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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 Mar 17. 2017

'택뱅리쌍'과 끝나지 않은 브루드 워의 향수

스타크래프트1의 역사는 20세기로 거슬러 간다. 기욤 패트리, 임요환, 홍진호 등으로 시작된 스타크래프트1의 붐은 2010년까지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5월, 마재윤, 원종서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 발각으로 스타크래프트1의 전성기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락세는 그대로 암흑기로 이어졌다. 스타크래프트2의 전환을 비롯해 기존에 높은 기량을 보이던 선수들이 그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 시점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출시되면서 게임 팬들의 이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집중되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지속해서 즐겨 본 팬들은 당대 최강의 4인방, 택뱅리쌍을 무척 그리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타크래프트2에 이렇다 할 스타가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의 날개 당시 정종현과 같은 반짝 스타만이 존재했을 뿐, 택뱅리쌍처럼 긴 시간을 풍미한 선수가 없었다. 게다가 잦은 밸런스 패치로 흐름이 끊긴 탓에 2회 이상 우승 커리어를 가진 선수도 얼마 없다. 그렇다고 화제성을 끌만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도 없었다. 공허의 유산 우승자 변현우의 탄생은 이미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가 식은 뒤였다.


스타크래프트가 침체기에 빠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는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MadLife 홍민기, Faker 이상혁 등 슈퍼스타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중흥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한데 모인 택뱅리쌍

그러던 중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스타 택뱅리쌍이 모두 브루드워로 돌아왔다. 전 SKT의 김택용이 가장 먼저 은퇴를 선언했다. 뒤이어 이영호가 군단의 심장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이제동은 블리즈컨 대회 현장에서 은퇴를 발표했으며, 송병구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해체와 함께 복귀했다. 


브루드워로 복귀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 김택용, 이영호뿐만 아니라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제동, 송병구도 아프리카 스타리그 8강행에 승차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 Season 2 이후 처음으로 16강에 택뱅리쌍이 한데 모인 대회다. 4명 모두 8강에 진입한 것은 박카스 스타리그 2008 이후 처음이다. 8강에서는 이제동과 송병구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번 맞대결은 대한항공 스타리그 Season 2 4강 이후, 2324일 만의 다전제로 한껏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이제동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4강에서는 이영호와 이제동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는 1835일 만의 리쌍록이다. 프릭업 스튜디오는 다시 만난 리쌍록을 보겠다는 팬들로 인해 포화 상태였다.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팬이 수도 없이 많았다.


앞선 경기인 염보성과 도재욱의 4강전 당시 최대 동시 접속자 약 16만 명을 기록하며, 아프리카TV 공식 중계방이 폭주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에 한술 더 떠, 리쌍록은 명성에 걸맞게 35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그들은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최고의 경기를 뽐냈고 끝내 이영호가 3:2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2를 하는 동안, 브루드워로 일찍 복귀한 다른 선수들이 실력적인 면에서 역전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염보성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보란 듯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는 이영호 개인 통산 첫 테란 동족전 우승이다.


택뱅리쌍은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자극을 받은 다른 선수들도 뒤질세라 실력을 뽐냈다. 이것이 시너지 창출로 연결되어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하는 역대급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택뱅리쌍이 한데 모인 첫 시즌에 불러일으킨 인기가 대단했기에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한다.


또다시 드리우는 암흑기

“공군도 언젠가 1위를 할 수 있을 거야. 택뱅리쌍도 언젠가 군대에 가겠지” 

공군 에이스가 항상 꼴찌를 면치 못하던 시절 오가던 말이다. 하지만 공군 에이스는 2012년 해체가 되었고 택뱅리쌍 모두가 입대하지 못했다. 택뱅리쌍 못지않은 브루드 워 간판스타였던 ‘올마이티’ 허영무가 4월 전역을 앞두고 있고 정명훈이 작년 9월 의경으로 입대했다. 택뱅리쌍의 한 축인 김택용과 ASL 시즌2 준우승자 염보성이 올해 입대를 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생각보다 암흑기가 빨리 찾아올지 모른다. 만 29세의 송병구는 당장 입대를 해야 할 나이다. 만 27세 이제동과 만 25세 이영호 역시 언제까지 입대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리그 흥행에 필요한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신인이 등장할 수 없는 체계도 한몫한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인기를 이끌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인기가 떨어지고 또다시 암흑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긴 팬들의 대부분이 20대에서 40대 연령층에 분포되어 있다. 이들이 피시방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시방에 가면 대부분이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를 하는 가운데 스타크래프트로 밥 내기, 술 내기하는 우리만의 문화는 아직 남아있다. 택뱅리쌍의 화려한 복귀, 리쌍록의 재회는 학창 시절을 동고동락한 스타크래프트의 향수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스타크래프트는 추억이고 학창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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