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안녕하세요. 벌써 일본에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사람들은 가끔 제가 지칠 법도 하지 않냐고, 이제는 정말 일본이 '집' 같아서 모든 것이 익숙하고 지루할 때도 있지 않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사실대로 대답하자면, 제 안의 작은 여행자는 아직도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매일같이 지나치는 거리의 간판을 봐도 그렇고, 편의점 신상품이 나오면 호기심에 들뜨고, 아파트 단지보다 작은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벚꽃 시즌만 되면 처음 일본에 왔을 때처럼 마음이 두근거려요. 마치 내일 떠날 여행자처럼 모든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10년이나 살았는데, 어떻게 아직도 그럴 수가 있어?”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나는 아직도 여행 중이니까요.'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전철역의 안내 방송, 편의점 진열대의 다채로운 도시락, 동네를 지키는 작은 신사(神社)까지. 모든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모험이자 발견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낯선 풍경은 익숙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안내 방송이 들리지 않아도 어느 역에 내릴지 알고, 편의점 도시락의 맛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설렘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늘 지나던 골목에 전에 보지 못했던 작은 빵집이 문을 열었을 때, 혹은 늘 같은 시간에 찾아가던 동네 서점 주인이 "오늘은 이 책이 좋더라"며 말을 건넸을 때 말입니다. 그 순간, 저는 다시 '관광객'이 됩니다. 단순히 지나치던 풍경이 이야기가 되고, 익숙했던 일상이 특별한 경험으로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죠.
도쿄의 번잡함과 오사카의 활기를 사랑하지만, 저는 점차 큰 도시를 벗어나 작은 마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쿄의 번화가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정육점이나 오래된 목조 건물의 카페가 있는 마을을 더 자주 찾습니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합니다. 아침에는 동네 어귀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오후에는 따뜻한 햇살 아래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만납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저의 낯선 존재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어서 와' 하는 눈빛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그들의 따뜻함에 저는 매번 감동받습니다. 일본에서의 삶이 저에게 '대만족'인 이유는, 이런 작고 소박한 삶의 풍경들을 제 일상 속에 온전히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새롭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지는 거죠.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벚꽃은 이제 지겹지 않으세요?"
전혀요. 벚꽃은 저에게 영원한 첫 만남의 계절입니다. 일본에서의 10년, 매년 봄이 되면 저는 똑같은 장소에서(나카메구로) 똑같은 벚꽃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매년 다른 감정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정말 예쁘다'는 감탄으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아, 또 1년이 흘렀구나'하는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이 벚꽃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떨까'하고 상상하기도 합니다.
벚꽃은 더 이상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저의 지난 10년을 함께해 온 친구이자, 매년 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스승과도 같습니다. 익숙한 아름다움 속에서 매번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벚꽃 시즌만 되면 여행 온 사람처럼 들뜨는 이유일 것입니다.
사실 일본에서의 삶은 저에게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카메라를 들지 않습니다. 맑게 갠 하늘, 맛있는 커피 한 잔, 친구와의 시시콜콜한 대화 속에서 '여행의 순간'을 발견합니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낯선 곳을 탐험하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습니다. 비록 지금 사는 곳이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낯선 것들이 많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제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행복한 이유일 것입니다.
당신은 혹시, 당신의 일상 속에서 잠들어 있는 '여행자'를 깨우고 싶지 않으신가요?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 퇴근길, 늘 가던 골목길에서 잠시 멈춰 서서 당신의 눈에 처음 들어온 풍경은 무엇이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작은 설렘을 기록해 보세요.
어쩌면 당신의 삶도, 제가 일본에서 느끼는 것처럼 '영원한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