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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Aug 15. 2022

부산, 워케이션은 이렇게

워케이션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부산에 출장 겸 여행으로 워케이션을 잠깐씩 다녀왔다. 부산에서 공유경제와 업사이클링에 대한 강의를 해 줄 수 있냐는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여름휴가 겸해서 다녀오면 되겠군' 하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과 부산을 여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왕이면 워케이션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워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고정된 근무지를 벗어나 일과 휴식을 함께하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워케이션도 같이 부각되고 있다.


노트북 하나 들고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 카페에서 일도 하고 쉬기도 하는 워케이션이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와 같은 IT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다. IT가 발전하면서 사무실이나 집이 아니더라도, 노트북 하나 가지고 산속이나 바닷가 휴양지 등 전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되었다.




2. 워케이션 장소로 부산의 재발견


보통 워케이션의 장소로 제주도나 강릉 등 바다가 보이는 휴양지가 많이 선호되고 있다. 내가 보기엔 부산도 워케이션의 장소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KTX가 다니기 때문에 교통 접근성이 좋고, 해운대와 같은 유명 해수욕장이 있고 다양한 바다가 보인다. 한적한 일반적인 휴양 도시에 비해서 좀 복잡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큰 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다.


7월에 처음 워케이션 갔을 때는 주 목적인 강의를 마치고, 같이 갔던 의류 공방 강사분과 광안리 근처에서 회를 먹고, 광안대교의 야경을 보았고, 천천히 바다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했다. 밤에 부산의 고층 아파트와 빌딩 불빛들이 불야성처럼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홍콩 야경 사진 같다는 생각도 했다. 처음 갔을 때는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 근처에 호텔을 얻었는데, 길을 못 찾아 여기저기 헤매면서 서울처럼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야경


8월에 두 번째 갔을 때는 해운대 근처 호텔에 숙소를 얻고, 강의 마치고 저녁에 선셋 요트를 타러 갔다.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나 대신 하루 종일 운전해 준 가죽 공방 강사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부산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저녁에 요트 타기가 좋다는 평이 많아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해가 아직 남아 있는 저녁 7시쯤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서 광안대교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도 보고, 선상 불꽃놀이도 보았다. 해가 어슴프레 지는 모습을 보면서 1시간 남짓한 요트 타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요트 타기는 부유한 사람들이나 하는 특별한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산에서 요트 타기는 1인당 3만 원 전후로 그다지 비싸지도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관광 체험이었다.  


부산 요트타기


부산은 큰 도시라서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기 때문에 한달살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3.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숙소, 교통,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숙소이다. 사실 휴가를 가든 워케이션을 가든 어디로 가겠다는 장소가 정해지고 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숙소 검색일 것이다. 돈이 많아서 비싼 숙소를 고민하지 않고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 저렴하면서도 좋은 숙소를 고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장 시 대부분의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숙박비 지원한도는 6만 원 전후이다. 평상시 같으면 그 정도면 저렴한 호텔이나 깔끔한 모텔 정도는 얻을 수 있지만,  7월 말 8월 초와 같은 극 성수기 휴가철에 인접하게 되면 숙소 요금이 갑자기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7월에 출장 갔을 때만 해도 돈을 조금 더 보태서 1인 1실로 저렴한 호텔을 구할 수 있었지만, 8월 초가 되니까 그 숙박비로는 모텔도 얻을 수 없었다.  결국 2배 이상 요금을 더 주고, 2인 1실로 바다 뷰가 아니라 공사장 뷰 호텔을 구했다.


이번에 공유경제 강의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교육 중에 부산에서 에어비앤비로 공유숙박을 8년 정도 운영한 분이 1시간 정도 특강을 해 주었다. 이 분 강의는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어서 유용한 정보가 많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숙소 요금 결정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호텔 같은 숙소는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에어비앤비 숙소도 같은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숙소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동으로 가격이 오르고, 찾는 사람이 적으면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 주인이 가격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휴가철 같은 경우에는 비싸다고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사실은 요금 결정은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다만 주인은 상한선과 하한선은 미리 정해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날 공유경제에 대한 강의가 끝나고 나서 한분이 나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러 오셨다. 부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세계 여행을 좋아하신다기에, 그 집을 한달살기 숙소로 내놓고 그 돈을 받아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라고 조언을 해 드렸다. 부산에서 오래 사시는 분들에게는 7, 8월 여름휴가철이 덥고 관광객만 많은 계절일지 모르지만, 부산을 여행으로 오는 분들에게는 바다도 보고 해수욕도 가능한 피서의 계절이 될 수도 있다.


