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계부를 쓰며

by 몽이맘

#가계부 #30년 #절약

30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를 하면서 쓰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 정도 되었다. 1994년에 2월에 입사했으니 30년 좀 덜 되지만 중간에 쓰지 않은 기간까지 빼면 20년 정도 되었을까.


처음에는 장부에 현금출납장을 썼다. 현금출납장에는 내용만 기재하고 영수증은 따로 붙였다. 그때는 영수증이 크게 많지 않았다.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으면 잘 주지도 않고 영수증이 생기는 지출이 별로 없었다.

결혼하고 남편과 나의 소득이 따로 들어오고 미혼일 때보다 지출품목도 다양하고 금액도 커져 가계부가 꼭 필요했다. 들어오는 소득은 일정하지만 지출은 일정하지 않고 금액도 컸다. 살림이 자리 잡으면서 지출을 통제가능하고 카드위주로 지출을 해서 정리하기도 편했다.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개업을 하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다. 일정하지 않는 수입에 늘어나는 지출 때문에 지출통제가 필수였다. 남편의 수입은 정확히 알 수 없고 가계지출뿐 아니라 남편의 사업 관련 비용도 가계부에 잡혔다.


아이들이 커가고 엄마의 손이 필요한 시점에 가계부를 5년 정도 쉬었다. 집에서 살림만 전담하다 보니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모유수유에 천기저귀를 사용하여 육아비용은 큰 아이 때 보다 훨씬 줄었다.

큰아이도 유치원에 가고 상대적으로 수월한 작은 아이 양육에 살림의 재미를 느꼈다. 인터넷으로 배워 빵도 만들고 옷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입혔다. 이렇게 살림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손이 남아나지 않았다.

평소에도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만드는 걸 좋아하던 나는 직장생활에서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고 뜨개질 바느질 등을 하다보다 손목이 양쪽이 터널증후군에 걸렸다. 더 이상 손목을 사용하지 말라는 신호다. 양쪽 손목을 수술하고 살림에 손을 놓았다. 아이들도 커서 손이 좀 덜 갔다.


집에서 공부방을 하면서 내 수입도 생겼다. 학생들이 수업료 들어오는 주기도 다르고 남편도 주기적으로 생활비를 주어 가계부가 필요했다. 어딘가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정리해야 했다.

아이들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적금을 하나씩 늘렸다.

이때부터 엑셀로 가계부를 작성했다. 예산을 세우고 지출을 적어 매달 비교했다. 당시만 해도 사용하는 카드도 한두 종류 은행도 서너 군데가 다여서 아주 세밀하게 가계부를 적었다. 포인트나 할인도 다 수입으로 기재하고 마트에 산 품목로 세 분류하여 자세하게 기재했다. 회사로 치면 전표 적듯 매일매일 기재했다.

하루의 가계부를 기재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이 학교 가면 9시에 컴퓨터에 앉아 가계부를 정리하고 간단하게 일기도 적고 영수증도 풀로 붙였다. 몇 년 동안 붙인 영수증만 한 박스다. 아파트 관리비도 항목별로 정리해서 담달에 줄여야 부분을 체크하고 아이들이 필요한 물품도 재고확인 후 사주곤 했다.

딸이 말하길

"엄마는 짠돌이야."

"맞아. 엄마는 너무 짠돌이야."

아들과 남편이 맞장구를 쳤다.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가계부에 전념할 시간이 없었다. 절약이 몸에 배어 과소비는 하지 않지만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집을 옮기면서 받은 대출금도 갚아 예적금으로 재산을 불려 나갔다.

많이 모이지는 않지만 늘어나는 예적금 통장을 보면서 뿌듯했다.

거래은행은 늘어나고 이자가 높은 상품을 찾아 가입했다. 당시 가입한 재형저축을 10년 동안 불입하여 작년에 찾았다. 매달 적금은 넣고 넣은 적금이 만기가 되면 예금으로 돌리고 자잘한 예금을 묶어 다시 넣고 그러니 통장의 수가 늘어났다. 인터넷으로 예적금을 들 수 있어 계좌를 개설하기는 쉬웠다.


