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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리 Mar 07. 2023

꽃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시한 농부의 꽃

컬리파트너스 Case6: 록야의 농부의 꽃 

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상품 뒤에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하기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사와 컬리팀이 있습니다. 컬리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품 뒤에 숨어 있는 파트너사의 이야기요. 파트너사와 컬리가 어떤 노력을 통해 상품을 선보이는지, 품질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컬리 파트너스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꽃을 구매하시나요?

 

“나는 졸업하고 반면, 집에서 살림을 배우며 요리 학원과 꽃꽂이 학원과 차밍 스쿨을 순례 중이었고 그는 일류기업에 취직해서 수습 기간을 끝낸 시기였으니 피차 적령기였다.” – 박완서, 아름다운 나의 이웃 中


우리나라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故박완서 작가의 소설 속 한 문장이다. 1970~80년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꽃꽂이가 주부들의 취미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꽃꽂이 문화 또한 사라져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초 코로나19로 축하 할 수 있는 모임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어버리며 국내 화훼 산업이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코로나로 공포심과 우울감이 극에 달했던 2020년 봄, 식료품 썸네일로 가득했던 컬리 홈페이지에 느닷없이 화사한 꽃 이미지가 등장했다. ‘농부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생산지로부터 수확한 꽃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콘셉트였다. 새벽배송 장바구니에 내일 먹을 우유, 간편식과 함께 노란 튤립 한 단을 함께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구매로 그 목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일정이 잡힌 2022년 1월은 튤립의 수확이 막 시작된 시기. 농부의 꽃 런칭 초기부터 모든 종류의 튤립을 컬리에 입고하고 있는 춘천의 임동진 생산자를 만났다.




임동진 생산자

국내 화훼 산업의 지속적인 위축세


임동진 생산자는 1994년 강원대학교 원예학과에 진학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작목을 찾기 위해 하우스 시설 설치업을 하며 약 3년간 전국을 누볐다. 눈에 띈 품목은 화훼였다. 당시 화훼 수출이 성장하는 시기였고, 특히 일본으로의 백합 수출이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2004년에 꽃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생겼다. 화훼 수출액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대부분의 수출이 일본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임동진 생산자는 이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때마침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었다. 이에 편승하여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도매로 판매하는 것보다는 직배송이 당연히 더 단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지만, 판매 페이지 관리부터 배송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등 다양한 오픈마켓 채널에 입점했어요. 주문량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별도의 직원이 없다 보니 모든 걸 제가 직접 해야 해서 관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농장에서 꽃을 재배하는 도중에도 몇 번씩 주문을 확인해야 했어요. 농장일을 끝내고 매일 밤 직접 포장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택배를 보내러 나가야하는 것까지 제가 직접 하나하나 해야 하니 부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주문처리 등 소비자 응대를 담당해주고 저는 꽃의 품질을 올리는 데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주문량이 당시 생산량의 1%도 안되는 물량이었어요.” -임동준 생산자


수출 및 내수시장 모두 위축되는 상황들이 화훼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인식에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이라는 품목을 특별한 날 타인에게 선물하는 용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화훼 산업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장애였다. 이렇기 때문에 임동진 생산자가 오픈마켓에서 꽃을 직접 판매해도 화훼 산업의 성장이 없는 한 개별 화훼 농가의 성장은 매주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화원에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재배 농가로부터 원물 꽃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일상적인 소비가 없고, 특정한 상황에서만 소비되는 것은 산업 존속에 있어서 굉장한 리스크가 된다.




나를 위한 꽃, 컬리의 농부의 꽃


2019년 가을, 컬리의 김신희 MD, 농산물 전문 유통기업인 록야의 권민수 대표, 그리고 임동진 생산자가 함께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했다. 컬리가 갖춘 온라인 채널 및 유통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꽃 직거래 모델이었다. 농가에서 갓 수확한 싱싱하고 다양한 종류의 꽃을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식료품과 함께 컬리의 샛별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집 앞에 배송하는 콘셉트였다. 이전에도 꽃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단순히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동네 화원의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온라인 식료품 장바구니에 꽃을 함께 담는 것은 컬리가 시도한 새로운 꽃 판매 모델이었다.


