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몸을 험하게 다뤄서 그런지
몸 구석구석에 상처로 인한 흉터가 많습니다.
흉터라는 건 본디 상처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그 당시엔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바라본 제 몸 구석구석에
흉터들은 하나하나 제 삶의 흔적이 되어 볼 때마다
그 시절 기억들로 되살아나더라고요.
학교 쉬는 시간에 공기를 하다 박힌 가시 흉터
아빠에게 자전저를 배우다가 넘어져 남은 흉터
처음 간 베트남 여행에서 오토바이 배기구에 데인 흉터
제 몸에 남은 여러 흉터들은 그 시절 내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마치 이게 자신들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하듯…
몸의 흉터가 그러하듯 사람의 마음에도 흉터가 남습니다.
아픈 상처일수록 더 선명한 흉터를 남기며,
그 상처를 바라볼 때마다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올라지고는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흉터를 삶의 치부라고 생각해
철저히 숨깁니다. 물론 저도 그랬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어떤 마음의 상처는 떠올릴 때마다 그 부위가 아려 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왜?라는 의문문만 커져갔죠.
왜? 이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나를 괴롭힐까?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사람의 흔적
흉터가 의미하는 건 그런 것일까 생각됩니다.
몸의 흉터를 통해 내 지나온 삶을 설명할 수 있듯
마음의 흉터 역시 나 자신을 특징짓고
지난날을 증거 하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짓습니다.
어찌 보면 흉터는 감추는 게 아닌 드러낼 때,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르죠.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지금, 하나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만남은 순간이오, 흔적은 영원한 것이다.
그 흔적들이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