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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린 Jan 24. 2023

퇴사하니 보이는 직장에서의 보람

퇴사 선언 이후 다니는 3주 정도의 회사 생활은 정말 길었고 지루했습니다.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제 관련 업무에 대해 알려주는 동안 이전에는 뭐 때문에 이렇게 긴박하고 바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렇게도 길었던 하루하루들이 지나고 어느새 다가온 출근 마지막 날, 좋지도 나쁘지도 애매한 기분을 대변이라도 하듯 날씨 역시 꾸물꾸물한 겨울이었습니다. 다행히 미리미리 한 개씩 짐은 정리하고 난 뒤라 분명히 가벼워야 되는 퇴근길이 그리 무거울 수 없더라고요.


분명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잘했는데 한 글자 한 글자 내가 느낀 기분을 담아 모든 직원들에게 편지도 써는데, 다닐 때는 그렇게 싫었던 경영진과도 훈훈하게 마무리했는데, 분명 후련해야 하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제 주위를 떠날지 않았습니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그런 기분이 들었죠.


특히나 마지막까지 저의 마지막 배웅길에 남아 '그동안 고생했다'라고 말해주는 동료들을 차마 똑바로 보기가 미안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고 말한 다음 제일 먼저 결심한 다짐은 '분위기 흐리지 말고 조용히 나가자'였습니다. 


이전에도 회사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상황도 아니었고, 나의 퇴사가 시작점이 되는 그런 불상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마지막 날에는 이기적 이게도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더라고요.


'내 공백이 엄청 컸으면 좋겠어.' 모두들 나의 공백을 느끼고 아쉬워하고 일을 하면서도 내가 있었던 빈자리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 내가 나간다고 해서 그 영향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 그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니 후련해야 하는 마지막 날에도 이 애매한 감정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작별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


내 미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내 빈자리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 중간이야 어땠는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마무리한 사람들 그들이 건넨 한마디는 하나하나 보람이라는 감정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알았지만 몰랐던 그 감정, 직장에서의 보람을 퇴사를 하니 알게 된 것이죠.


다만 아쉬움이라는 감정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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