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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Dec 12. 2019

공유주방으로 먹고 살기

공유주방

우리나라 음식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치킨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독 치킨집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치킨집 창업 비용이 카페나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치킨집이나 식당, 카페들이 1년 만에 반이 폐업하고, 5년간 생존율이 20%가 안된다고 한다.  큰돈 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음식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목차

01.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많은 이유

02. 공유주방 위쿡 이용하기

03. 청년키움식당 이용하기


01.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많은 이유


아이와 얼마 전에 미래직업특강을 들으러 갔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직업들이 사라지고 무슨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중간중간에 AI, 빅데이터, 로봇, 드론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끝나고 나서 초등학생 아들에게 강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어보니까, 아이는 딱 두 가지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째는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 해도 식용 곤충은 안 먹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는 절대로 치킨집은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의 초반에 강사가 우리나라 음식점 중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하면서 치킨집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대기업 나와서도 끝에는 치킨집 창업, 청년 백수로 있다가 치킨집 창업 등 한국 학생들의 진로의 마지막은 치킨집 창업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한 장 보여 주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창업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치킨집 창업하는 데는 평균 5천만 원 정도 들어 가지만, 일반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는 주방설비나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어가 1~2억 정도의 창업 비용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치킨집이 많이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서 창업한 음식점들이 몇 년 못 버티고 망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숙박 음식점업의 5년 생존율은 17.7%이다. 열에 여덟은 폐업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대다수의 창업자들은 주방설비 비용이나 인테리어 비용들을 회수하지 못하고 억대의 빚을 지게 되어 쉽게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나주 혁신도시는 새로 생긴 신도시다. 새로 생긴 도시이다 보니까 모든 것이 넓고 반듯반듯하고 공원이나 빌딩 시설들이 아주 좋다. 그런데 인구수가 적다 보니까 상가들이 대부분 비어 있고, 새로 생긴 카페나 식당들이 1년도 안 되어 문을 닫는 경우들이 많다. 내가 있는 공유오피스 옆의 족발가게도 생긴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한동안 “족발에 인생을 걸었습니다”라는 가게 홍보 문구 옆에 임대 현수막만 처량하게 걸려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지나다니면서 보는 내가 다 심란하여 '이 가게를 창업했던 사람들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문제가 뭘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살펴보니 주변에 족발가게가 너무 많았다.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소도시에 비슷한 가게가 저렇게 많은데 또 개업한 것을 보니 주변 상권분석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음식 맛이나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창업을 했다가 투자비용도 회수를 못하고 임대 현수막만 걸어 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회사 취업난으로 인해 음식점 창업을 하게 되고, 장사가 잘 안돼 폐업하고 투자한 돈도 회수 못해 빚더미에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있다. 바로 공유경제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는 공유주방이다.


공유주방은 한 공간을 나눠 여러 개의 주방을 설치한 후 시간당이나 월 이용료를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즉 주방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외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월 임대료만 내고 공유주방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처럼 1억 이상의 많은 비용을 들여서 음식점을 개업하는 방식보다 초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고, 실패 시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로 소규모로 신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해 보거나, 요식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훈련 과정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배달앱의 발달로 식당의 홀이 없어도 공유주방만으로도 새로운 식당의 창업이 쉬워지고 있다.


02. 공유주방 위쿡 이용하기


서울에 있는 위쿡이라는 공유주방 사직 지점에 투어 신청을 하고 방문해 보았다.


하나의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층별로 용도가 다양했다.


* 공유주방 위쿡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쿡 사이트 참조 바람. https://www.wecook.co.kr/index


처음에 1층 카페에 도착해서 투어 시간을 기다렸다. 투어 신청을 한 다른 방문자들과 같이 위 쿡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한층 한층 시설물을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1층 카페에서는 공유주방에서 만든 베이커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만약 시설을 확장할 수 있으면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도 같이 파는 레스토랑도 겸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층은 공유주방으로 냉장고, 조리대, 다양한 조리기구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시간당이나 월 임대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소규모로 빵이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3층은 개별 주방으로 월 임대료를 내고 사용한다고 하는데, 식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거나, 식품회사 등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4층은 공유오피스로 사무공간이 있었는데, 공유주방을 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식품의 온라인 판매나 음식점 창업 등 비슷한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조언이나 의견 교환도 하면서 네트워킹이 되고 있다고 한다.


5층은 푸드 스튜디오로 음식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을 수 있도록 조명이랑 테이블 세팅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책이나 잡지의 음식 사진 촬영이나,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또 다양한 요리교실이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지하 1층은 그로서리로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식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고, 공유주방 관련 설명회나 외식업 창업, 식품 론칭 등 다양한 행사들을 할 수 있는 세미나 공간이 있었다.


