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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음악은 진화하고 있다.

[tripleS & XG] 앨범 추천/리뷰

by Kurt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서 깊은 음악 이야기를 다뤄볼까도 싶었지만, 롱런하려면 가볍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K-POP의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고, 생각보다 K-POP 제작자들 중에서 음악성과 대중성을 깊이 고민한 음악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두 걸그룹의 앨범을 소개하려 합니다. 각각의 앨범이 가진 매력과 의미를 통해, K-POP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 tripleS - Visionary Vision <Perform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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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K-POP 음반의 결정체 (Shout out to Jaden Jeong)


나는 K-POP이 가진 가장 큰 음악적 어려움 중 하나는 다인원의 "합창"으로 음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각 멤버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고, 심지어 각자가 하고 싶어 하는 방향성 또한 100% 일치할 수 없기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내가 상상했던 대로, "합창"으로 인한 음악적 한계를 가릴 수 있는 탁월한 장르 선택과 더불어, 다른 그룹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험적인 시도를 보여줬다고 본다. 이 앨범은 전자음악에 대한 깊은 고민과 K-POP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결과물을 낸 사례라고 느꼈다.


사실 요즘 K-POP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는 유행하는 장르들을 겉핥기식으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장르가 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저지클럽이나 드럼앤베이스 같은 장르가 이런 피해를 자주 본다. 한국의 김치 맛까지 글로벌 시장에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단순히 배추에 고춧가루만 뿌려놓고 김치라고 이해되는 식의 접근은 문제라고 본다. 이는 글로벌 음악 트렌드에 대한 잘못된 전달로 이어질 수 있어 아쉽다.


그런 점에서 Visionary Vision의 <Performante> 앨범은 이런 우려를 완벽히 뒤집었다. 이 앨범은 해당 장르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전자음악을 K-POP의 틀 안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한 이 앨범은, 장르의 진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한국적인 색깔로 더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자음악이 K-POP 안에서 어떻게 한국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앨범을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2. XG - A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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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이라고 불리길 거부하는 X-POP의 XG.


솔직히 이들의 음악을 듣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앨범을 들은 순간, 바로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XG의 음악적 방향성은 기존 걸그룹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특히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이 너무 뛰어나며, 이 수준 높은 멤버들의 능력치를 완벽히 뒷받침하는 프로듀서들의 실력과 장르 선택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했다. 이런 음악적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 의외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솔직히 이 앨범에는 비판할 점이 없다. 이건 오히려 마케팅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한국에서 XG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먼저, 한국어 가사가 없다는 점과 과거의 몇 가지 논란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POP인지, X-POP인지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음악은 기존의 K-POP이 가진 가장 큰 음악적 한계 중 하나인 "합창"이라는 구조를 완벽히 넘어섰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음악적 접근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를 X-POP으로 정의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이 앨범을 접하며 느낀 점은 K-POP이 점점 음악적 다양성과 퀄리티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K-POP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XG의 사례는 K-POP이 글로벌 지향적인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한 중요한 힌트를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처럼 경이로운 음악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단순히 트렌디한 음악을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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