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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Mar 27. 2022

매화가 피니 봄이 오네요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다. 계절은 좋은 시절이 왔지만 아직도 상황은 겨울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도 계절의 순리는 변함이 없는 것이, 삭막한 겨울이 지나면 어디선가 매화 향기가 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월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이 되었다. 4 식구 중에 셋이 하루씩 차이를 두고 연달아 확진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증상이 다 제각각이었다. 남편은 열이 39도까지 올라갔고, 나는 열 없이 숨쉬기만 좀 힘들었고, 큰아들은 약간 미열이 나다가 말았고, 막내아들은 한집에 있었는데도 아예 걸리지도 않았다. 코로나라는 같은 바이러스라도 증상은 개인의 면역력이나 몸 상태에 따라 제각각 나타나는 것 같았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지옥을 갔다 온 느낌이라던지, 그냥 감기보다도 약하다고 하는 천차만별의 이야기가 있던데 다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사실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사실이 동시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다시 집으로 학교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다. 집에 있는 동안 몸이 다 나으면 매화를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꽃이 지기 전에 친한 디자이너분이랑 같이 광양 매화마을에 갔다 왔다.



1. 어디선가 매화 향기가 나니 봄이네요.


어릴 때 살던 집의 이웃집에 매화나무가 있었다. 붉은 홍매화였는데, 2월이 되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남쪽 지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겨울 기운이 남아 있던 시기였다. 어김없이 봄을 알리기 시작하는 봄의 전령은 매화였다. 겨울 찬바람에 한두 개씩 피던 매화가 만개하면 어느새 화창한 봄이 와 있었다.


나주로 이사 와서 한동안 여기저기 봄꽃을 보러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해 봄에는 광양 매화마을에 간 적이 있었다. 온 산에 하얀 매화꽃이 만발한 것이 무릉도원이 연상되었다. 언젠가 다시 와 봐야지 생각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까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올해 다시 매화마을에 가 보니 온 산에 만개한 매화꽃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변화였다. 그전에 매화축제로 인하여 인산인해로 물밀듯이 흘러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매화꽃을 보러 와 있었다. 덕분에 같이 갔던 지인이랑 여유롭게 하얀 매화꽃도 보고, 노란 산수유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할 수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


올봄에는 유난히 겨울이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겨울의 기간과는 상관없이 코로나로 인하여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시간들 때문에 겨울이 더 길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일주일간 자가격리가 끝나고 집 밖으로 나와 보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햇살이 부드러워졌고, 목련이 팝콘처럼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나무의 겨울눈을 싸고 있으면서 나중에 꽃이나 잎이 될 연한 부분을 보호하고 있는 단단한 비늘 조각을 아린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목련의 아린처럼 우리는 긴 겨울을 지나왔으므로 따뜻한 봄을 누릴 시간이 되었다.


목련 아린



2. 도다리쑥국을 먹으니 봄 향기가 느껴지네요.


오늘은 나주 경현동에 있는 경현포차라는 음식점에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갔다. 한수제라는 저수지 옆에 있던 작은 포차 같은 허름한 간이음식점이었는데, 장사가 잘 되었든지 새로 집을 크게 예쁘게 잘 지었다. 외형은 더 이상 포차가 아니지만,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음식 맛도 그대로 좋다.


경현포차의 메뉴는 고정 메뉴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그때그때 메뉴가 바뀐다. 봄에는 도다리쑥국과 주꾸미 요리가 올라온다. 도다리 쑥국을 먹어야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확실히 봄 제철음식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봄이 왔으니까 도다리쑥국을 먹어 보기로 했다. 냄비 위에 얹은 쑥의 향이 확 올라오는 게 확실히 봄의 향기가 느껴졌다.


경현포차의 도다리쑥국


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와 있다. 따뜻해진 햇살로, 여기저기 피어나는 봄꽃으로, 봄 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마 완전한 봄이 되려면 앞으로도 몇 번의 꽃샘추위를 지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는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이제는 봄햇살과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을 즐길 시간이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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