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김치도 먹으면 안돼요

by 나달

간을 하지 않은 고기는 누린내가 났고, 나물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김치 대신 나온 물김치는 숨도 죽지 않은 채 아무 맛도 안 났다.

소금과 고춧가루가 빠진 반찬들은 빛깔부터 맛없어 보였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삼키는 일은 고통에 가까웠다.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은 뒤부터 병원에 입원을 하면 저염식으로 식사가 나왔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 저염식이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를 위해 영양사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다음 날 영양사가 병실로 찾아왔다.


“병원 밥은 먹을 만해요?”
“간이 안 돼 있어서 먹기 힘들어요.”
“처음엔 다 그래요. 그래도 건강을 위해 나온 건 다 드셔야 해요.”


영양사는 조심해야 할 음식들을 차분히 설명했다.


“짠 음식인 김치나, 젓갈 이런 반찬은 절대 먹으면 안돼요. 그리고 국도 국물이 염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건대기만 먹어야 해요”


“김치도 안 돼요?”


“네. 김치도 나트륨이 많아서 절대 먹으면 안 돼요.”


소금 섭취는 하루 3그램을 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

바닷가에서 자라 짠 음식에 익숙했던 나에게, 그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기는 한 끼에 50그램 정도가 좋아요.”


고기를 매 끼니 먹으라는 말도 낯설었다.

시골에서 고기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병원 식사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고 나왔지만, 간이 되지 않은 완자와 불고기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생선은 간장을 찍어 먹을 수 있어 그나마 먹을 만했다.


야채는 데쳐 먹으면 괜찮다고 했다. 다만 간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숙주나물은 식감이 좋아 비교적 잘 먹었지만, 간을 하지 않은 나물이 맛있을 리 없었다.


과일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더 혼란스러웠다.


“사과는 하루 반쪽만 드세요. 다른 과일은 칼륨이 많으니 물에 12시간쯤 담갔다가 드시면 돼요. 대신 통조림은 괜찮아요.”


TV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되도록 피하라고 했다.

그럼 나는 뭘 먹어야 하는 걸까.

영양사의 말을 들을수록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먹지 말아야 할 것만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 12시간 넘게 물에 담갔다가 먹어 보았다.

단맛은 빠지고 사각거리는 식감만 남아 있었다.

분명 수박이었지만, 내가 알던 수박 맛은 아니었다.


‘난 지금 뭘 먹고 있는 걸까.’


그날 이후로, 이렇게까지 해서 먹느니 차라리 안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영양사는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기억하라고 했다.

소금(나트륨)과 칼륨(포타슘).

소금은 신장을 더 빨리 망가뜨리고, 칼륨은 몸에 쌓이면 위험하다고 했다.

말은 이해가 됐지만, 소금 없는 반찬에 익숙해지는 일은 끝내 쉽지 않았다.


먹는 즐거움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만족은 생각보다 크다.

먹방이 유행하는 것도,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기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염식은 그런 즐거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먹을 수 없다는 제한은 곧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병원은 몸의 건강을 위해 저염식을 권한다.

그러나 환자는 병원 밖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

매 끼니를 고통으로 버텨야 하는 식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식이요법은 이후로도 내 삶을 따라다녔고, 저염식은 끝내 익숙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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