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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롱 Dec 14. 2023

소년이 온다 :: 한강

남겨진 이들의 양심, 일렁이는 날개

일주일에 책을 두 권씩 읽고, 관련 서평을 한 권씩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서평 한다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필두로 많은 노력과 퇴고가 필요합니다. 아직 어리숙하지만 점차 다듬어질 글쓰기 실력이 문학적 지식과 겸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소년이 온다' 추천 대상

1. 한강 작가의 대표작에 몰입하고 싶으신 분

2. 광주 항쟁의 한을 느끼고 싶으신 분

3.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느끼고 싶으신 분






남겨진 이들의 양심, 일렁이는 날개:

한강,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읽고.



작가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했다.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이탈리아 '제20회 말라파르테(Malaparte) 문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세계 문학계에 권위 있는 작품으로 기여하게 된 『소년이 온다』는 그녀가 국민학생 시절이던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 한강은 5.18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녀가 12살, 13살 즈음 사진첩에서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발견하고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수께끼로 남긴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말을 하기 위해 '5월의 광주'를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소년이 온다』는 단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사건을 넘어, 지금까지도 고통받는 사람들의 기억에 담긴 양심과 압도적인 고통을 품은 책이다.



이 책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일곱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누나를 찾으러 나갔다가 실종된 정대, 실종된 정대가 담는 망자의 목소리, 그런 정대를 찾기 위해 도청에 남은 '너'라고 불리는 소년 동호, 198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고통과 비애를 그대로 느끼며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작가 한강은 다소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너'라고 불리는 동호와 함께 주변의 인물들 통해서 그려내고, 인간의 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것의 형상을 광주로써 담아낸다.






책의 1장 '어린 새'는 실종된 정대와 그를 찾는 동호라는 소년을 '너', '당신'으로 표현하며 작품 대부분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러한 전개는 작품의 1장에서부터 6장까지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치 '빅뱅'과 같이 퍼져나가도록 한다. 동호의 친구 정대는 갑자기 들이닥친 계엄군에게 봉변을 당했고, 그 광경을 목격한 동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바라만 보았다. 군인들의 진압이 더욱 심해져 모두 학살할 것이라는 공포에 빠진 시민들에게 한 남자는 먼저 가신 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들을 '동호'는 생각한다.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
<소년이 온다>, p22



어린 동호는 자신의 외할머니의 임종을 바라보며 죽은 사람에게서 '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후 동호가 주검이 된 시민들을 통해 바라본 '혼'은 1장의 제목인 '어린 새'의 형상과 같다. 이러한 '어린 새'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국가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게 애국가를 불러주고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것도 동호는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동호는 혼이 얼마나 자기의 몸 곁에 머무는지 궁금해하고 이것들이 마치 날개가 달려서 촛불을 일렁이게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매일같이 찾아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본인이 도망치며 손을 놓쳤던 사람이 정대가 아니라 이 소녀일지라도, 자신의 가족일지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주검이 된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짐한다. 



소년 동호는 이러한 할아버지의 눈빛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도망 쳐버린 자신의 신세를 이를 악물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을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분노했을 것이다. 이처럼 소년이 보고 듣는 것에 대한 의문은 곧 작가 한강이 사진첩을 보고 품었던 수수께끼와 연결된다. 사진첩에서 마주한 참혹한 시신들과, 총상자들을 위해 헌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지은 사람들의 모습.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들이 집에 머물지 않았던 것은, 마치 작품 속 동호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실종된 정대를 찾으러 다니는 '남겨진 이들의 양심'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2장 '검은 숨'은 특이하게 죽은 망자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망자는 작품 속 실종된 정대의 목소리며 '혼'이 되어 자신의 곁에 남겨진 '어린 새'라 할 수 있다. 어린 새가 전하는 주검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는 전보다 더욱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자신이 찾고자 했던 누나와의 기억을 혼이 되어버린 정대가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죽음을 통해 죽음으로써 더 이상 어리지 않게 된 박정대는 자신이 찾으려 떠난 이들은 끈질기게 생각하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혼이지만 고깃덩어리라 표현하며 자신의 부패하는 몸을 점점 증오하게 되는 정대의 혼은 자신이 무엇을 찾아가야 하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그것은 자신이 찾으려 떠난 누나도, 자신을 죽인 군인도 아닌 '너'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증오하던 몸이 불타며, 비로소 자신을 붙잡던 무언가를 떨쳐내고 어린 새가 되어 자신의 몸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너'로 불리는 동호를 찾으려 어린 새는 떠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며 장이 끝난다.



