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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en Apr 02. 2023

고통이 발생하는 이유

뇌과학과 최면상담의 관점에서 본 고통


이 글은 현재 작성중인 뇌과학적 최면상담 프로세스 전자책의 내용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1.트랜스


최면에는 트랜스라는 원리가 있다. 트랜스는 최면의 가장 기본기이자 이것으로부터 모든것이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매우 중요한 원리이다. 트랜스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주의초점이 어느 한가지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


다음의 예시를 읽어보자.


당신이 집에 있는데 집에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집에는 당신 혼자있다. 당신은 바퀴벌레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당신은 혼란에 빠졌다. 저 바퀴벌레를 내 집에서 내쫒고 싶은데 저걸 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에프킬라라도 있으면 약에 절여서 죽인다음에 눈 딱 감고 휴지로 감싸서 변기통에 버리기라도 할텐데 에프킬라도 없다. 그렇게 당신이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바퀴벌레는 장롱 틈 사이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두번 다시 나오지 않는다.


이제 당신눈에는 바퀴벌레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바퀴벌레가 사라진것은 아니다. 그것은 밤에 당신이 잠을잘때 기어나와서 당신의 머리맡을 유유자적하게 산책하고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제 당신은 이 바퀴벌레가 신경쓰일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면 이러한 글을 본 순간 당신은 바퀴벌레를 잡아 변기통에 버리기 전까지는 잠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의 주의초점이 어느 한가지에 꽃히게 되는 것을 트랜스라고 한다. 이 경우는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는 대상에 대해 무의식 수준에서 주의초점이 꽃혀있는 것이다. 그 대상이 나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대상이라면 대상일수록 우리의 주의초점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거기에 꽃히게 된다.


우리 내면의 코끼리(무의식)가 자신이 상처를 입을까봐 난리를 칠때 일어나는 일이 딱 이러하다. 이미 너무 상처받은 코끼리는 자신이 상처받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상처줄만한 요소가 포착되면 거기에 온 신경이 꽃히는 것이다.


이때 우리의 뇌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2.알로스테시스


알로스테시스란 우리 뇌가 작동하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인 외부의 정보를 중추신경계인 뇌가 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 결과를 몸의 감각(느낌)으로 피드백한다. 이때 뇌가 해석한 외부의 자극이 우리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있으면 그 외부 자극에 대한 피드백 결과는 ‘고통스러운 느낌’으로 인지된다. 왜냐하면 안정적인 상태를 확보하기 위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의 뇌가 임의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우리는 이 불편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상태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환경 그리고 자신의 내적인 상태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이행하려는 모든 과정을 알로스테시스라고 한다.


알로스테시스는 알로스+스테시스로 구성되어 있다. 알로스는 그리스어로 ‘변화’라는 뜻이고 스테시스는 ‘현상유지’라는 뜻이다. 즉, 알로스테시스란 위에서 이야기 한것처럼 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상태를 추구하려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초에 외부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함으로써 외부의 자극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확보하는 것이 알로스테시스의 목적이다.



그런데 이 안정감 확보 작용에 관여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메타프레임’이다.



3.메타프레임


메타프레임은 ~보다 한단계 위라는 뜻의 메타와 틀,구조물이라는 뜻의 프레임이 합성어이다. 쉽게 말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틀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좀더 알기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반드시 ~해야한다’


이 ‘반드시 ~해야한다’는 메타적인 수준에서 적용되는 틀이기 때문에 모든것에 적용된다. 가령, 나는 ~해야한다. 라고 자신이 유지해야 하는 모습을 규정하거나, 타인은 ~해야한다 라고 타인이 해야하는 행동 또는 성질을 규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세상은 ~~한 모습이어야 한다라고 세상의 모습까지도 이 틀안에 가두어 놓는다. 그래서 메타프레임이 완벽하거나 너무 이상적인 사람은 끊임 없이 자신의 기대와 예측이 좌절된다. 왜냐하면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기준이 너무 높으면 그 사람이 마주하는 환경이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못하는 경우가 충족시키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그렇기에 기준이 높은 메타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것이 불완전해 보일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타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처해있는 환경과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보았을 때, 메타프레임은 작동한다. 그래서 그 대상(나,타인,세상)이 ~~해야하니 당연히 ~~할것이다라고 예측을 해버린다. 그러나 메타프레임은 그 개인만의 ‘바람’이기 때문에 이 자동적인 예측에서는 필연적으로 오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즉, 실제로 일어나는 결과값(현실)이 메타프레임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4.알로스테시스와 트랜스


이렇게 오류가 일어나면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 안정된 상태로 이행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때 예측오류에 의해 발생하는 불편한 느낌이 바로 우리가 고통이라고 인식하는 생각/감정/느낌의 정체다.


