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도 추억이 있더라
어제는 행사가 있어 건들바위 네거리에 갔다. 작은 건들바위 공원에도 다양한 나무와 화초가 심겨 있어 그쪽으로 갈 때면 공원으로 발길을 정한다.
봄이면 작고 여린 꽃들도 피어나고
여름이면 졸졸졸 시냇물도 흐르고
가을이면 은행잎에 떨어져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겨울이면 초록은 사라지고 건들바위만 선명하다.
예전에는 물길이 지나고 있어 저 바위가 물 가운데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위만 덩그랗게 남아있다.
풀과 나무가 외로운 바위를 위로해 준다.
건들바위공원을 지나면 목향장미로 유명한 카페가 높이 자리하고 그 아래에 은목서 화분이 몇 개 놓여있다. 길이 아주 넓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향기로 모든 걸 제압한다.
봄에는 목향장미로
가을에는 은목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전부터 향기가 밀려온다.
저절로 코를 킁킁거리고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한다. 사거리를 지나기 전부터 향기가 나는 쪽으로 발이 먼저 들썩이고 신호가 빨리 바뀌길 가슴이 먼저 나간다.
노란불로 바뀌고 제일 먼저 길을 가로지른다.
"좌우도 살피고 앞도 보고 길을 가야지."
남편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고물상을 지나고 실내포장식당을 지나 은목서 앞에 선다. 얼굴과 제일 가까운 꽃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는다. 은은한 향기가 코를 지나 머리를 찌른다. 다시 눈을 뜨고 작고 앙증맞은 꽃은 본다.
사람이름처럼 얼마나 꽃이름도 이쁜지
"은목서."
친구이름 부르듯이 자그맣게 불러본다.
크고 화려한 꽃도 많고 향기가 진한 꽃들도 많은데 유독 작고 은은한 은목서에 이끌리는 건 왜일까?
갈 때마다 생각한다.
화분에 자라 목마름과 추위를 그대로 느낄 테지만 가을이면 어김없이 향기를 전해주는 은목서.
이 길에 대한 추억은 전에 다니던 회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좋았던 일도 싫었던 일도 기분 나쁘기도 좋기도 하면서 6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에 대한 추억.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을까 기대도 하고
가기 싫어 샛길로 새고 싶은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게 추억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