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 초보자의 일기3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by 단우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수업이라 지난주 수요일에 가고 월요일에 다시 가려니 귀찮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지난 시간 실패했던 동작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래도 비싼 돈 들여 등록했으니 가야지... 겨울 내내 운동하기로 했으니...가야지...'


밍기적거리며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은 뒤 현관을 나섰다. 오늘도 역시 추웠다. 아직 제대로 된 겨울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이렇게 춥다니. 이 추운 계절에 일부러 외출할 일을 만든 게 나라니!


겨울 동안 폴댄스 수업을 빠지지 않고 잘 다닌다면 의지력이 만렙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의지력을 바탕으로 2026년은 뭘 해도 다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학원에 도착했다.


오늘도 역시 반갑게 맞아주는 강사님 얼굴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 폼롤러로 몸을 풀어주고 싶은데 껴입은 히트텍들이 아주 거추장스러웠다. 마음과 다르게 5분이나 걸려 환복을 마치고 주섬주섬 물병과 집게핀, 휴대폰을 챙겨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다니고 있는 폴댄스 학원은 수업 시간대가 정해져 있고 그중에서 원하는 수업을 신청해 듣는 방식이다. 그래서 신청란에 몇 명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시간대는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늘 신청자가 별로 없다.


이전 두 번의 수업은 신청자가 나뿐이라 1:1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신청자가 한 명 더 있어 드디어 다른 사람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다. 1:1이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다른 수강생이 있을 때 장점도 있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고 적당한 경쟁심도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면이 있다.


함께 듣는 분은 수강생이 아니라 체험 수업 참여자였다. 스트레칭부터 엄청 유연해서 자연스레 곁눈질하게 되었다. 나는 거의 목각인형 같은 뻣뻣함을 가졌기에 유연성 부족이 콤플렉스인데 옆자리에서 강사님만큼 다리를 쭉쭉 찢고 있으니 ‘나만 이렇게 뻣뻣한 거야?!’ 싶어 기가 죽었다.


기가 죽은 것도 잠시, 근력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유연성이니 뭐니 할 겨를도 없이 무아지경으로 운동에 몰입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두 번의 수업에서 마의 구간이었던 플랭크를 이번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물론 중간에 진짜 죽을 것 같았지만 완전히 무너져내릴 정도는 아니라서 끝까지 부들거리며 버텼다. 이런 변화는 나만 아는 것이고 아직 겉으로 티나는 변화도 없지만, 작은 성장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다는 게 운동의 묘미인 것 같다.


쉽지 않은 20분의 준비 운동이 끝나고 드디어 즐거운 폴 운동 시간이 되었다.


오늘 해야 할 동작을 강사님이 보여주시는데, 그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폴을 타고 올라가 앉은 자세를 만든 뒤, 상체를 앞으로 가져오고 뒤로 깍지를 끼고...이건 그냥 사진으로 첨부해야겠다. 여하튼 난이도가 높아 보여 긴장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IMG_2646.jpg 첫번째로 성공한 동작!


그런데 차근차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잘 되어, 강사님이 알려준 부분까지 모두 완성했다. 강사님이 중간중간 다른 수강생을 지도하는 동안 부담 없이 연습하거나 쉴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누가 보고 있으면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기도 하고, 긴장해서 못하기도 하는데 혼자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니 훨씬 편했다.


동작을 무리 없이 해내자 이어지는 다음 동작까지 알려주셨고, 그것도 강사님의 지도하에 한번 성공하고 나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작이 잘 되니 재미있어서 몇 번 더 연습하고 확인용 영상을 찍었다.


그 사이 다른 수강생은 첫 수업에서 배우는 기본 동작을 하나씩 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궁금해져 구석에서 기본 매달리기 동작을 해보았다. 요 일주일 새 근육이 붙은 건지, 이어진 연습으로 팔힘이 빠져있는 상태인데도 첫 수업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 두 번 수업 듣고, 집에서 아령운동 조금 한 걸로 얼마나 나아졌겠어 싶었는데 노력한 만큼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성장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지니 ‘좀 뻣뻣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며, 언제 그랬냐는 듯 기가 죽었던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비교하는 건 의미 없다는 걸,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했을 때 더 나아졌는지를 보는 게 훨씬 보람 있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걸 깨달은 세 번째 수업이었다.


IMG_2647.jpg 동작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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