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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Jun 05. 2022

박.조.록 개국_우왕과 이성계 금쪽이

<역사라면>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스터디는 시작되고

<역사라면> 스터디가 시작되었다. 박시백 선생님의 <조선왕조실록> 1권은 여말 선초의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시간들이 펄떡펄떡거리고 있었다.


 

타락해가는 나라 고려에는 새로운 꿈과 희망이 필요했을 것이다. 언제고 올 기회를 위해 와신상담 칼을 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는 시대이며, 무엇이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상한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금쪽이 들이 웃고 울고 있었다.


[1권 개국 편 줄거리]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개국


<개국> 편의 내용은 어떠한지 살펴보기 위해 챕터별 제목을 모아 엮으니 근사하고 그럴싸한 줄거리가 되는 재미가 있다.



동북면의 실력자/ 공민왕의 개혁/ 이성계의 화려한 등장 / 전쟁의 천재/ 혁명의 씨앗/ 공민왕의 죽음/ 혁명아 정도전/ 고려의 두 영웅/ 무력과 사상의 만남/ 무기력한 우왕/ 요동을 정벌하라/ 조민수와 이색/ 토지개혁을 실시하다/ 고려를 지키는 자/ 정몽주의 반격/ 위기의 이성계/ 선죽교의 피/ 고려 멸망 카운트다운/ 이성계, 왕이 되다 -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제1권 개국 편



 동북면의 실력자 이자춘, 공민왕의 개혁에 발맞추어 쌍성총관부를 탈환하며 개경으로 컴백한다. 하지만 홍건적, 왜구, 여진까지 쳐들어오며 위기를 맞게 되고, 이는 곧 이성계의 화려한 등장의 끈이 된다. 전쟁의 천재 이성계는 이 과정에서 '겸손'이라는 덕목까지 겟하며 승승장구한다.


한편, 고려 말 권문세족의 횡포, 신돈과 함께 한 공민왕의 개혁 실패, 불교의 타락은 혁명의 씨앗을 뿌리게 되고, 혁명아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세상 이치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는 고려의 두 영웅 최영과 이성계 가운데 자신과 같은 비주류인 이성계를 택하니, 역사적인 '무력과 사상의 만남'은 성사되게 된다. 불행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무기력한 우왕에게는 최영의 잔소리만이 유일한 언덕이었다. 홍무제의 도발에 최영과 우왕은 '요동을 정벌하라!'라는 결정을 하게 되고, 이에 이성계는 사불가론을 내세우며 위화도에서 회군을 하여, 최영을 제거하게 된다.


조민수와 이색의 수싸움은 계속된다. 우왕의 아들 창왕을 세우며, 이성계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후 폐가입진을 내세우며 창왕을 폐위하고,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의 버티기와 함께 이성계의 세상이 되었다. 신진사대부들은 토지개혁을 실시하다 조세개혁까지 단행하며 경제적 실권을 잡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싸움이 불거졌으니 고려를 지키는 자, 정몽주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위기의 이성계는 이방원의 정몽주 제거 작전인 선죽교의 피로 인해 욕은 혼자 다 먹었지만 고려 멸망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치게 된다. 그리고 이성계, 드디어 왕이 되었다


그렇게 조선은 북소리를 둥둥둥 울리며 시작되었다.



[1권 속 금쪽이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금쪽이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체 왕이 된 우왕이다. 신돈이 친아버지일 수도 있고, 공민왕이 친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는 비운의 왕이다. 7세에 신돈이 참수되고, 10세에 공민왕이 시해되면서 두 아버지를 모두 잃었고, 12세에는 어머니 반야 마저 임진강에 던져졌으니 제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행을 일삼던 청소년기의 우왕의 일탈이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왕이 아니던가, 최영과 함께 요동을 정벌하겠다는 결심까지는 그렇다 치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국가적 안위를 챙겨야 할 왕이라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전략적 불패 신화를 썼던 명장 이성계는 내가 꼽는 결정적 금쪽이라 할 수 있다. 무예 최고, 싸움의 양상을 꿰뚫어 보는 등 전략가이기도 하지만 가문이나 공부가 그저 그랬기에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며 자격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자만으로 같은 편 내에서 왕따를 당할 뻔도 하지 않았는가! 만약에 여기에서 이성계가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술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했다면 이성계의 조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계는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인내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자신의 가문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조선 500년'의 장을 촤르르 펼칠 수 있었다.


상황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두 금쪽이 가운데 우왕은 결국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이성계는 남지 않았는가!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우왕 곁에 강한 왕의 위엄과 결단력을 가르쳐줄 진짜 아버지가 없었고, 주변에 온통 욕심쟁이 어른들 뿐이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성계가 할아버지, 아버지의 처세술을 보면서 자랐고, 책이 아닌 직접 발로 뛰며 많은 경험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인한 세력 교체에 대한 정당성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겠으나, 분명한 건 고려는 이미 무너져가고 있었고, 위협 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왕은 벌벌 떨었고, 이성계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뿐.


이번 <개국> 편 스터디를 통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최후의 승자는 웃게 되지만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함도 기억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

그리고 영웅은 어른들이 만든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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