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디 말보다

소리없는 아우성

by 숲속의조르바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을 지나면 세종대로와 비유할만한 운터 덴 린넨 거리가 있다. 월드컵 4강을 이루던 그때의 광화문광장처럼 브란덴부르크문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독일 통일의 순간에 빛을 발휘했다.


별다른 공부나 준비없이 브란덴부르크문이나 보자고 갔던 길에서 개인적으로 꽤나 인상깊었던 것 두가지를 보았다.


제법 큼직하고 예사롭지않아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무슨 건물인가 들여다보니 내부가 훤히 보이는데 텅 비어있었다.



공사 중인가하고 다시 들여다보니 저 큰 건물에 동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케테 콜비츠라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처럼 죽은 예수를 안은 마리아가 아닌 전쟁에 나가 죽은 자기 자식을 끌어안은 케테 콜비츠 자신의 동상이었다. 노이에 바헤라 이름 지어진 전쟁 추모관에는 오직 저 작품 하나만 전시되어 있었는데 백마디 말보다, 이보다 더 전쟁의 끔찍함을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이에 바헤를 지나 운터 덴 린넨 거리를 가다보니 거리 가운데서 길바닥에 깔린 유리 아래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귀동냥으로 다른 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중국의 분서갱유처럼 나치 시절 훔볼트대학의 책을 모두 불태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유리 아래로 텅빈 도서관의 서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야만적인 일을 기억하는 것이 꽤나 신선했다. 무수히 지날 사람들이 이보다 쉽게 메세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도 드물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 생각과 진심을 전한답시고 늘 구구절절 백마디 말과 온갖 사족을 보탰는지 모른다, 십년이 걸리더라도 소리없는 아우성을 배워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