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스스로가 싫어질 때마다 다이어트 강박이 찾아왔다

by 단우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먹고 토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멎은 뒤였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제 폭식하고 토하는 습관은 버리자고 마음먹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각자 방은 따로 있었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었다. 각각 3칸씩 있었는데 공용인 데다가 화장실이 샤워실과 분리되어 있어서 토하고 난 뒤처리를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토할 수 없는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


초반에는 적응하느라 바빠서 잠잠한가 싶었다. 그러나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연예인 같다, 귀엽다는 칭찬을 받을수록 더 마르고 싶다는 집착이 다시 생겨났다. 2~3주에 한 번 정도, 너무 많이 먹었다 싶은 날이면 아예 평소 먹고 싶었던 군것질거리를 더 사와서 와구와구 먹고, 아무도 없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토하곤 했다. 그렇지만 밖에서는 항상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학교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한 달 정도 지난 시기에 일본인 남자친구가 생겼다.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동아리 활동은 학교에서 운영되는 거라 정기 연습에 웬만해선 참여해야 했고, 남자친구는 부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어서 거의 매일 저녁, 부실에서 연습을 했다. 나도 그런 남자친구를 따라 연습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거의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근육 트레이닝 30분에 춤 연습 2~3시간을 하고, 나머지는 자유 연습을 했다. 자유연습까지 하면 많게는 3~4시간 정도 머무르며 연습했기에 운동량이 엄청났다.


연습이 끝나면 남자친구 집에서 같이 늦은 저녁을 먹는 게 루틴이었다. 밥을 왕창 먹고 후식까지 먹었기에 불안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있어서 토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매번 많이 먹고 후회는 했지만, 먹는 양을 넘어서는 운동량 덕분인지 살은 오히려 빠졌다. 이렇게 제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마음껏 음식을 먹게 되었다. 오히려 다 먹을 수 있게 되니 음식에 대한 집착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맛을 제대로 느끼며 먹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교환학생 시기를 동아리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 덕에 오히려 살이 빠져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폭식증이 다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니 다시 스멀스멀 폭식증의 기미가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남자친구와의 이별이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그와 헤어졌는데,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노력하면 다시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연락을 이어갔었다. 그런데 연락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연락 못할 것 같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동아리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사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내가 못생겨서, 내가 예쁘지 않아서 그랬던 거야. 실은 내가 아니라 그 친구를 좋아했던 건 아닐까? 나는 그애의 대체품이었나? 내가 더 예뻤더라면 나를 버리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고 내 얼굴을, 내 몸매를 싫어하게 되었다.


다녀와서는 보증금으로 낼 만한 큰 돈이 당장 없었기에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신세를 져야 했는데, 어둡고 좁은 방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우울하고 불안했다. 자려고 누우면 전 남자친구가 생각났고, 나 없이 행복한 둘의 모습을 상상하며 괴로워했다. 내가 못나서 버려졌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꾸미는 것에 더 집착했고 음식에 대한 강박도 다시 생겼다. 최소한의 음식만 사다 두고 먹었던 것 같다. 별로 많이 먹지도 않았고 낮에 많이 움직였는데도 저녁이 되면 2~3시간씩,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걸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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