대개 이러한 예측오류는 안정적인 상태로 이행하기 위한 행동들을 통해 수정된다. 예를들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핸드폰이 충전이 안되어 있다. 콘센트를 보니 충전기가 콘센트에서 살짝 빠져나와 있다. 당연히 자고 있는 사이 충전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충전히 안되어 있다. 예측오류가 발생한다. 이렇게 예측오류가 발생한 상황은 내가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상황과 위배된다.


그래서 예측오류가 일어나면 안정적이지 못하게 된다. 즉, 불편해지는(짜증나는) 것이다.


이 불편함은 우리 뇌가 예측을 벗어난 상황에 대비해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의 신체에 특정한 명령을 내린 결과값이다. 예를 들어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던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 있어야지 행동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어야지 예측오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한 신체(몸)의 상태를 우리의 뇌는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임의적으로 범주화 시켜버린다. 즉, 몸의 어떠한 느낌이 감정으로 묶여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몸의 상태’에 어떤 감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은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충전기를 챙겨서 직장에 가는 도중에 충전을 한다던가, 보조배터리를 챙긴다던가, 아니면 씻는 도중에 어느정도 충전이 되도록 제대로 콘센트에 꽃아놓는 다던가 하는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예측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행동을 통해 상황이 안정적인 상태로 이행되면 불편함(고통)은 사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생활 수준에서의 오류가 아니라, 인생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 경우에는 예측오류가 쉽사리 수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세상은 완벽해야해’ 라는 메타프레임을 무의식 수준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의식적으로는 “세상이 어떻게 완벽하니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고 세상인데…”라고 말해봐야 세상은 완벽해야 한다는 메타프레임의 영향을 받게된다.


그럼으로써 삶의 모든 순간이 예측오류가 된다. 세상은 외부의 환경뿐만아니라 ‘나 자신’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세상은 완벽해야해라는 메타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 안되라는 메타프레임 또한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예측오류가 끝없이 일어난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예측오류가 일어나면 예측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몸을 준비시키는데 이때 이러한 몸의 긴장상태를 우리뇌가 임의적으로 해석한것이 고통(불편함)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예측오류가 수정될 때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은 완벽해야돼라는 메타프레임자체가 비현실적인 메타프레임이기 때문에 이 예측오류는 무엇을 해도 절대로 수정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절대로 완결되지 않는 예측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측오류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제대로 완결되지 않으면 오류가 일어난 상태 즉, 불편한 상태가 만성화 된다. 즉, 불편한 상태를 우리뇌가 임의적으로 해석한 결과값이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생각이나 느낌같은 것들이 만성화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성적인 두려움, 분노, 우울감등에 시달리게 되거나 이 완결되지 않은 예측오류와 관련된 자극이 발생하면 다시 이 예측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불편함(고통)이 활성화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삶에서 불수의 적으로 반복되는 트라우마 반응 또는 감정의 정체이다.


그리고 이렇게 완결되지 않은 예측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주의 초점이 완결되지 않은 예측오류로 향해야 한다. 즉, 이 예측오류가 만들어낸 불편한 상태(감정,느낌,생각)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안정적인 상태로 이행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지난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고통을 준 과거의 사건이나 사람에 계속 얽매이는 것이다.


위에서 트랜스란 주의 초점이 어느 한가지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에 이때 주의초점이 고정되는 양상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동적인 것이고(무의식적) 하나는 능동적인 것(의식적인 것)이다. 당연히 예측오류에 의해 그 오류를 수정하려고 나도 모르게 완결되지 않은 예측오류에 빨려드는 것은 자동적(무의식적)인 반응이다. 이를 최면에서는 병리적 트랜스라고 부른다. 바퀴벌레가 너무 신경쓰여 잠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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