아이들도 크고 학교를 찾아 타지로 가고 남편과 다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요즘은 공유스프레드시트로 가계를 작성한다. 전처럼 아주 세밀하게 작성하지는 않지만 가계의 규모가 커진 만큼 적을 내용은 많아졌다.

아이들의 용돈과 학자금, 임대료 수익. 배당수익, 이자수익등 다양한 파이프에서 지출과 수입이 생긴다. 가계의 내용은 얼추 다 파악할 수 있지만 남편의 지출이나 수입 중 모르는 내용이 간혹 있다.

공유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면 내가 모르는 내용은 비워두어 남편에게 기재를 요청한다. 포인트. 할인등 세밀하게 기재하지 않고 실제 현금이 쓰인 내용만 기재하여 간편해졌다.

영수증을 따로 보관하지 않는다. 요즘은 모바일 영수증도 많이 받고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내역을 바로파악할 수 있으므로 굳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 세금 납부내역도 홈택스나 위택스에서 바로 파악가능하기 때문에 5년 이상 영수증이 필요 없다. 세금 납부하고 나면 바로 납부내역을 확인한다.


은행 같은 경우는 인터넷은행도 많고 계좌개설 자체도 인터넷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는 상관없다. 내가 사는 지역은 대구인데 부산은행 전북은행 계좌도 가지고 있다. 괜찮은 예금상품이 생기면 바로 가입하고 적은 금액이지만 계속 불입하고 있다. 적금에서 예금으로 방법은 똑같지만 계좌의 수와 금액이 커졌다.

예전에는 뭔가를 하나를 사고자 하면 가격비교하고 언제 살지를 정하고 한 가지 물건을 사는데도 품을 많이 들었다. 지금은 식비 외에 다른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살림은 오래 살아 부서지거나 고장 나지 않으면 따로 살게 없다.


옷도 지금은 퇴직한 상태라 당분간 필요 없다. 살이 찌지 않으면 20-30년은 너끈히 입을 수 있다. 작은 옷이나 낡은 옷은 리폼하여 집에서 입는 옷을 만든다. 집에 에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집에서 입는 옷도 필요하다. 낡은 티나 셔츠에 붙여 원피스를 를 만들고 행사용 수건을 모아 홑이불을 만들기도 한다.

낡은 수건은 강아지패드로 사용한다. 행사 때마다 많이 들어온 에코백이나 가방도 쿠션이나 베갯잇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러다 낡거나 찢어지면 수건 속에 넣어 강아지 패드로 변신한다.

물건을 사는 시기도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다가 쿠폰이나 적립금이 나오면 산다. 당장 급하게 사야 할 물건은 살면서 크게 없다. 휴지나 건전지도 집에서 나온 우유팩이나 다 쓴 건전지를 주민센터에서 바꿔 사용한다. 샴푸나 바스도 비누로 대체하여 집에 많이 비치할 필요가 없다. 어쩌다 들어오는 선물은 욕실에 두고 여행 갈 때 사용한다. 아이들이 집에 없으니 생필품이 크게 필요 없다. 남편이 한 번씩 받아오는 선물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선물 받은 것 중에 우리 집에 필요 없거나 많은 물건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엄마에게도 보내고 아이들에게도 보낸다.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고 집에 많이 쌓아두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도 사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가는 것도 즐겁다. 신간이 보고 싶으면 서평이벤트 신청해서 새로운 책을 만나기도 한다. 매주 한 권 정도는 서평이벤트로 책이 온다.


가계부를 30년 쓰다 보니 좋은 점은

우리 집에 씀씀이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이들도 짠돌이라고 하면서 짠돌이가 되어가고

남편도 물건을 낭비하지 않는다.

남편과 가계부를 공유하면서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수제간식으로 강아지들이 건강하고

화장을 하지 않아 피부가 좋아지고

체중을 관리하여 건강을 유지하며

같은 물건을 사지 않고

포인트나 쿠폰 적금등 가족 간의 대화주제가 생긴다.


쓰기 귀찮고 쓰나 안 쓰나 크게 자산이 느는 것 같지 않지만 좋은 점이 더 많아 40년 50년 가계부를 계속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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