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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씀 Jan 18. 2023

그리운 건, 사람이 아니라 추억

그렇게 멀어졌다.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교실을 떠올려보면, 나는 늘 맨 앞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몇 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A는 잘 웃고 아주 조용했다.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A는 요리도 잘했고, 게임을 좋아했다. A와 나는 한 아파트에 살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도 한 아파트에 산다는 동질감 덕분에 가끔 만남을 이어왔다.


가끔 학창 시절 교실 맨 앞에 앉았던 몇 명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 친구가 월급을 받았다면 술을 마시자고 친구들을 모았다.


함께 간 술자리는 기묘했다. A는 그 자리에서 유독 강압적이었고, 모든 결정을 본인이 하려 했다. 심지어 술자리를 마치고는 화를 내는 A의 모습을 처음 봤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A를 보지 않는다.






교실 맨 앞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B. 우린 같이 열심히 공부했었다. 운동을 잘하던 B는 반에서 인기도 많았다. 게다가 가족과 매우 화목해서 늘 부모님과 동생 이야기를 하던 B였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대학 입학 후 얼마 뒤 B의 연락이 왔다. B는 나를 클럽에 데려갔다. 너무 어지럽고 뻘쭘했다. 그렇게 클럽에서 도망치고 얼마 후 B의 연락이 왔다. 헌팅포차에 갈 생각인데 같이 가자는 B. 나는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해 겨울, 우연히 버스에서 B를 마주쳤다. 술을 조금 마셨는지 계속 여자 이야기를 하며, 지금 자기와 헌팅포차에 가자던 B. 계속되는 여자 이야기에 내가 "넌 무슨 여자 이야기만 하냐?"라고 말했는데,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 친구가 화내는 모습도 처음 봤다. 그리고 이성에게 관심이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졸업하고 달라진 그의 모습이 꽤 당황스러웠다. 그저 매일 볼링이나 치던 친구였는데... 그렇게 B와의 인연도 끊어버렸다.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함께 하던 C형이 있었다. 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놀던 C형. 내가 재잘대는 만화 이야기와 황당한 농담에 늘 반응해 주던 C형. 늘 함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우리였다.


형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고 다시 만난 우리. 우리는 이전처럼 농담을 했지만 형은 달랐다. 굳은 표정으로 우리 인생에 훈수를 두고, 뭔가 언짢아했다. 한 번은 친구 한 명과 다투기도 했었다.


C형과의 좋았던 추억이 너무 많았던 나와 친구들은 매우 난감했다. 우리는 1년 정도 "왜 형/오빠가 변했을까? 고민했고, 틈만 나면 그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날 문득 우리는 답을 얻었다. 형은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저 자리가 바뀌니,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편한 모습을 고른 것뿐이다.


결론을 내린 뒤, 우리는 멀어졌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이들을 보며 참 난감했다.

가끔 내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고민도 했었다.

근데, 내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난감할 뿐이다.



그렇게 멀어졌다.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가끔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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