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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TOSTEP Apr 30. 2023

골프! 아마추어면 이것만 하자!

sports#1

[두바이 에미레이츠 골프클럽 시그니처 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골프.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게 골프. 전반 9홀 다르고 후반 9홀 다른 게 골프. 같은 홀에서도 수없이 달라지는 게 바로 이 징글징글한 골프. 올해까지만 치고 내년부터는 접어야지 수없이 결심해도 어느덧 봄이 오고 푸른 잔디가 올라오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길쭉한 사물은 골프그립으로 잡고 있게 만드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너무 나도 민감한 행위이다. 운동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행위란 표현을 쓴 이유는 15년 이상의 구력을 바탕으로 골프는 운동보다는 민감한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건강을 위해서 운동차원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적당한 워킹과 조깅, 적당한 근력운동을 하는 편이 낫다. 골프는 굉장히 민감한 행위에 가깝고 그 민감함을 어떻게 하면 가장 둔감하게 느끼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할 수 있는가로 결정되는 것이며 그러한 행위를 게임으로 바꾼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결국 골프는 '민감함' '예민함" 이 따위 단어들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민감함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물은 너무 처참하고 창피함을 넘어서 자괴감까지 들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골프는 당장 때려치워야 한다. 아주 좋은 스트라이커도 한 경기 대부분의 슛은 안 들어간다. 아주 좋은 타자도 열 번 중에 세 번 정도만 잘 친다. 아주 좋은 슈터도 3점 슛 성공률이 30~40%다. 이 정도만 수행해도 탑플레이어인 것이다. 골프? 열개의 샷 중에 세 개의 샷만 잘 된다면 어떨까? 접는 편이 낫다. 너무나도 인간에게 실수란 걸 용납하지 않는 골프 거기에 예민함까지 가득한 이 골프. 비난할 수 있는 어떤 좋은 단어가 있다면 매일 비난하고 싶은 이 골프를 또 시작해야 하는 봄이다. 


 앞서 말했듯이 골프는 민감하다. 조금만 바뀌어도 모든 게 바뀐다. 때문에 아마추어 골프는 이 민감함을 없애야 한다. 마치 고3 학생의 루틴처럼 조금의 바뀜도 없이 매일을 똑같이 보내듯이 골프스윙에 있어서 이 민감함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고3 같은 루틴 조금도 의심 없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기억하고 헷갈리지 않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들 고민이 많지 않은가? 우리는 만점을 받을 수는 없지만 아는 문제를 놓치는 것은 안 된다. 모르는 문제는 그냥 운에 맡기고 아는 문제는 절대 틀리지 않아야 하니 아는 문제를 틀리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공식 몇 개만 외우자. 물론 다른 좋은 방법도 많겠지만 수능은 금방이고 시즌도 짧다. 아마추어를 위한 최선으로 정말 딱 지킬 수 있는 핵심만 정리해 보자.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것. 이 말인 즉, 다른 것은 포기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지켜서 민감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이다. 아는 문제는 맞히자.


[그립] 

 위크그립, 뉴트럴그립, 스트롱그립 이에 따른 롱썸그립, 숏섬그립 어떤 걸로 하는 게 맞고 너무 많은 선택이 있다. 필자가 말하는 모든 것은 아마추어 기준이다. 그리고 70대 후반 혹은 80대 초반의 스코어까지만 치면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 기준이다. 

 아마추어의 정답은 스트롱 그립이다. 그냥 스트롱으로 잡자. 아무 생각 말고. 뉴트럴이 좋다는데? 스트롱그립 잡으면 탑에서 커핑이 생긴다는데? 공이 너무 훅이 난다는데? 상급자로 갈수록 훅이 나면 안 좋다는데? 여러 말들이 많다. 그냥 스트롱으로 잡자. 대부분의 골프장은 우측 OB가 많고, 우리의 샷은 7번 아이언도 미스 나면 100M 간다. 스트로그립 잡아서 미스샷을 내도 10M라도 더 가보자. 