농부의 꽃 브랜드의 핵심은 타인을 위한 꽃이 아닌 “나를 위한 꽃”에 있고, 축하용 꽃이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꽃임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일 저녁거리를 장보러 들어간 김에 꽃도 장바구니에 함께 담는, 일상 속의 꽃 소비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판단했다. 상품 자체도 다르게 접근했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가 아닌 5~6송이를 한 단으로 묶어 신선 농산물에 가까운 형태로 기획하여, 2020년 2월 8종의 농부의 꽃을 런칭했다. 런칭 이후, 양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꽃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봄 시즌인 3~5월 소비가 2021년에 대폭 증가하였다. 


농부의 꽃은 코로나19가 터졌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더 빠르게 성장했다. 집의 역할이 사무실, 여가공간 등으로 확장되면서 집에서 지내는 긴 시간을 좀 더 쾌적하게 보내기 위해 가구, 인테리어 관련 홈퍼니싱 산업이 성장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농부의 꽃 콘셉트는 주효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서, 집을 꾸며주는 꽃을 함께 담는 것이다. 기존의 타인을 축하하기 위한 용도로 꽃을 구매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구매 동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꽃이 아닌 나를 위한 꽃을 구매하는 문화, 즉, 꽃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소비자가 꽃을 받았을 때의 찰나의 기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꽃을 즐기는 시간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 록야 권민수 대표




덜 핀 상태로 수확하는 튤립

컬리와의 협업을 통한 제품의 변형: 오래 즐길 수 있는 신선한 꽃


튤립이 재배되고 있는 임동진 생산자의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튤립은 빛과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 꽃이기에 하우스 외벽에 차양막이 드리워져 있었고 내부는 따뜻하게 난방이 되고 있었다. 특히, 튤립이 어느 정도 자라서 봉오리를 맺게 되면 햇빛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튤립은 빛을 받으면 꽃봉오리를 피우고 어두워지면 다시 오므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동진 생산자는 꽃망울을 틔우지 않은 튤립을 수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도매 형태로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통해 경매로 내보내거나 서울 고속터미널 위탁시장으로 판매할 때는 외려 한번 꽃망울을 틔웠다가 오므리게 하여 꽃봉오리를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 외관을 더 좋게 만들어 꽃 소비자들의 초기 만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컬리와 협업한 “농부의 꽃”은 꽃을 받는 순간 ‘WOW’를 선사하는 것이 아닌 구매한 고객이 자신의 공간에서 긴 시간 동안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꽃망울이 한번 틔워지면 꽃의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므로 꽃을 오랜 시간 유지시키기 위해 기존의 꽃망울이 틔워진 꽃이 아닌,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힌 꽃을 수확, 배송하는 것으로 상품 변형을 꾀했다. 


튤립 포장 사진

덜 핀 꽃만 수확하면 되는 것일까? 수확 후의 과정 또한 중요하다. 조금 거친 표현을 쓰자면, 꽃은 수확하는 순간 생명을 잃는다. 품질의 저하를 막기 위해서 수확한 꽃은 곧바로 물올림 처리가 필요하다. 줄기를 수조 속에 넣고 줄기와 잎, 꽃봉오리로 물을 올려주는 것이다. 물올림 소요 시간은 꽃의 종류마다 다르다. 줄기가 연한 튤립은 최소 5시간 내외, 줄기 아랫부분이 목질화되는 국화류는 이틀까지도 물올림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박스 포장 직전까지 물올림을 시키기 때문에 튤립의 경우에도 24시간 가량 물올림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화훼 생산농가는 물올림을 끝내고 도매시장으로 유통시키는데, 이 경우 다발로 박스에 포장하여 거의 대부분 건식 상태로 보낸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튤립과 같은 절화 경매시간이 자정이므로 경매 당일에 포장을 한다고 해도 경매 후 중도매인을 거쳐 동네 꽃집에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야 도착한다. 꽃집에 도착해야만 다시 물올림 처리를 해 주기 때문에, 만 하루 이상 건식 상태로 유통될 수 있어 꽃은 스트레스와 함께 말라가게 되므로 신선도 측면에서 불리하고 빨리 시들게 되어서 꽃을 댁내에서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농부의 꽃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물올림을 마친 꽃은 5~6송이씩 소분되어 곧바로 플로럴폼(floral foam)에 꽂힌 채 박스에 포장되고 , 이후 냉장 탑차에 실려 오전 10~11시까지 냉장 물류창고로 입고된다. 입고된 꽃은 다음날 새벽에 소비자의 집 앞에 놓인다. 즉, 소비자는 물올림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최소 24시간 내외의 신선한 꽃을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임동진 생산자의 화훼공판장 유통 VS 컬리 유통 과정 및 최소 리드타임 비교

