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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린 Oct 26. 2020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한 발자국 떼기도 힘든데 내가 어떻게... 

'너는 지금 예술을 하러 온 게 아니야'


한 글자를 쓰는 때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던 내 작업 속도를 보고 직장 상사가 내뱉은 첫마디였습니다. 언제나 최고의 결과물을 내고자 했던 내 고집된 생각을 탁 깨버린 한마디이기도 했죠.      


입사 초기 이런저런 소설이나 수필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경력이 있던 저는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번 지웠다 고쳐가며 결과물을 다듬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런 노력이 성공했던 것일까요?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들고 선배들에게 컨펌을 받으러 가면 잘했다고 칭찬받았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잘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네가 아무리 공들여 만든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1~2초면 보고 넘긴다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예술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한 장을 더 만드는 작업이라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처음으로 직장에서 현자 타임이 왔습니다. 제가 원했던 일은 공장과 같이 찍어내는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내가 정말 원했던 길인가? 혹시 길을 잘못들은 거 아닐까..?’


침묵 속에서 이어지던 마음속 고민이 그분에게 들렸는지, 어쩔 줄 몰라하던 제 표정을 읽었는지,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저를 따로 옥상에 부르셨습니다.


어떤 대화도 없는 침묵 속에서 옥상을 향해 올라가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첫 위기라고 할까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먼저 꺼내야 할지 긴장하던 그 순간, 나를 다그쳤던 상사는 예상외로 먼저 침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의 맘속 깊숙이 후 펴 파는 이야기였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너에게 맞는 일인지 고민될 수도 있는데...'


'.... 네'


'아직은 그런 고민할 시기 아니야.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더 미친 듯이 달려들고 지금 하는 일에 맞춰 나가야 돼. 발만 담가보고 원했던 길인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 없어.'


'....'


'내가 보기엔 2년 아니, 1년 후에 너는 정말 달라져 있을 거야. 물론 그만한 노력으로 네가 다듬어진다면...'



지금 하는 일이 옳은 길인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지금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거, 그 할 수 있는 일을 잘할 수 있게 나를 발전시키는 거 그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의심이 하늘 높이 솟구쳐서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난데... 이 글을 쓰는 것조차 수 십 수 백번 지웠다가 써가며 작성하고 있는데... 이런 제가 그 기대에 맞출 수 있을지, 미친 듯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저는 아직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단 믿어보려고요. 해야 하는 일을 잘할 수 있게 미친 듯이 노력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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