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윤슬 아래에서

by 나달

여름 바다의 태양과 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면, 아무 제약도 없던 몸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초등학교 여름은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로 향하던 계절이었다.


친구들과 집에서 몇 분 거리인 바닷가로 향했다.
방파제 안에는 일을 마친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작은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까만 몽돌이 파도에 밀려 ‘또르르 또르르’ 부딪히는 소리가 좋았다.

바닷가는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 알맞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 종일 놀다 보니 살이 익어 있었다.
등에는 몽돌처럼 몽글몽글 물집이 올라왔고, 그것이 터질 때의 쓰라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름 바다에서 아이들이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일이었고, 여름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졌다.


여덟 살 무렵부터 형을 따라 바다에 들어갔다.
형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수영을 배웠다.
힘이 들면 몸을 뒤집어 물 위에 떠 숨을 골랐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몸은 알아서 떴다.


햇빛을 받아 바다는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준비 운동이라고 해 봐야 팔다리를 몇 번 흔드는 게 전부였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가슴에 물을 묻히고 바다로 뛰어들자, 생각보다 차가운 물에 “으~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친구가 장난스럽게 얼굴에 물을 뿌리자, 나도 질세라 물을 튀기며 맞받아쳤다.


잠수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눈을 감고 물속에 있으면 다른 세계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숨이 차오르면 수면 위로 올라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짧은 잠수의 감각은 지금도 또렷하다.


물에서 오래 놀다 보면 입술이 파래지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몽돌해변으로 올라와 몸을 녹였다.
몽돌 위에서는 “핫 뜨거워”를 연발하며 뛰어다녔고, 배를 깔고 눕자 노곤한 기운이 천천히 퍼졌다.


“야, 방파제까지 시합할래?”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큰 친구가 말했다.
몽돌해변에서 방파제까지는 꽤 멀어 보였다.
망설였지만 못한다고 말하진 않았다.


우리는 방파제를 향해 헤엄쳤다.
친구는 자유형으로 빠르게 앞서갔고, 나는 개구리헤엄으로 그 뒤를 따랐다.
중간쯤에서 힘이 빠져 몸을 뒤집어 배영으로 숨을 고르며 움직였다.
어느새 방파제에 도착한 친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다 빠지면 어쩌지.’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아 팔과 다리에 힘을 주었다.
물살을 가르기보다는, 떠 있으려 애쓰며 조금씩 움직였다.
숨을 고르며 방파제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몇 번이나 물을 삼킬 뻔한 끝에, 손끝이 간신히 방파제에 닿았다.
거친 숨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친구는 수영해서 돌아갔지만, 나는 방파제를 따라 멀리 돌아 걸어왔다.


그 여름을 지나며, 물은 여전히 거기 있었지만 내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자유롭던 시간은 그렇게 소리 없이 멀어졌다.
윤슬은 여전했지만, 바라보는 쪽이 점점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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