공유주방에서는 공간 대여뿐만 아니라 메뉴 컨설팅, 마케팅, 창업상담 등 다양한 멘토링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아서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이 초기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외식업 창업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공유주방을 거쳐 창업하는 사람들의 실패율은 10% 미만으로 일반적인 외식업 창업 실패율 80% 보다 훨씬 성공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공유주방 과정을 거치면서 80% 정도의 사람들이 외식업 창업에 대한 꿈을 접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본인이 요리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셰프가 되기를 희망하거나, 카페나 음식점 창업을 쉽게 생각해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나 하지 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막상 식당 창업을 해 보면 취미로 하는 요리와 수백 인 분을 만들어야 하는 식당에서의 요리는 노동의 강도가 다르며, 작은 카페라도 식자재 구매와 메뉴 제조, 위생 관리, 홍보 마케팅까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공유주방에서의 몇 달 간의 실전 경험을 통해서 적성이 맞지 않거나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고, 제대로 잘할 수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되어 이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가 창업을 하게 되면 성공확률이 높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백종원 대표도 준비가 안 됐으면 식당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준비 없이 식당에 뛰어드니까 80~90%는 망하는 거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나라 요식업이 힘든 이유는 인구 대비 음식점이 많아서 일 수도 있지만, 음식 맛이라든지 원가관리 등 식당 관리의 기본이 안 되어서 일 수도 있다. 본사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프랜차이즈가 하나의 답일 수도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거의 안 들어가는 공유주방에서 체계적으로 경험을 쌓게 하여 창업 위험을 줄여 주는 것도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03. 청년키움식당 이용하기


최근 청년들의 창업 트렌드로 관심받고 있는 외식창업을 인큐베이팅 공간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공유주방이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청년키움식당은 외식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1~3개월 동안 사업장 운영의 기회와 각종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업장 대여뿐만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컨설팅과 홍보 마케팅, 고객 만족도 조사까지 외식업 생존에 필요한 기본을 실전처럼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재는 서울, 충남, 전북 등 5개 지역에서 청년키움식당 사업장을 운영 중에 있다.


대학을 나와도 회사에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에 무작정 창업을 할 것이 아니라,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이 체계적으로 그 업종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청년키움식당https://blog.naver.com/atincubating


청년키움식당 완주점을 방문하여 직접 인터뷰해 보았다.



* 청년키움식당 운영 지원하는 완주군 외식창업인큐베이팅 추진단 김미진 사무국장 인터뷰


Q1. 청년키움식당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받아 운영 중으로 한 팀당 1~3개월 정도 운영을 지원해 주고 있다.

- 공유주방으로 하기에는 아직 시설이 부족해 우선 공유식당부터 운영하고 있다. 식당 공간뿐만 아니라 그릇이랑 식당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대부분 지원해 주고 있고, 참가팀들은 식재료비와 세금만 부담하고 있다.


Q2. 식당이 완주군청 옆 외진 곳에 있는데 손님이 있는가?


- 완주군청 직원들이 거의 구내식당처럼 이용해 주시기도 하고, 완주군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 수강생들이 이용해 주시기도 한다.

- 한번 방문했던 분들이 느낌이 좋다고 하시면서 재방문율이 높다.


Q3. 청년키움식당에서 운영을 마친 팀들은 어떻게 되는가?


- 다양한 음식 아이템을 실험해 보고 창업하기도 하고, 창업이 안 맞다고 생각해 창업을 안 하는 팀들도 있다.

- 최근에 완주군에서 농가 레스토랑을 임대해 무상으로 임대해 주면서, 실제로 창업하는 팀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 청년키움식당은 3개월밖에 운영을 못 하지만, 그곳은 6개월에서 2년까지 실제 사업자 등록해서 운영 가능하다.


Q4. 앞으로 청년키움식당을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나?


- 내년엔 정부에서 공유주방도 지원한다고 해서, 푸드 스타일링과 전문적인 음식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

- 완주군 등 지자체 사업과 연관시켜서 사업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 장사하면서 음식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외식에서 인력난도 중요한데, 단순히 급여 문제만이 아닌 처우와 사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 지금까지는 외식창업을 위해서 메뉴 개발, 회계, 위생 교육 등을 주로 시켰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와 인적관계 교육도 시킬 생각이다.



* 청년키움식당 완주점에서 식당 운영을 경험해 보고 있는 온기팀 정우철 팀장 인터뷰


Q1. 청년키움식당을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 학교 교수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 우석대 외식사업조리학과를 다니고 있는데 과 동기들과 시작하였다.

- 막상 해 보니까 정말 많이 힘들다. 배운 데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변수가 정말 많았다.


Q2. 운영해 보고 나니까 창업에 대한 생각은?


- 경험해 보고 나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창업을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동기들이랑 운영해 보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많이 싸우기도 했다.

- 재료 문제로 많이 싸웠는데, 재료를 많이 사놓으면 상할 수도 있고, 신선한 식재료 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여기서는 로컬푸드 국내산으로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Q3. 어떨 때 제일 보람 있는가?


- 고객이 맛있다고 말해 줄 때이다.

- 팀 이름이 온기팀인데 일상에 지친 삶에 온기 가득한 밥을 먹고 힘내라는 뜻으로 작명하였다.


청년키움식당에서 먹은 돈가스 메뉴


청년키움식당 온기팀의 정우철 팀장의 이야기처럼 금방 만든 음식은 따뜻했고, 비가 오는 날 먹은 따뜻한 음식은 삶에 온기를 부여해 주었다. 이 청년들이 청년키움식당에서 제대로 배워서 사회에 나가서 본인들의 재능과 꿈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청년키움식당 인터뷰 영상

밥, 꽃피다 : https://www.youtube.com/watch?v=G-EhIu9VA0w

온기팀 : https://www.youtube.com/watch?v=vAQkAHlwsXI&t=89s


* 본 글 작성에 조언과 참고자료를 보내 주신 스페이스코웍 나현수 팀장, 백진주 매니저, 오지호 매니저, 김준웅 인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글 :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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