여름휴가철이라고 갑자기 호텔 객실수를 2배로 늘릴 수는 없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아파트나 집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공유숙박 숙소는 신속하게 늘릴 수 있다. 수요공급의 시장 경제 원리로 보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충하여 숙소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교통이다. 부산은 교통 측면에서 보면 장단점이 분명한 도시이다. 먼저 눈에 띄는 단점으로는 도로 모양이 이상하고 주차가 쉽지 않다. '부산에서 운전할 수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운전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부산의 도로는 직선도 아니고 곡선도 아니고 약간씩 비스듬하게 나 있어서 어디로 가라는 건지 엇갈리게 생겼다. 해운대 쪽은 그나마 신도시 지역이라서 도로 상태가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도, 내비게이션을 켜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몇 번씩 잘 못 들었다. 해운대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 가려다가 광안대교 위로 올라갔다. 운전을 해 주신 강사분과 그 옆에 타고 있던 내가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는데, 덕분에 푸른 바다 위에 놓여 있는 광안대교를 지나갈 수 있어 천국과 같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경험을 했다.


광안대교


부산의 도로 상황 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주차였다. 처음 묵었던 서면의 호텔은 주차타워에 주차를 해 주었고, 두 번째 묵었던 해운대의 호텔은 호텔에서 차로 몇 분쯤 떨어진 모델하우스 공터로 차를 이동시켜서 주차를 해 주었다. 대부분의 식당이나 일 때문에 방문했던 오피스는 비싼 주차비를 별도로 받았다.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고, 도시 전체적으로 보아도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에 저해가 되는 요소이다.


이와 같은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법은 공유차량의 이용이다. 특히 부산 같이 처음 온 사람이 운전하기가 어려운 도시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있는 승차공유 방식을 사용하면 좋다. 승차 공유차량을 사용할 경우 주차 공간이 거의 필요가 없어 주차난 완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부산 교통의 단점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하였지만, 사실 부산은 교통 운영체계에 있어서 배울 점이 많은 도시이다. 체계적인 도시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쟁통에 갑자기 커진 도시라서 제대로 된 도로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부산은 해 온 것 같았다. 부산은 KTX 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교통 접근성이 좋은 도시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해운대역에서 해운대 바닷가로 뻗은 길을 보면서,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도로에 대한 철학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사람보다 자동차 우선으로 도로를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8차선 넓은 도로를 만들 경우 그 옆에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있어도 사람들이 잘 걸어서 다니지 않고, 주변 가게도 발전하기 어렵다. 부산 해운대역 도로의 경우 넓은 메인도로를 사람이 다니는 길로 하고, 그 옆에 1차선씩만 차가 다니는 도로로 만들어 놓았다. 보행자 우선 도로이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주면에 음식점이나 상가들이 발전하고 있다. 물론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라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화가 되기 어려운 점도 보이지만, 다른 도시들이 도로 설계와 운영할 때 벤치마킹할 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부산 해운대 도로


세 번째로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일이다. 표면적으로 휴가를 겸하고 있지만 워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일이다. 휴가지 숙소에서도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고객을 만나 회의를 하고 프린터를 하는 등 일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한달살기 등 장기 워케이션을 하는 경우에는 공유 오피스를 지정하여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공유경제와 업사이클링에 대해 강의를 한 장소는 공유오피스였다. 지하철역에 가깝다는 큰 장점이 있었지만, 지하라서 자연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단점이 보였다. 이왕이면 공유오피스도 전망 좋은 곳에 생기면 워케이션이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네이버와 같은 큰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벤처 기업에서도 워케이션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회사에서 공유숙소와 공유오피스, 공유차량 업체와 계약을 맺어 워케이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해도 좋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번아웃이 와서 회사를 관두고 싶은 생각이 드는 시기가 온다. 회사에서 다양한 지역으로 워케이션을 보내 줄 수 있으면 재충전되어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 공유경제 아카데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share-busan/22282961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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