여전히 눈에서 피가 흐르는 채, 서서히 조여오는 거대한 얼음 같은 새벽빛 속에서 나는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었어.
<소년이 온다>, p64



혼들은 서로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떠나면서도 떠나지 못했다. 2장은 1장에서 동호가 바라본 어린 새가 어디로 가지 않으며, 곁에 머문다고 느꼈던 의문의 답을 망자의 목소리로 하여금 들려준다. '너'가 죽은 것을 느끼고 아무 곳도 갈 수 없이 그저 남겨진 어린 새를 통해 작가가 들려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몸에 남은 상처가 곧 증언이 되어 남겨진 이들과 달리 사진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실종자들이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실종자들의 애절한 목소리를 작품 속에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비애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3장 '일곱 개의 뺨'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은숙이 병원에서 살아남은 이후 출판사 직원으로 일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은숙은 살아남고도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도중에, 부정한 내용을 담은 희곡의 출간을 도왔다는 이유로 일곱 대의 뺨을 경찰에게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를 제외한 여섯 대의 뺨따귀를 하루에 한대씩 잊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검열관들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그 희곡은 출간되 었고 은숙은 그 연극을 바라보며 동호를 떠올린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소년이 온다>, p99



동호와 함께 시신 수습을 도왔던 여고생 은숙은 자신이 미처 행동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때 당시의 감정을 연극을 바라보며 담아낸다. 그리고 여공으로 일하면서 그녀가 전해 들은 분수대의 물을 잠가달라는 소년으로 연상되는 학생의 말은, 그 시절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추모와 그에 담긴 울분으로 볼 수 있겠다.





4장 '쇠와 피'는 동호가 죽었던 그날 밤, 계엄군과 싸우기 위해 도청에 모인 사람들 조원들의 지휘를 맡게 된 스물셋의 교대 복학생으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했던 김진수와 함께 감옥에서 짝이 되어 고문 받았던 그날의 기억들과 후유증을 담아낸다. 감옥에서는 짝이 된 동료끼리 삼시 세끼를 나누어먹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러한 조건은 서로를 증오하도록 만들기 위해 군인들이 설계한 것이었다. 짝이 된 두 남성이 식사 도중에 결국 싸우게 된다. 이때 김영재라는 아이가 뱉은 말은 무엇이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왔는지 이전에 작가 한강이 사진첩을 바라보면서 풀었던 수수께끼의 답을 관통한다.



우, 우리는 ······ 주, 죽을 가, 각오를 했었잖아요.
<소년이 온다>, p119



김진수와 짝이었던 대학생은 그 순간에 서로의 눈을 마주친다. 이들은 죽을 것을 알고도 도청에 모였고 끝까지 저항했지만, 끝내 다가오는 군인들에게 총을 쏘지 못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을 알면서도 그에 저항했던 강한 힘은 바로 '양심'이다. 결국 작가가 수수께끼를 품었던 사진,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거리에 나와 수혈을 하기 위해 기다렸던 것은, 그들이 본연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 나와 서로를 맞대며 느껴졌던 거대한 심장이, 강렬하게 요동치는 '양심'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이 작품이 5.18 운동의 연장선에 있으며, 아직까지 현재형인 "소년이 온다"로 쓰인 것은 4장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김진수와 그 짝이었던 대학생은 시간이 지나서도 그날의 기억들을 잊지 못하며 살아간다. 김진수는 본인들이 품었던 양심을 회상하면서 그에 대한 회의감을 같이 가지고 있다. 총을 들었지만, 그것은 우리를 지키지 못했고 쏘지도 못했던 그때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고서도 후유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과 이야기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 대학생에게 김진수라는 존재는 '의지'를 의미하며 동시에 '잊고 싶은 그날의 기억'이다. 시간이 지나 늙어버린 대학생이 건네받은 한 장의 사진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이기에 적대감을 표현한다. 일렬로 놓인 어린 학생들의 사진은 항복하면 살려줄 것이라는 그들의 바람과 달리 처참한 살육의 증언이었다. 그는 아물지 않은 그날의 기억들은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버티지 못하고 먼저 죽음을 택한 김진수와 달리 살아있지만 더러운 죽음의 기억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은 지금을 치욕이라 여기며, 진짜 죽음을 통해서 자신을 놓아주기를 원한다. 4장은 생존자들이 들려주는 그들이 지녔던 생각과 인간에 대한 회의를 보여주며,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통해서 '남겨진 이들의 양심'을 보여준다.





