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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Jan 21. 2024

치유의 글쓰기 :: 루이즈 디살보

이야기하기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글쓰기 책은 꽤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치유의 글쓰기'라는 책을 추천받고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서사를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었고, 그것에 담긴 자세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치유의 글쓰기'라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 그 가치를 읽어 보았습니다.



'치유의 글쓰기' 추천 대상

1.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

2. 삶의 방향성을 잃은 분

3. 글쓰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






이야기하기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루이즈 디살보, 『치유의 글쓰기』(경진출판, 2018)를 읽고.



루이즈 A. 디살보(1942.09.27~2018.10.31)는 미국의 작가이자 영문학자, 편집자, 교수 및 강사였다. 그녀는 CUNY Hunter College의 MFA 창작 프로그램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 쳤으며, 해당 대학에서 대통령 상을 받았다. 그녀의 대부분 작품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문화에 초점이 있으며, Gay Talese 상을 받은 회고록 'Vertigo', 2004년 Booksense Book of the Year로 선정된 'Crazy in the Kitchen: Food, Feuds, and Forgiveness in an Italian American Family'가 있다. 또한, 디살보는 동성애 관계를 다룬 소설가들인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사케빌-웨스트 간의 갈등적인 레즈비언 어필을 문서화한 'The Letters of Vita Sackville-West and Virginia Woolf'와 동성애 문제를 다룬 'Melymbrosia' 등 울프의 소설 편집본을 제작했다. 그리고 두 권의 울프에 관한 책 'Virginia Woolf: The Impact of Childhood Sexual Abuse on Her Life and Work'와 'Virginia Woolf's First Voyage: A Novel in the Making'을 집필했다. 오늘 추천할 책 'Writing as a Way of Healing: How Telling Our Stories Transforms Our Lives'는 그녀의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치유의 글쓰기'는 단지 글쓰기 방법에 국한되지 않고 작가 '루이즈 디살보'를 포함한 다양한 작가들의 경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치유의 글쓰기'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들을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책의 시작은 글쓰기를 '왜?' 쓰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시작하여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과 단계로 나아간다. 책에서는 매 장이 끝날 때마다 치유의 글쓰기를 위한 행동과 질문들을 독자에게 직설적으로 내던지는데, 나는 그런 질문들에 답변하며 스스로 글쓰기를 성찰하고 또 회유하였다.



'타고난 재능'을 보살핌으로써 '신'이 된다



우리는 누구나 고통의 경험이 있고 그것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고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치유의 서사는 그러한 자신의 혼돈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즉, '치유의 글쓰기'는 자신이 겪었던 불분명한 사건들과 감정들이 연결된 균형 잡힌 이야기에서 시작되며, 이때 '수용'의 자세가 요구된다.  '수용'이 없다면 우리의 글쓰기는 단지 트라우마를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고통의 감정에 다시 지배당 할지 모른다. 다만 여기서 '수용'이란 트라우마의 원인에 대한 막연한 용서가 아닌 도덕적 의무를 다할 가치가 있을 때 요구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지 느끼는 것이다. 치유 서사는 우리가 겪은 고통으로부터 성취한 통찰을 가져다줄 것이다.





치유의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숙련되어 가며, 특히 글쓰기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때 기술이 늘어난다.
<치유의 글쓰기>, 33p



치유를 위해서 글을 처음 쓴다면 오직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하라고 권고한다. 이때 나는 "독자 없는 글은 쓰레기다"라는 말을 했던 작가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치유를 위한 글쓰기에 반드시 독자가 필요한 것일까? 치유의 글쓰기는 온라인 마케팅이나 보고를 위한 글이 아니다. 거대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를 목표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도 기대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 자신만의 표현으로 몰입하기 위해 글을 적는다. 우리가 처음 글을 쓴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게 좋을 수 있다. 우리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 건강할 때나 아플 때, 화날 때나 편안할 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적을 수 있다. 그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된다.



내가 느끼기에 '치유의 글쓰기'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명확하다. 우리는 자기 경험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는 어렵지만, 억울하고 할 말이 많은 사건에 대한 글은 훨씬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치유의 글쓰기'는 말하는 방식과 달리,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일관되고 정리된 구조로 서술한다. 우리는 글을 통한 '증언의 방식'을 허용하며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을 예술로써 승화할 수 있게 된다. '치유의 글쓰기'는 우리 삶에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상처받기 쉬운 심리적 자원을 글에 꼭 배열할 필요가 있을 때는, 그 작품이 우리 스스로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치유의 글쓰기>, 270p



치유의 글쓰기에 있어서 '털어놓기'는 자신의 정신을 장기적으로 증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점철되었다. 글쓰기와 같은 창조적인 작업은 애도의 형식을 모방하기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기에 적합하다. 궁극적으로 '털어놓기'를 통해 자신이 잃어버렸던 자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겪었던 사건을 피상적으로만 적어낸다면 자신을 온전히 치유하기 힘들어진다. 이는 작품에 담긴 이야기 자체로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온전히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털어놓기'의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과정 일지'를 적어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이 글을 쓰는 단계에 대한 생각을 적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글을 적으며 발생한 사건과 느껴졌던 감정을 연결하는 것에만 집중 했기에 '과정 일지'는 내게 신선한 형식이었다. '과정 일지'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 될 것이다.



'치유의 글쓰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이는 자신의 관계가 망가졌을 때,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나 우울한 감정이 지속될 때처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볼 만한 고통에 필요한 '자기 보살핌'으로 작용한다. 글을 쓰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환경을 설정하여 편안함을 느끼고 나만의 표현, 가령 심미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감정들을 냉철하게 검토하고 관찰자 입장으로 성찰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치유의 글쓰기'가 된다. 이처럼 자기 수용이 확실한 '나'라는 존재는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로 연결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비혼주의', '남녀갈등', '저출산', '우울증',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들이 남겨져 있으며, 이 밖에도 대부분의 이슈는 우리의 '관계'와 얽히고설켜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하며 그전에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 그것에는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음으로써 진실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고통을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행위는 공통의 유대를 만드는 생존의 방법이며, 고통을 경청하는 행위는 곧 '도덕적 행위'가 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도록 한다. '치유의 글쓰기'는 오늘날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확실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글을 쓰는 것, 그리고 규칙적으로 쓰는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환된다.






'치유의 글쓰기'를 읽다 보면 다양한 작가와 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나의 안내서로서 담긴 내용들이 주는 가치도 상당하다. 이는 '글쓰기를 위한 내적 돌보기', '글쓰기에 의한 내적 돌보기', '글쓰기 연구가 말하는 단계별 창작 과정' 등 작가 '루이즈 디살보'의 생각과 버무려진 여러 작가의 경험을 체험하며 연결되는 것으로, 우리의 상처에 담긴 편견들을 바로잡기 충분했다. '치유의 글쓰기'는 '나를 읽고 나를 쓰는 것'에 대한 치유의 말하기다. 나 또한 치유 서사에 대한 준비를 마치면 글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방식으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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