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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Jul 17. 2022

여:기 쉼표 행:복 찾아 진주

7월달에 일주일 정도 경상남도 진주 여행을 했다. 진주시에서 하는 여:기 쉼표 행:복 찾아 진주라는 경남에서 한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을 일주일 남짓 신청하여 갔다 왔다. 원래 7월 14일에 진주에서 사회적경제 도민아카데미에서 공유경제의 이해와 트렌드 강의를 해 주기로 되어 있어 여행과 일을 동시에 했다. 지난 4월에 했던 김해 일주일 살기와 비슷한 느낌인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른 점이 있었다. 강의할 때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가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본 내용들 위주로 좀 더 실감 나는 강의를 하려고 한다. 비록 일주일 남짓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내가 진주라는 도시를 보고 느낀 점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




1. 하모를 찾아서 : 도시 캐릭터가 중요한 이유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특정 이미지가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특정 랜드마크인 경우가 많은데, 꼭 건물일 필요는 없다. 독특한 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을 디자인적 요소로 도입해 도시를 상징할 수도 있다.


진주하면 기존에 떠 오르는 이미지는 진주 남강, 촉석루, 논개 정도였다. 이번에 진주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본 캐릭터는 하모였다. 진주 남강에 사는 수달을 형상화 한 캐릭터라는데, 목에 진주 목걸이를 두르고 손에 꼭 전 뒤집게 처럼 생긴 노를 들고 있는 귀여운 동물 모양이다. 진주 남강에 큰 하모 캐릭터가 물에 떠 있었다. 강가에서도 보았지만, 김시민 호라는 진주 남강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더 가까이서 관찰해 보았다. 진짜 동물 수달의 모습에 가깝기보다는 만화 캐릭터에 가까워 보였는데, 귀엽고 밝은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하모는 동의, 긍정의 의미를 담은 진주 방언이라고 한다.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용기를 북돋아주는 캐릭터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특정 건축물일 수도 있고, 특정 음식일 수도 있고, 거기서 만났던 사람일 수도 있다. 이왕이면 그 도시의 이미지가 밝은 이미지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앞으로 진주를 떠 오르게 되면 먼저 긍정적인 하모가 떠 오를 것 같다.


진주 남강 하모



2. 진주 음식의 원조를 찾아서 :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


모든 지역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나주는 곰탕으로 유명한데, 진주는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진주냉면을 먹으러 갔다. 하연옥이라고 진주냉면을 대표한다는 집으로 갔는데, 음식점도 크고 손님도 많았다. 진주냉면은 소고기 육수나 동치미 육수를 쓰는 일반적인 냉면과 다르게 해물육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고명으로 특이하게 육전을 잘라서 사용하고 있다. 아직 냉면의 진정한 맛을 모르기 때문에 어느 냉면이 더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진주냉면은 양도 많고 시원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더 맛있지는 않았다.


진주 냉면


그다음으로 진주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일반적으로 전주비빔밥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진주비빔밥은 같은 듯 다름 점이 좀 있다. 고명으로 육회를 사용하고, 경상도식 선짓국이 곁들여 나온다. 비빔밥의 모양이 꽃처럼 화려하다고 하여 칠보화반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진주 육회비빔밥


그런데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꼭 내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표음식은 기본적인 맛은 있지만, 음식에는 추억의 맛이라는 중요한 개인적인 요소가 있다.  내가 일주일간 진주를 여행하면서 먹은 음식 중에 맛있었던 것은 진주냉면이나 진주비빔밥이 아니었다. 진주중앙시장에서 비 오는 날 사 먹은 빈대떡과 천황식당이라는 오래된 노포에서 먹은 선지해장국이 더 기억에 남는다. 두 메뉴 다 술과 어울리는 메뉴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술이 아니라 추억이 깃든 음식이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녹두빈대떡은 우리 집 형제들이 다 좋아해서 엄마가 자주 해 주셨던 음식이다. 선지국밥은 학교 다닐 때 선배들이 학교 안의 솔밭식당이라는 곳에 가서 국수랑 같이 사주어서 처음 먹어 본 음식이다. 처음에는 선지가 피를 굳힌 음식이라고 해서 무서워서 못 먹었는데, 끓인 음식이라고 괜찮다고 해서 먹어보니 맛있어서 가끔씩 갔었다. 학교 안의 외진 곳에 있었던 그 식당도 이제는 사라진 것 같다. 아마 음식이 아니라 내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맛있게 느껴진 것 같다.


진주중앙시장의 녹두 빈대떡


천황식당의 선지해장국


3. 모든 여행은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싫증이 나거나 무덤덤해지기 쉽다. 그래서 집이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가끔씩 낯선 곳으로 떠나 보아야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나는 강연을 하러 낯선 도시로 갈 때가 많다. 일이라고 생각하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게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워진다. 그래서 낯선 도시에 조금씩 머물면서 알아 가고, 내가 그 도시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강연할 때 이야기해준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검색한 정보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게, 내 강연을 듣는 사람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여행하면서 길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며칠 여행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아무리 호텔 침대가 편하다고 해도 내 집만큼 편하지는 않다. 가족도 매일 같이 있으면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일주일 정도 안 보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따뜻한 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진주에 여행 갔다가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LH 본사 별관 건물의 토지주택박물관에 잠깐 들렀다. 인류의 오래된 주거형태부터 최근의 아파트까지 다양한 주거 양식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벽에 쓰여 있던 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설계한 것은 집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삶을 설계한 것입니다" 라는 글귀였다. 새로운 삶에는 새로운 집이 필요할 지 모르지만, 그 집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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