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제일 쪼렙이었다
지난주 한 번 가고 나니 그날이 와서 강제로 일주일을 쉬고 나가게 된 폴댄스. 근육통은 사라진 지 오래라 컨디션은 좋았지만, 오늘은 얼마나 더 힘들까 걱정이 되었다. 수강 신청했을 때만 해도 나 혼자 신청한 걸로 되어 있었는데 학원에 도착하니 스트레칭 매트가 세 개 깔려 있었다. 나 말고도 두 명 더 오나 보다 싶어 괜히 긴장했다.
시간이 되어 운동을 시작하는데 탈의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니 내가 제일 쪼렙인 것 같았다. 그냥 반팔에 러닝용 반바지만 입은 나와는 달리, 한 분은 예쁜 나시에 딱 붙는 핫팬츠를 입었고 다른 한 분은 전문적인 폴댄스 옷을 입고 나왔다.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할 때면 다른 사람을 엄청 의식하는 편이라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계속 곁눈질을 하게 되었다. 다들 유연성은 왜 이리 좋은지 뻣뻣한 통나무 같은 나와는 달리 고무 인간처럼 쭉쭉 잘 늘어났다. 나만 동작이 잘 안 돼서 열외되는 구간도 몇 개 있었다. 갈수록 힘들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쓸 틈도 없어지긴 했지만 준비 운동 시간 내내 내 유연성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
어찌저찌 준비 운동이 끝나고 폴 시간이 다가왔다. 1:1로 진도를 나가는 터라 한 명씩 봐주고 나머지는 연습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첫 타자는 나였다. 강사님이 나를 가르치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습하면 좋을 동작을 알려주었는데, 그 동작들부터 이미 ‘나랑 레벨이 다른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기상천외했다.
강사님이 다시 내 자리로 와 이번 주에 할 동작을 알려주셨는데, 하필 내가 제일 못하는 왼팔로 당기며 오른손을 떼는 동작이 들어가 있었다. 애초에 처음 알려준 동작은 시도조차 못 하고 폴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다운그레이드를 몇 번 거친 끝에 가장 기초적인 동작을 연습하게 되었다. 폴에 매달린 채 팔힘으로 상체를 당기는 연습이었는데 그마저도 힘이 부족해 오래 매달리지 못하고 자꾸 떨어졌다.
연약한 내 팔 근육에 좌절하며 연습을 이어가는데 옆에서는 세상 화려한 동작들이 계속 이어졌다. 폴에 거꾸로 매달려 여러 동작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또 다른 분도 폴 위로 높이 올라가 이런저런 동작을 해내는데 역시 내가 제일 쪼렙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화려한 중급 동작을 하던 분은 1년 반의 경력이 있었고, 다른 한 분은 이제 두 달째라고 했다.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저렇게 유연할까 싶었는데 원래 춤을 췄었다고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들 각자의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저런 아웃풋이 나온 거겠지 싶어서 군소리 없이 내 연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작이 매끄럽게 잘 되진 않았지만 강사님이 알려주는 대로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니 조금씩 어려워 보였던 동작들이 되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감이 잡히고 동작이 나아지는 경험을 하니 신이 나서 더 연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절대 안 될 것 같던 동작도 가능해졌다.
다른 분이 오늘 한 부분까지 영상을 찍고 싶다고 해서 나도 함께 찍겠다고 했다. 어느새 서로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분위기가 되었고 그 따뜻한 공기 속에서 동작에 연달아 성공하며 두 개의 영상을 남길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나아지는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게 폴댄스의 묘미인 것 같다. 더 나아진 내 모습을 보기 위해 집에서도 팔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다음 수업 시간에는 또 어떤 동작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