5장 '밤의 눈동자'는 이전의 은숙, 동호와 함께 시신 수습을 했던 선주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민 군들의 증언을 받아 책을 쓰고자 하는 작가의 인터뷰 요청을 받은 선주는 그 당시 열악한 환경과 하혈이 멈추지 않도록 고문당하던 그때의 날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차마 녹음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인터뷰를 거절한다. 이러한 고통을 잊고 살기 위해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성희 언니의 문병을 가면서 그 당시 지녔던 그들의 의지의 고귀함을 이야기한다. 5장에서도 4장과 같이,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담아낸다.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소년이 온다>, p173



동호는 국가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게 애국가를 불러주고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어린 동호와 은숙의 대화를 선주는 들었다. 20년이 지나서 성희 언니의 문병을 간 선주의 대답이 바로 위에서의 독백이다. 동호가 이해하지 못했던 이러한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1장의 동호가 바라보는 시신을 덮는 태극기, 4장의 재판관 앞에서 애국가를 선창하는 어린 영재, 그리고 5장에서 그것에 답변하는 선주의 독백까지. 선주와 성희가 지녔던 그날의 기억들을 고귀한 감정이다. 내가 그날의 아물지 못한 상처들을 꺼내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아무렇지 않게 답할 수 있을까? 그날의 양심과 함께 죽어진 삶을 감당하며 지낸 날들의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6장 '꽃 핀 쪽으로'는 동호의 어머니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마음과 그 가족들이 슬픔이 녹아져있다. 동호 어머니는 자신의 어린 새를 그리워하며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시위를 하고, 시간이 지나 동호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시위를 중단한다. 시위를 하면서도 어머니는 그 무엇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놈'이라고 표현되는 군인 독재자가 광주에 오는 날에도 유가족들의 울부짖음과 한은 빠르게 진압되었다. 경찰서에 끌려간 유가족들의 모습에 한 청년이 들이닥쳐 소리친다. 어머니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그 말을 들은 동호 어머니는 경찰서에 걸린 독재자 액자를 끌어내려 눈물이 흐르는지 피가 튀기는지도 모른 채 발로 밟아댄다. 



그 모습이 마치 날개가 달린 것으로 형상되는데, 작품에는 이처럼 '날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날개는 장례식장에서 촛불을 일렁이게 하는 '혼'의 날개일 수도, 자신의 곁을 떠나고 날아가는 '어린 새'의 날개일 수도, 자식을 잃은 울분과 자책이 담긴 '어머니'의 날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날갯짓들은 그들을 날려보내지 못하고 그저 일렁거린다. 자신의 육체에 벗어나지 못해 촛불만을 일렁이게 하는 '혼'의 날갯짓이며, 날아갈 수 있음에도 날아갈 곳을 찾지 못하고 남겨진 '어린 새'의 날갯짓, 그날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어머니'의 날갯짓이다. 그들은 모두 날아오르지 못하고 일렁이는 날개를 가진 채, 아직까지 우리의 곁에 남겨져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 7장 '눈 덮인 램프'는 작가 '한강'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에서 또다시 날개가 등장한다. "반투명한 날개처럼 파닥이는 불꽃의 가장자리를 나는 묵묵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처럼 작품 전반에 걸쳐서 작가는 단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서사를 넘어서, 아물지 못한 사람들의 상처의 구조와 깊이를 보여준다. 각 장마다 서로 다른 화자들은 '너'라고 불리는 동호의 존재를 통해서 이야기를 연결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파괴적인 그날의 기억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춥다. 이렇게 받아들인 것은 작품 내 배경이 어두운 밤, 그리고 작은 불빛 조자 용납되지 못하던 그때의 공간에 담겨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새벽빛', '박명'과 같은 단어들로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전까지 '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접할 수 있었고, 그에 관한 교육과 현장에도 방문했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그날의 기억을 가장 마음 깊숙이 체감되게 한 것은 아직까지도 전해지는 그들의 한과 비애가 절절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양심으로 버텼던 그들은 '혼'으로 남겨졌고, 그러한 '혼'들을 남겨놓은 가족들은 죄책감으로 인한 고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남겨져 있다.


 




작품의 제목인 <소년이 온다>는 작품의 중심인 여린 성품의 동호를 통해서, 남겨진 '어린 새'들이 천천히 우리의 곁으로 걸어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고통스럽고 마음 한편이 답답했다. 그것은 단지 소설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역사적 기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가장 뱉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작품 내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러한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자살률은 실제로 높은 수치이고,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고통을 의미한다.



죽지 마. 죽지 말아요.
<소년이 온다>, p177



5장의 선주가 성희에게 병문안을 가서 건넨 말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고통 속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생존자에게 전하는 이 말 한마디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여 작가가 독자에게 알리는 메시지라 생각한다. 죽지 말라는 메시지는, 생존자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조언을 모두 담아낸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발견하지 못한 증언까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움직이게 했던 양심과,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갯짓을 통해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 속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했던 것들은, 남겨진 이들의 양심과 일렁이던 날갯짓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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