이렇듯, 튤립을 수확한 직후부터 소비자가 꽃을 받아볼 때까지 한시도 물과 떨어지지 않게 유통하는 것을 “습식유통”이라 부른다. 0도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냉장 유통 최고 온도인 10도 내외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습식유통은 꽃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있어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즉, 구매한 고객이 꽃봉오리가 처음 피기 시작할 때부터 온전히,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유통방식이다. 


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짧은 리드타임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꽃의 수확부터 배송 후 소비자의 꽃병에 꽂히는 순간까지 습식유통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이로 인해, 컬리에서 판매하는 농부의 꽃은 더 신선하고 잘 시들지 않는다. 도매 시장을 거치지 않으면서 건식이 아닌 습식으로 유통되고, 철저한 콜드 체인망 내에서 움직이며 기존의 화훼 제품보다 훨씬 더 신선한 상태로 배송된다. 이러한 유통방식은 나를 위한 꽃이라는 농부의 꽃 브랜드 핵심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화훼 생산농가는 컬리의 협업을 통해 화훼라는 상품의 혁신적 변형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고객들로 하여금 댁 내에서 튤립을 동네 화원에서 구매할 때 보다 최소 이틀 이상 더 길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창출했다. 




컬리가 주도한 새로운 꽃 소비 문화의 확산


기존의 화훼 소비자들은 이전의 화훼 상품의 형태에 더 익숙한 것 사실이다. “농부의 꽃” 런칭 초기에는 꽃봉오리 크기가 너무 작다는 후기와 클레임들이 종종 있었다. 샛별배송으로 받아본 “농부의 꽃” 튤립의 꽃봉오리가 작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생일을,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꽃집에서 구매하는 꽃은 당사자가 받는 그 순간 가장 아름다워야 하지만, 농부의 꽃을 구매한 고객은 꽃망울을 처음 터뜨리기 직전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는 그 과정 속 아름다움을 온전히, 천천히, 오래 즐기는 새로운 상품이다. 컬리는 이 점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초기에 자주 발생했던 고객 클레임의 비중도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변동폭이 점차 줄어들며 안정화 되고 있다. 


“초기에는 튤립이 안 펴서 왔다, 축 쳐져있다 등 품질에 대한 클레임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고객들의 상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생산자 분들께 자주 연락을 드리며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클레임 수가 줄어드는 것이 보여요. 결국 고객들에게 꽃에 대한 지식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컬리는 고객에게 더 다양한 품목과 품종을 보여드리며 집이나 사무실에서 오래 즐기는 새로운 꽃 소비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 농부의 꽃 담당 김신희 MD


꽃집에 가서 꽃을 구매하는 기존의 소비방식에서 소비자는 구매하는 목적과 가격대 정도만 제시할 뿐 꽃의 종류나 품종에 대해서는 플로리스트에게 그 선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록야와 컬리가 제안하는 농부의 꽃은 그 선택을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소비자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관리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꽃에 대해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고, 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얼마나 다양한 꽃의 종류와 품종이 존재하는지 알게 되면서 집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질적인 성장이다.


컬리와 록야, 화훼 생산자 간의 협업으로 시작된 농부의 꽃은 70-80년대의 꽃꽂이 문화 이후 사라져간 실내에서의 꽃 소비를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농부의 꽃이 추구하는 나를 위해 꽃을 구매하고, 개인의 공간에서 오래 꽃을 향유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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