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종 수술
2월쯤인가. 우연히 겨드랑이 근처에 혹이 잡혔다. 팔을 들면 사라지고 팔을 내리면 잡힌다. 아프지도 않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딸이 방학이라 집에 와 있었다.
"딸내미, 엄마 여기 만져봐."
"뭐가 있는 거 같은데. 반대쪽은?"
"왼쪽에는 없어."
"너도 있는지 만져볼까?"
딸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시적인 거면 기다려보려고 했다. 나이가 드니 점도 많이 생기고 혹 같은 것도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깊이 뭐가 생긴 것 처음이다.
"엄마, 생각보다 크니까 병원 가봐."
작년에는 겨드랑이의 임파선이 부어서 치료를 받을 적이 있다. 임파선이겠지. 감기 끝이 임파선이 붓기도 했다.
"지방종 같은데요. 생각보다 큽니다.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니던 유방외과 의사가 말했다.
"그래요. 대학병원에 가야 할까요?"
"일단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진단서를 적어드리지요."
의사는 친절하게 진단서를 써주고 빨리 가보라고 재촉했다.
"여보, 이거 사진 찍어봐야 한대."
"딸내미랑 같이 가봐. 시내 영상의학과 잘 보던데."
딸과 같이 병원에 갔다. 주사를 맞고 영상을 찍고 결과를 기다렸다.
"지방종인데요. 근육사이에 있어요. 크기도 크지만 수술하기도 애매한 자리입니다. 수술한다고 해도 피가 많이 나와서 개인병원에서는 아마 안 해줄 겁니다.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사시죠."
영상의학과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니 수술하기가 싫어졌다. 손목에 있는 결절도 40년 넘게 같이 사는 게 지방종 따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보이는 부분도 아니고 비키니를 입을 일도 없는데 수술하지 않을 이유만 생각한다.
수술을 하더라고 당장은 하기 어렵다. 대학병원에 가면 최소 2개월을 걸릴 거라고 한다.
그냥 살자 다짐했다.
6월 유방외과 정기검진이 있었다. 가슴과 갑상선에도 물혹이 여럿 있어 정기 검진을 하고 있다. 크기가 변화가 있는지 더 생기지는 않았는지 언니가 갑상선 암으로 수술받아 의사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생리가 끝나고 가슴이 좀 아프기도 했다.
"수술하셨어요?"
의사가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묻는다.
"아직요."
"빨리 하셔야 하는데 이게 자라거든요. 이렇게 크면 속옷 입기도 불편할 건데요."
"그렇긴 하지만 수술이 좀 겁이 나요."
"더 크면 수술부위만 크지고 고생을 더 하게 됩니다. 보기에도 흉하고 근육이란 팔과 등 쓰는데도 나중에는 힘들어져요. 없어지진 않아요."
의사가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했다.
"진료의뢰서 부탁해요."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요청했다.
"궅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데 기어이 하시려나 봐요."
의사는 탐탁찮게 생각했다. 유방외과 의사고 내과 의사는 꼭 수술해야 한다고 하고 영상의학과 의사는 수술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이거 수술해야 할까요?"
대학병원 성형외과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크기가 커서 해야 해요. 줄어들지는 않아요. 더 커질 거고. 이게 아래위로 자라는 거라 부위도 넓을 겁니다."
수술을 하기로 하고 검사를 하고 입원했다. 의사가 간단한 수술이긴 하지만 근육과 같이 있는 지방을 긁어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보통의 지방종은 부분마취를 하여 수술하지만 나는 전신마취하여야 하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의사가 간단하다고 해서 남편에게 수술하기 전에만 오라고 하고 수술 끝나면 가라고 했다. 혼자 있을 수 있고 발을 다친 것도 아니어서 혼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팔을 못 쓸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면서 팔을 들 수가 없었다.
남편이 아주 걱정스럽게 내려다본다.
"생각보다 심각해."
"뭐가?"
"피도 많이 나고 13센티 정도 잘랐다고 해. 계란만 한 혹이라고 하더라. 전에 찍은 사진보다 크다고. 몇 달 동안 자랐나 봐."
"수술하길 잘했네. 혹부리 아줌마 될 뻔했네."
영화에서 봤던 노트르담 꼽추의 혹도 생각나고 북한의 지도자 혹도 생각났다. 외할머니 혹도.
외할머니는 목에 큰 혹이 있었다. 젋어서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난 외할머니가 혹이 없었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수술도 하지 못하는 부위라 돌아가실 때까지 목도리 같은 혹을 달고 있었다.
그 혹이 내 등에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의사는 간단하게 말했지만 당하는 사람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5일 만에 퇴원해서 집에서 2주 가까이 소독하고 딱딱해진 혹에 선명한 수술자국 볼 때마다 속상했다. 괜히 수술한 게 아닌가 후회도 했다.
7월에 수술하고
8월에 소독하고 아프고
9월에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제 병원에 다녀오며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딱딱하던 혈전에 물렁해지며 흡수되고 수술자국만 남아있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한 번씩 오기는 하지만 속옷 입을 때 더 이상 불편하지 않다. 소매 없는 옷은 더 이상 입지 못하겠지만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혹부리 아줌마는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