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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킴 May 07. 2022

잘 다니던 공무원을 퇴사한 이유

feat. 안정적인 직장, 집, 연금 포기

휴학 제도가 없었던 대학에서 졸업을 한 후 24살에 군대를 가야 했다.


귀국 후 노는 것도 잠시, '군인 선택지'를 꾸려봤고, 당시 내가 가진 최선의 선택지는 카투사, 통역병, 장교였다.


-카투사: 토익 900 이상 조건으로 추첨으로 뽑음. 경쟁률 약 7~10:1. 떨어졌다.


-통역병: 학원을 몇 개월 다니면서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 놀고 있던 시절이라 부모님께 돈 벌리기도 그랬고 막 졸업하고 났던 터라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돈이야 알바로  벌 수 있었는데 그냥 공부가 싫었던 것 같다)


-장교: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지원이 가능함. 그래서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월급도 (군대 치고) 잘 줬고, 무엇보다 한국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다, 장교가 되어보자.
군 생활이 3년이지만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 것 아닌가?
그리고 일종의 공무원인데 잘 맞으면 계속할 수도 있잖아?



준비


이야 근데 여기도 쉽지 않다.


-1차 필기시험: 한국사, 자료해석, 지도 해석(지도 보고 위치 맞추는..) 등 과목


-2차 면접: '김정은 만세'만 외치지 않으면 합격한다는 풍문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탈락하는 인원들도 꽤 있었다.


-3차 신체검사: 나도 모르는 병이 갑자기 튀어나와 내 미래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되는 스테이지. 


여기까지 모두 통과해야지 '빡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모집은 6개월에 한 번씩 하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두 번째에 통과했다.

(군대를 재수해서 갔다)


통과의 기쁨도 잠시, 3개월간 아주 빡센 훈련을 받았고 (인생 중 아스팔트와 가장 친했던 시기) 결국 무사히 소위로 임관했다.


그리고 동시에 공무원증을 신분증으로 받았다.

*소위, 중위는 각 7급, 6급 공무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내 껀 전역하면서 반납해서 보안이 확보된 사진 퍼옴


1년 차


군대라는 절대복종, 수직체계에서 적응은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정말) 많았지만 그냥 삼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냥 '다 그런 거야',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만병통치약(?) 같은 답변과 함께.


일반 병 생활도 힘들었겠지만 장교로 입대한다고 쉬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장교 중에서는 막내여서 온갖 궂은일을 맡아하고 선배들에게 감시를 받아야 했고,

계급상으로는 밑이지만 20년 이상 근무한 부사관분들과 일하면서 필요시 지시도 내렸어야 했고,

병사들은 먼저 들어온 친구들을 포함해 약 200명을 직접 관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고, 온화하던 성격도 쉽게 짜증을 내는 성격으로 변했다.

(군대에서는 쉽게 짜증을 낼 수 없으니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렇게 했던 점을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당장 내일 걱정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 차가 되었다.




2년 차


밑에 후배가 들어와 막내 생활을 탈출하게 되었고, 군대 분위기에도 조금씩 적응이 되었고, 나이 많은 하급자분들과도 안면을 트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요령껏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야간 근무 보직에서 주간 근무 보직으로 포지션이 변경되었다. 근무의 난이도는 더 높아져 군생활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생활적인 면으로는 훨씬 나아졌고 안정적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슬슬 이런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근무 기간을 연장하거나 장기 근무도 나쁘진 않겠는데?



왜 몇 년간 시험공부를 하고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연차가 쌓이면 호봉이 높아지고 월급도 높아진다, 그리고 '고인 물'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에게 주위 환경의 익숙함을 알려주며 필요시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


즉, 이대로 유지만 한다면 모든 것은 내 편이었다.


처음부터 최소 복무 기간인 3년만 근무하고 제대하려는 내 신념에도 조금씩 의문이 가기 시작했다.



왜 3년만 근무하고 제대(퇴사)하려고 생각했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3년 차가 되었다.


3년 차 중위가 되었다



3년 차


제대를 할지 연장 혹은 장기 복무를 할지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맡은 포지션에서도 만족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고,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좀 살만해지니까 생각할 여유가 생긴 듯)



지금 정리해보니 계속했어도 좋았겠네...? (농담)


현실적인 조건으로는 장교로 계속 복무하는 것이 좋은 조건이었다.

집 값 들지 않지, 안정적이지, 연금도 나오지


근데 사람 정말 잘 안 바뀌나 보다.


그때도 지금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유'와 '성장'이다.



나는 이 둘이 있어야 행복을 느낀다.


군대는 성장보다는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춘 조직이다. (평화도 유지하려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모든 선택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는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잡으며 성장하고, 삶을 내 색깔로 칠하고 싶었고

직접 노력해서 원하는 삶을 쟁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3년 간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하게 된다.

계속 군에 남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동기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도 전역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동기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 속에서 살면 되고 나는 내가 원하는 삶에서 행복하면 된다.


그렇다면 전역 후 내가 원하는 자유롭고 성장하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졌을까?


다음 글에서 정리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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