[어드레스]

 손위치 왼쪽 허벅지 안쪽. 손과 몸간격 주목한 개 반 이것만 지키자. 

드라이버는 조금 다르지 않나? 어깨 틸트도 있어야 하지 않나? 내리막 오르막 라이일 때 다 다르지 않나? 스탠스의 넓이는 어떻게 해야 되지? 말했다. 외부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것만 지키자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다 변할 것이다. 심지어 내 신체조차도 눈으로 확인이 직접 어려운 것은 외부변수다. 변한다. 그나마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저 둘이다. 저 두 개만 지켜도 어드레스에서 오는 민감함은 줄어든다.. 


[테이크 어웨이 & 하프스윙 & 백스윙 탑]

 각자가 다 중요하다. 해당 동작을 하나하나 기억해서 매 라운드 때마다 적용하는 것은 내 삶이 골프로 가득 차면 가능할 텐데 우리는 생활인이다. 다 생략하고 첫 단추만 잘 끼우기 보자. 핵심 한 개만 뽑아보자. 나라면 어깨의 움직임을 뽑겠다. 소위 말하는 어깨턴인데 난 어깨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깨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어깨가 턴이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왼쪽어깨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움직임을 해야 한다. 이것만 기억하자. 죽이 되는 밥이 되는 백스윙탑까지 갈 때 왼쪽어깨는 턱아래로 떨어진다. 턴 하는 것이 아니다. 떨어지는 것이다.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자. 절반의 확률로 백스윙탑까지 매우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절반의 확률로 역피봇등이 나서 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절반이 어디인가? 우리는 아마추어다. 


[다운스윙]

 "힘 빼고 임팩트 구간에서만 가속한다"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 100% 전환한다." "레이트 히팅을 한다." 아주 좋은 다운스윙의 법칙들이 많다. 이걸 다 할 수 있다면 이 글을 볼 필요도 없다. 저대로 하시면 된다. 안될 것이다. 안 될 확률이 높다. 어떠한 다운스윙이 가장 좋을까? 

사실 골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우리는 전문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아마추어다.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주말에 탁 트인 자연과 함께 하는 골프를 통해서 해결한다. 일주일 내내 우리의 마음속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짜증'을 해갈할 수 있었는가? 자. 다운스윙은 '그냥 있는 힘껏 세게 휘두르자.' 일주일에 스트레스와 짜증을 날려버리게 있는 힘껏 세게 휘두르자. 공 그까짓 거 조금 안 맞으면 어떠한가? 적어도 우리 마음속에 짜증은 세게 휘둘러서 날려버리자. 지난주에 나처럼 우물쭈물 주춤주춤 하지 말고 오늘만큼은 적어도 헛발질해도 좋으니 세게 라도 소리 지르면서 휘둘러보자. 어깨가 들리 건 OB가 나건 슬라이스가 나건 있는 힘껏 휘두르자 한주의 스트레스에 제대로 스윙도 못한 스트레스까지 더 할 필요 없지 않은가.


스트롱그립, 어드레스 손위치, 어깨 떨어 뜨리기, 세게 치기 이것 네 개만 지켜보자. 다른 건 그냥 다음 주의 날씨의 요정에게 추가로 부탁해 보자. 날씨의 요정이 바쁘면 캐디님에게 의지해보자. 캐디님도 정신이 없다면 동반자에게 사랑의 멀리건 딱 1개만 받아보자. 조금은 우리의 골프가 더 유쾌해지지 않을까? 이 네 개도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몇 년, 혹은 지난 몇 개월, 지난 몇 주 동안 얼마나 골프 생각을 많이 하셨습니까? 그 애정을 조상신을 비롯하여 각종 다양하고 영적인 존재 분들이 그냥 쌩까지는 않을 것입니다. 애정에 대한 믿음으로 대충 치시기 바랍니다. 사장님 나이스샷!"


[두바이 데져트 클래식 역대 우승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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