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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Nov 11. 2022

워킹맘은 아이언 맨 능력이 필요해.

출근길

워킹맘의 출근길은 아주 잠시 마블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1분만 더, 조금만 더...'의 대가로 예상보다 1분 일찍 와버린 332 버스를 잡기 위해 광속의 속도를 내야 하고, 가끔은 심장 동력을 풀파워로 하여 날아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변신]

 오전 6시 20분이라는 시간은 출근이 아니라면 한 밤 중이나 다름없을 텐데  아직은 어둑어둑한 세상으로 3단 변신을 하며 달려 나가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미라클 모닝'으로 새벽의 기적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출근 준비 자체가 '미라클'이라 걸음걸음에 아이언맨이 좌아앙 슈트를 착용하듯 변신하는 기적을 늘 함께 하고 있다.


변신!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 워치를 손목에 감는다.

이제 시작이라는 듯 나의 가민 스마트 워치의 시곗바늘이 두 팔 벌리듯 벌어졌다가 6시 20분 위치로 간다.


변신! 가방 앞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서 왼쪽, 오른쪽  귀에 차례로 꽂는다. 

출근길 메이트, 오디오 북이 힘없이 흘러나온다.


변신! 주머니에 겨우 챙겨 넣은 80 마스크를 꾸깃꾸깃 착용한다.

버스 거울에 비친 마스크는 이리저리 접혀 못생겼다.


구겨진 신발도 바로 펴서 신고, 한쪽이 올라가 있는 셔츠도 바르게 원위치시켜주고,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노 메이크업 얼굴을 화장품으로 대충 두드려대면 이 세상과 싸울 준비를 위한 변신 완료다.



[아이언맨의 능력]

 

슈트를 갖춰 입고 겨우 시작한 하루지만 가끔은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인 아이언맨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것도 몰라?"

"또 잊었어?"

"왜 그 모양이야?"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야?"


빌런 집단이 난사하는 따가운 말총, 눈총 공격에 심장은 치명상을 입기 일쑤라 일단은 아이언맨의 가슴에서 빛나고 있는 '아크 원자로'가 필요하다.

아이언맨 (출처 : 네이버 영화)

'아크 원자로'란?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무기 발표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게릴라군의 공격으로 수류탄 파편이 몸에 박히게 되는데 이 파편이 더 이상 심장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전자석의 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원자로는 토니의 생명도 지켜주지만 엄청난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아이언맨을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퍼부어대는 온갖 공격에 내 심장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라 아주 간절하게 그 인공 원자로 심장이  필요한 요즘이다.


아이언맨 (출처 : 네이버 영화)


'하늘을 나는 능력'

또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워킹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아이언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1시간도 넘게 떨어져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터라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고, 아이들을 두고 먼저 출근하는 기분은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열심히 살수록 최악의 엄마가 되는 듯한 기분에 자주 패배감이 든다.


"엄마, 학습지를 못 찾겠어!"

"엄마, 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우산이 없어!"

"엄마, 넘어져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슈트를 입고 슝슝 날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아다니기는커녕 뚜벅이 신세라 괜한 짜증과 잔소리만 늘어놓게 된다.


퇴근길...

밀려오는 잠 대신에 저녁으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을 하는 시간이다. '자비스'를 불러서 정답만 뚝딱 들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피곤스', '답답스' 뿐이다. 아이들에게 짜증 냈던 것을 만회하고자 붕어빵을 한 봉지 사서 들어갔는데 문 앞부터 벗어놓은 옷에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면 얼굴이 일그러지고 화가 나면서 손바닥을 쭉 펴게 된다.

'리펄서건'

키잉 소리와 함께 손바닥에서 발사되는 황색의 불빛이 자동 발사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터 쌓여있었는지 마스크는 수십 개가 나오고, 책상마다 딱딱하게 굳어서 화석이 되어가고 있는 정체모를 음식물들이 가득했다. 키잉 쾅! 키잉 쾅!! 마음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화가 발사되었다.




워킹맘은 아이언 맨이 아니다.

장난기 많은 토니 스타크 역시 본디 여린 마음을 갖고 있듯이 엄마도 체력이 고갈될 수 있고, 멘털이 흔들릴 수 있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있지도 않은 아크 원자로를 심장에 장착하고 하늘을 날으며 리펄서건을 발사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언맨에 나오는 명대사로 마무리하고 싶다.

"No here is born. I will only be made."

(영웅은 타고나지 않아, 만들어질 뿐이지.)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이후 기꺼이 세상과 싸우고, 아이들을 지키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강한 아이언맨이 되어 아침마다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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