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쌤 Aug 13. 2022

선조의 변명

<선조실록>

10주라는 시간, 10권의 실록을 읽고 나니 정말로 마라톤 하프 코스를 뛴 느낌이었다. 땀은 나지만 '이만큼이나 뛰어왔구나, 이제 이만큼만 다시 뛰어가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나는 뜨거운 여름 아래 <역사라면>을 통해 역사에 진심인 분들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함께 읽고 2주마다 열리는 <토크라면>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눠왔다.


함께 읽으니 힘이 나고....

더불어 생각하니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

조금은 멈춰있었을지도 모를 역사에 관한 상상력이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활활 타올랐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선조실록>을 읽는 동안 우리는 대동 단결하여 선조를 비난할 자격을 얻었다.


백성들을 버리고 먹튀 했을 때...

구국의 영웅들을 질투하며 멀리하거나 되려 문책했을 때...

왜란을 극복한 것이 자신의 공이라는 듯 입장 발표를 했을 때...


알아야 비난도 할 수 있다는 말이 딱이라며 신나게 혀를 차 댔고, 육두문자를 꾹 참으며 원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선조에게도 변명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니토크를 열었다.



왕이 죽으면 나라가 끝나는 거 아니요?
 그러니 내가 비겁해서가 아니라
 도망간 것이 잘한 것 아니겠소?

 내가 위에서 보니
 당신들도 비슷한 행동과 생각 많이 하더만.
그대들이었더라도 그리 했을 것이오.


하필 왜 나 때 전쟁이 일어났냐고!!
 나름 인재 잘 썼다고!
 
나름 전시에 왕좌를 비우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오.
물론 사람 보는 눈이 낮고...
 바른 소리 듣지 못하는 막귀를 가진 것이...
 약간의 흠이었지만 말이오.



사회적 부조리로 인한 허술함이 누적되었고, 일본의 전국 통일 등이 맞물려 운이 나빴던 것은 분명하다. 전시에 왕이 죽는다면 그 또한 큰 일이기 때문에 뭐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쳐주지 뭐.


하지만 변명할 기회도 드렸으니 이만 마음대로 비난하고 싶다.


납세, 국방, 근로, 교육의 의무를 다하는 백성이기에 당당히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하지만 핑계 많은 무덤은 더 꼴 보기 싫다.


누구든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사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무임승차하며 당당한 사람, 먹튀 했으면서도 쿨내 풍기는 사람, 온갖 안 좋은 경우에 해당하면서도 자신인 줄 모르는 사람, 마음이 손톱만 하면서도 존경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냥 잘 안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고 인정받는 사회가 올 수는 없을까?


후...

야속한 세상.


  

매거진의 이전글 박.조.록 개국_우왕과 이성계 금쪽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