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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Sep 03. 2024

엄마도 구름빵 한 입만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아이의 전화.

앞뒤로 수업이 꽉꽉 차 있는 교사 엄마는 눈앞이 아득해진다. 선생님께 말씀드려 병외출을 썼고, 혼자 다녀올 수 있다는 막둥이의 말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고, 새벽에 부랴부랴 만들어 온 못생긴 샌드위치가 순간 희미해졌다. 눈물을 쏟지 않으리라 생각에 고개를 젖혔더니 4층 교실의 창문 너머로 두둥실 구름이 보였다. 이런 순간에 샌드위치가 구름빵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다니! 


유치한 상상이지만 간절하다. 몹시.     


[구름빵]     

동화책 ‘구름빵’에서 고양이 남매 홍비와 홍시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작은 구름을 가져다가 반죽해서 굽던 노릇노릇 잘 익은 그 빵. 구름처럼 두둥실 떠올라 아침도 못 먹고 허둥지둥 출근한 아빠에게 날아가 빵을 가져다주었고, 혼잡한 출근길과 지각을 벗어나게 해 주었던 바로 그 빵이 절실하다.      

‘나도 구름빵 한 입만’을 말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워킹맘에게 구름빵이 필요한 순간]     

최근에 본 SBS 드라마 <굿 파트너>에도 워킹맘에게 구름빵이 필요한 순간이 나왔다.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너무도 절실한 우산’

‘학교와 학원, 또 학원 그 사이사이 주린 배를 채워줄 간식’

‘하교 후 지친 마음을 달래줄 환한 미소와 포옹’     


출처 : SBS 굿 파트너

주인공 차은경은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초6 딸아이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스타 변호사로 부와 명성을 쌓아오면서도 늘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지만 남편이 양육을 담당해 오던 터라 애써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들을 말이다.   

   

"엄마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날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다 착각이었던 걸까? 사실은 양쪽 뭐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굿 파트너> 중에서


심지어 가족들을 위해 견디고 버텨가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날에는 워킹맘의 비애는 깊어져 갈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 모래성이 되어 무너져 내리는 날, 강인함으로 무장했던 워킹맘의 멘털은 와르르 부서지고 만다.     


이럴 때 구름빵 하나만 내 손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로 날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파란 하늘과 무심하게 흘러가는 포실포실한 구름, 하염없이 흘러가고 마는 시간뿐이다.    

 

[워킹맘 구름빵 레시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누구보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꾸며 살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알아주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구름빵으로 슝슝 날아다니며 슈퍼우먼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가끔은 내가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빵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주저앉지 않고, 울지 않는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꼭 해주고 싶고, 무엇인가가 꼭 필요한 날이라면 일하면서 아쉬웠던 마음을 모두 그릇에 담아 퇴근 후 마음껏 사랑해 주고, 함께 해주면 된다. 피곤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구름빵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구름빵 레시피-
1. 큰 그릇에 구름 대신 포실포실한 마음을 넣자.
2. 따뜻한 미소를 붓고 
3. 몽글몽글 마음이 부풀어 오를 만큼의 눈빛 이스트를 넣자.
4. 추억 MSG를 톡톡 넣어 반죽을 하고
5. 질겨질 수 있으니 살짝만 치대자!
6. 작고 동그랗게 빚은 다음 오븐에 넣고
7. 보채지 말고 기다리자. 

오래 걸리더라도 절대 열지 말아야 한다.     

잠시 후...


오븐을 여는 순간 두둥실 떠오를 구름빵을 잡기 위해 아들들이 하나 둘 나오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도 함께 하늘로 떠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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