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도시

예테보리 여행기

by 단순

여행하면서 '좋네' 하는 곳은 많지만 '여기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곳은 흔치 않다. 예테보리는 살고 싶은 도시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Göteborg / Gothenburg). 볼보 본사가 있는 공업 도시.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Hasselblad 본사도 예테보리에 있다.


예테보리 중앙역 앞


이번 여행에 본디 핫셀블라드 X1D II를 가져가려 했었다. 그런데 여행 직전에 갑자기 카메라 뷰파인더가 작동하지 않았다. 국내 AS를 담당하는 반도카메라에 문의하니 스웨덴 본사에 보내 수리해야 하며 수리 기간은 2달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수리를 맡기고 다른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났다. 핫셀블라드 본사도 구경하러 갔었는데, 문을 두드리며 '제 카메라 수리 다 됐나요?' 하고 묻고 싶었다.(한창 조지아 여행 중에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실제로 내가 예테보리에 있을 때 수리가 완료되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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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여행지로 많이 꼽는 곳은 Skansen Kronan, Masthugget Church, Feskekörka, 팜 하우스(식물원), 볼보박물관 등이다. 이 가운데(볼보박물관은 가보지 않았지만) 괜찮았던 곳은 Masthugget Church였고 나머지는 흐린 날씨 탓이었는지 큰 감흥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 더 좋았던 곳은 다음과 같다.



Röhsska museet


디자인, 공예 박물관이다. 규모는 작지만 상설 전시실도 볼 만하고(아래 사진은 아시아 전시실) 기획 전시도 나름 볼 만하다. 나는 공부하듯 박물관을 방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획 둘러볼 만한 이 박물관이 마음에 들었다.

batch_2025-10-09 Gottenburg_X2D ii_23.jpg Röhsska museet



Kortedala Museum


예테보리 외곽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1950년대 스웨덴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다. 특이한 점은, 박물관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무료로 운영되는데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안내를 맡고 있다. 1950년대 스웨덴 가정의 모습(가구, 가전제품, 장식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특히 1950년대부터 이미 텔레비전이라든지 냉장고(그것도 굉장히 모던한 디자인의)가 스웨덴 가정에 보급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스웨덴이 일찍부터 생활수준이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만큼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나 가전을 만날 수 있다. Kortedala Allhelgonakyrkan 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금방인데, 예테보리 A 권역 패스가 있다면 트램으로 다녀올 만하다.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11-편집.jpg Kortedala Museum



라디오 박물관(Radiomuseet)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라디오가 있다고? 라디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 라디오 하나하나 구경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이 많은 라디오를 모으다니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관람을 했다.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55-편집.jpg Radiomuseet

이 라디오 박물관에도 1970년대, 1980년대 등 예전 거실의 모습을 꾸며 놓았는데 매우 아름다웠다.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31-편집.jpg Radiomuseet



Hasselblad 본사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71-편집.jpg Hasselblad 본사

가 보라고 추천해 준 사람은 없지만 순전히 개인적 관심사 때문에 찾은 곳이다. 구시가지의 스텐피렌(Stenpiren ) 페리 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면 바로 건너편이다. 이곳엔 따로 전시실이나 박물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한번 가보았다. 예테보리 예술 박물관(Gothenburg Museum of Art) 1층 한켠에 핫셀블라드 센터가 있기는 한데, 내가 갔을 때는 사진전을 하고 있었다. 핫셀블라드 본사는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 여기가 핫셀블라드 본사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멋진 풍경들이 있다. 라디오 박물관도 근처에 있으니 묶어서 방문하면 좋다.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81-편집.jpg Kuggen 예테보리


batch_2025-10-12 Gottenburg_X2D ii_83 복사본-편집.jpg Lindholmsbron에서 본 풍경



예테보리 앞바다 남쪽 군도(the southern Gothenburg archipelago)


별 기대 안 하고 간 곳인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래서 예테보리에 머무는 내내 매일 남쪽 섬들을 오갔다. 남쪽 섬들은 살톨멘(Saltholmen) 부두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면 되고 이 여객선도 예테보리 A 구역 교통카드만 있으면 된다.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부두와 섬 사이 이동 시간이 매우 짧다.(어떤 구간은 5분이면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서의 여객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범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여객선이 이 정도로 빠르고 편리하다면 섬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한강수상버스는 흉내라도 좀 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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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페뢰(Asperö), 브렌뇌(Brännö), 셉스타스뇌(Köpstadsö), 스티르쇠(Styrsö)에 다녀왔는데 모두 좋았지만 그중 브렌뇌가 특히 좋았다.



batch_2025-10-11 Gottenburg_X2D ii_86-편집.jpg Brännö


batch_2025-10-11 Gottenburg_X2D ii_80-편집.jpg Brännö


batch_2025-10-11 Gottenburg_X2D ii_194-편집.jpg Styrsö ky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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