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