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십리역에는 소월이 산다.
날 때도 들 때도 그를 본다.
그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그와 나는 막역한 친구다.
그는 날 향해 훠이 훠이 손짓한다.
‘산에는 꽃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그의 산에도 나의 산에도 꽃이 핀다.
저만치 혼자서 폈다가 진다.
내가 슬플 땐 그가 대신 울어준다
그는 비 맞아 나른한 벌새가 되어 운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말이 슬픈 그는 또 한껏 눈으로 웃는다.
상왕십리역에는 소월이 산다.
그는 오롯이 나를 기다린다.
반 세기를 건너 만난 띠동갑 형,
그와 나는 둘도 없는 친구다.
* 상왕십리역의 벽에는 소월의 시, ‘왕십리’가 커다란 글씨로 적혀있다. 나는 전철을 탈 때마다 마음으로 시를 읊조리며 소월을 생각한다. 그러는 동안 소월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