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케이팝의 ‘트레이드마크’를 버려야하는가?

실종된 브릿지, 시대의 흐름인걸까?

by K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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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음악은 왜 점점 짧아지는가. 단순히 숏폼 시대의 흐름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가 도려내고 있는 것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는 이를 시대적 필연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시장 논리에 따른 전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케이팝 음악 안에서 브릿지의 실종은, 숏폼 시대에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쉽게 배제해선 안 될 아주 중요한 요소다.


과거 케이팝의 전성기라고 불리우는 2세대와 3세대 음악에서 브릿지의 역할은 곡의 완성도와 대중성을 결정짓는 핵심이었다. 라이브 실력에 엄격했던 시대였기에, 혹독한 연습생 시스템을 견뎌낸 메인보컬들이 자신의 역량을 100% 쏟아부어 곡의 하이라이트를 찍는 '증명의 전장'이 바로 브릿지였다. EXO의 <으르렁>이 퍼포먼스로 기억되면서도 여전히 명곡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곡의 서사를 완성하는 브릿지의 에너지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브릿지는 케이팝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어떠한가. 아이돌이 되려는 재능 있는 보컬 자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그 자리는 퍼포머나 인플루언서에 가까운 이들이 채우고 있다. 최근 케이팝이 무드 또는 비주얼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리스닝 트렌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티스트의 보컬적 한계를 감추기 위한 의도도 없지 않다고 본다. 브릿지를 완벽하게 소화할 단단한 보컬 인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기획 단계부터 이를 배제하고 후키(Hooky)한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은 사실 현실적이면서도 영리한 선택이다. 이것을 A&R의 게으름이라 탓하기보다, 아티스트의 역량이 곡의 구조를 결정해버린 뼈아픈 현실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4분이라는 시간은 이제 무겁다. 하지만 3분 초반대의 곡에서도 충분히 브릿지를 통해 곡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가 숏폼의 도파민을 쫓아 30초를 덜어내는 동안, 사실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서사'를 다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2026년, BTS와 블랙핑크라는 케이팝의 아이코닉한 거물들이 다시 돌아온다. 이들이 과연 브릿지가 있는 송폼을 택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유행을 따라 드롭(Drop)과 후렴 부분 변형으로 숏폼 시대의 트렌드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케이팝의 국밥 같은 공식이자 자존심이었던 브릿지의 카타르시스를 다시 가져올 것인지 말이다. 그들의 컴백은 케이팝의 트레이드마크가 구시대의 유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금 장르의 정체성을 세울 기폭제가 될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짧은 음악이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효율적인 전략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팬들의 마음까지 깊게 파고드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케이팝의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 숨겨진 다채로운 그룹의 매력과 본질적인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 중요한 요소를,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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